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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저항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와 다수의 목가적 시편으로 유명한 신석정(辛錫正·1907~1974) 시인을 기리는 석정문학제가 올해도 참가자들로부터 '알맹이 없는 문학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평가다. 문학계 안팎에서는 석정문화제를 전국적인 행사로 키우려면 예산과 '석정문학상' 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5회 석정문학제가 지난달 23~25일 시인의 고향인 부안 일대에서 열렸다. 문학제는 한국예총 부안지회(지회장 김종문)가 주최하고 한국문협 부안지부(지부장 송기옥)주관했다. 행사는 '문학강연', 문학제를 축하하는 '시낭송', 각종 '문화공연',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문학기행', 그리고 석정시인의 '시화전'으로 이어졌다.
                       
석정시 전시  제5회 석정문학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전북 부안군 예술회관 2층에 전시된 석정시를 감상하고 있다.
석정시 전시 제5회 석정문학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전북 부안군 예술회관 2층에 전시된 석정시를 감상하고 있다. ⓒ 신영규

       
하지만 문학제에 참가한 문인과 시민들은 시인의 저명도에 비해 너무도 단조로운 프로그램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평소 시인의 시를 좋아해 올해 두 번째 석정문학제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광명(여·61·수필가·부산)씨는 "부안이 소도시임에도 대도시 못지않은 인지도가 있는 것은 바로 석정시인의 고향이기 때문"이라며 "석정문학제를 전국적인 문학제로 승격시키려면 보다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섭(65·시인·서울)씨도 "해남의 고산 문학제는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 외지 관광객을 끌어오는데 부안은 그런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부안의 석정문학제도 부안군이나 전북도에서 버스를 대절할 수 있는 예산을 만들어줘야 석정문학제가 빛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송기옥 한국문협 부안지부장은 "내적으로 부안군민이 아직도 석정을 잘 모르고 있고, 군민과 행정당국이 석정 시문학에 대한 애정이 결핍돼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부안군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을 촉구했다.

송 회장은 "문학제 예산이 지난해 1000만 원 850만 원으로 되레 삭감됐다"며 "석정문학제를 전국대회로 승격시키려면 적어도 1억 원 이상은 지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정 고택(靑坵園)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선은마을에 있는 석정고택 청구원(靑坵園). 2010년 7월 24일 전북문협 회원들이 석정시인 고택을 찾았다.
석정 고택(靑坵園)전북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선은마을에 있는 석정고택 청구원(靑坵園). 2010년 7월 24일 전북문협 회원들이 석정시인 고택을 찾았다. ⓒ 신영규

김종문 한국예총 부안지회장은 "전국적인 문학제가 되려면 1박2일 정도 전국 문인을 무료 초청해 질 높은 문학제를 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변산반도와 부안을 일리는 관광사업과 연계시켜 부가가치를 노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명목상의 석정문학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전 국민 문학축제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정문학제가 알맹이 없는 문학제로 전락한 데는 '석정문학상'의 부재도 한몫했다. 전국적인 문학축제에서 문학상이 없는 축제는 석정문학제 뿐이다. '석정문학상' 제정이 시급한 이유이다.

강원도 원주시와 경남 통영시, 하동군이 공동으로 제정한 '박경리문학상'은 상금이 자그마치 1억 원이다. 국내 문학상 중 최고 수준이다.

경북 경주가 낳은 한국문단의 거목 김동리와 박목월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동리·목월문학상도 시·소설 각각 5000만 원이다. '박경리문학상'과 '목월문학상'의 상금은 모두 해당 지자체에서 지원해준다.

전국적으로 규모가 큰 예술상이나 학술상은 기존 제도에서도 그 수가 적지 않다. 상금을 2억 원씩이나 주는 5개 분야의 호암상(이병철의 호)과 3개분야의 청암상(박태준의 호)을 비롯해 소월문학상과 동리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청마문학상 등 그 사례가 많다.
                       
신석정의 묘  전북 부안군 행안면 역리 고성산에 있는 석정공원. 제5회 석정문학제를 맞아 문인들이 석정시인의 비석을 둘러보고 있다.
신석정의 묘 전북 부안군 행안면 역리 고성산에 있는 석정공원. 제5회 석정문학제를 맞아 문인들이 석정시인의 비석을 둘러보고 있다. ⓒ 신영규

현실 참여적 시와 서정시의 이분법을 통합하려고 한 신석정 시인의 사상은 남다르다. 그는 전원풍의 목가적인 서정시로 유명하지만 일제시대 식민지배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항일적 시정신을 본받기 위해서도 '석정문학상'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문학계 안팎의 주장이다.

이동희 전북문협 회장은 "석정 시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석정시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석정문학상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석정시를 지역사회 문학적 예술적 기반으로 삼기위해서도, 또 문인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기 위해서도 석정문학제를 확대실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기옥 회장은 "각개각층의 의견을 집약해서 '석정문학상'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그 시기는 9월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이를 실행하려면 부안군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 부안예술회관  제5회 석정문학제가 열린 전북 부안예술회관. 지난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예술회관 2층 로비에서 석정시를 비롯 문인, 문학 지망생들의 시 100여편이 전시되었다.
전북 부안예술회관 제5회 석정문학제가 열린 전북 부안예술회관. 지난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예술회관 2층 로비에서 석정시를 비롯 문인, 문학 지망생들의 시 100여편이 전시되었다. ⓒ 신영규

한편 부안군은 올해 안에 부안읍 선은리 선은마을 신석정 시인 고택 (전북도 문화재 84호) 일대에 문학관과 쉼터, 잔디광장 등을 갖춰 문학인과 관람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석정문학관'을 준공할 예정이다. 문학관에는 석정시인의 유품, 시집, 시화 등이 전시되고 문예창작을 위한 활동하는 공간도 마련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전북신문에도 송고한 상태입니다.



#제5회 석정문학제#신석정시인 #석정문학상 제정필요 #일제 저항시인#목가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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