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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유일한 유인도로 소의 멍에와 같다고해 가우도로 부르고 있다. 중저마을에서 바라 본 가우도의 모습이다.
▲ 가우도 강진의 유일한 유인도로 소의 멍에와 같다고해 가우도로 부르고 있다. 중저마을에서 바라 본 가우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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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영암 월출산을 바라보며 강진으로 향했다. 38년째를 맞고 있는 강진청자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8월 7일부터(15일까지) 9일간 전남 강진군 고려청자도요지에서 열린 축제였다. 목포에서 영암을 잇는 영산포 다리를 건너니 영암군이었다. 수문도 보였다. 수문은 영산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인도를 따라 무화과를 파는 노점상이 줄지어 나타났다. 가는 도중 영암 대불대학교 푯말이 스쳤고, 오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리는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 광고판이 이곳저곳에 눈에 띄었다. 40여 분이 지났을까 김영랑 생가, 다산초당, 남미륵사, 청자로 등의 교통 표지판이 차례로 나왔다. 강진에 도착한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탓에 친구 가족 한 분이 잘 알고 있는 식당을 향했다.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중저마을(상하로 상저마을, 하저마을이 존재함)에 있는 '저두맛집'이라는 식당이었다. 식당 이름은 저두리에서 '저두'를 따 '저두맛집'이라고 부르고 있음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다.

귀물인 바지락회가 유명한 강진 대구면 중저마을의 '저두맛집'.
▲ 저두맛집 귀물인 바지락회가 유명한 강진 대구면 중저마을의 '저두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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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 마을에 들어서자 당산나무 그늘 밑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저두맛집'을 묻자 곧바로 손짓으로 알려줬다. 당산나무와 200~300미터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 폭염 속에 '저두맛집'에 들어서 주변을 살펴보니, 바다와 갈대,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첩첩 산에 펼쳐진 하얀 안개 등이 마치 그림같이 느껴졌다.

식당 측면으로 가우도(규모 0.29k㎡)라는 섬이 마주보고 있었다. 강진의 유일한 섬이었다.그곳 바다 안은 육지(대구면 저두리)와 섬(도암면 가우도)을 연결하는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2009년 12월 2일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11년 11월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가우도 출렁다리 공사는 강진의 동서를 잇는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가우도를 중심에 두고 대구면 저두리와 도암면 신기리를 잇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길이 1.12㎞·폭 2.2m의 웅장한 규모로 총사업비 155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해상 인도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우도 출렁다리가 완공되면 미항 마량항과 도암면 다산초당, 백련사 그리고 대구면 청자촌 등 강진만 주위에 널리 퍼져 있는 유명 관광지들의 연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였다.

바다를 끼고 갯벌과 갈대,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하얀 안개가 장관을 연출했다.
▲ 중저마을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바다를 끼고 갯벌과 갈대,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하얀 안개가 장관을 연출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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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우도는 18년간의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한 실학의 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02년 이곳을 다녀가  쓴 '목민심서'와 '경세유포'에 어부들의 처절한 실상을 알리기도 한 유서깊은 곳이었다. 이를 계기로 가우도에서는 지난 2008년 8월 다산가(茶山家)와 가우도 주민들이 206년만에 재회를 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식당에 들어서 탁자에 앉자 일하는 식당 아주머니가 깔끔한 전지 모양의 하얀 종이를 식탁포로 사용했다. 그 위에 종이로 만든 개인 식탁포를 깔았다. 강진군 위생팀에서 만든 홍보물이었다. 거기에는 김영랑 시인의 생가를 소개하고 있었다.

일회용 식탁포로도 사용하고 강진 문화유적지를 홍보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었다. 식탁 받침으로 쓰인 홍보물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김영랑(본명 김윤식) 시인의 생가 사진과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대표시가 소개돼 있었다.

강진 대구면 저두리와 도암면 가우도를 잇는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 출렁다리 공사 강진 대구면 저두리와 도암면 가우도를 잇는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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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강진수협 이사, 문화광광해설사, 식당 사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가우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 김중주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강진수협 이사, 문화광광해설사, 식당 사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가우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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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내내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한 채 시 짓기에 헌신했던 민족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의 강진읍 소재 생가는 국가지정 제252호 문화재로 보존돼 오고 있었다.

식당에서 유명한 음식은 바지락회였다. 호박, 미나리, 깨, 고추, 식초 등이 들어간 바지락회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붓고 비비니 호텔 특식 요리보다 더 맛깔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바지락회를 '귀물(귀한 물건)'이라고 불렀다. 밥을 먹다 메뉴판을 쳐다보니 유황오리와 바다 생선 요리를 함께 파는 식당이었다. 유황오리로 만든 탕, 로스구이, 주물럭, 백순, 회춘탕 등의 다양한 요리도 준비됐고, 바다고기인 갈치찜, 전어회, 생선매운탕은 물론 바지락회, 매생이 등의 요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중주 사장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50대 초반인 김씨는 식당 외에도 강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강진군수산업협동조합 이사,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전라도 사투리에 구수한 입담이 문화관광해설가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는 목포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강진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관광객들에게 강진의 유서지 깊은 곳을 직접 해설하고 다닌다고도 했다. 그는 강진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으면 상세히 설명해 줬다.

먼저 식당 앞 바다 '출렁다리' 공사에 대해 물었다. "다리가 흔들거린다고 해 출렁다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지금 보고 있는 공사는 대구면 저두리에서 도암면 가우도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가우도(駕牛島)가 무척 궁금해졌다. "섬 모양이 소(牛 소 우)의 멍에(駕 멍에 가)와 같다고 해 가우도라고 부르고 있다. 외부 손님들이 가우도를 무인도로 아는데 13가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강진의 유일한 유인도 섬이다. 행정상으로는 강진군 도암면 신기리이다."

20년 전 실제 가우도에서 있었던 실화도 한 가지 소개했다. "20년 전 섬에 여섯 명이 다니는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다. 오지인 섬에서 당시 4학년 학생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영광을 않았다. 가우도의 밀물과 썰물의 실태조사를 해 이곳 해류를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상을 탄 어부인 어머니가 읍내로 나와 막걸리 10말을 냈다. 조그마한 섬에 무엇이 있어 막걸리 10말을 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두서너 잔을 마신 기억이 난다. 당시 그 학교에 근무했던 곽영채 선생이 현재 강진에서 무소속 전라남도 교육의원에 당선돼 활동 중에 있다."

김중주 문화관광해설사가 식당을 찾는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손님들이 강진에 대해 무엇이든지 물으면 친절히 대답해 주고 있다고.
▲ 대화 김중주 문화관광해설사가 식당을 찾는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손님들이 강진에 대해 무엇이든지 물으면 친절히 대답해 주고 있다고.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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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섬이지만 바로 지근거리에 있는 가우도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을 이어갔다. "2008년까지 가우도는 행정구역상 도암면 신기리 마을의 한 반 정도의 조그마한 부락이었기 때문에  이장이 없었다. 하지만 2009년 초에 들어서 가우도에 사는 13가구를 행정 마을로 인정해 첫 이장이 탄생했다. 지금까지는 배로 다녔지만 출렁다리가 완성되면 걸어서 육지를 나오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가우도 주민들은 행정권은 도암면 신기리었지만 생활권은 저두리 중저마을이었다. 이곳 중저마을로 배를 타고 오는 횟수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면 저두리 중저 마을을 가운데 두고 상저마을 산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한옥마을이 들어설 것"이라면서 "하저마을은 갯벌체험으로 유명하다"고 귀띔해 줬다.

점심식사 및 사장과의 대화를 끝내고 곧바로 '제38회 강진청자축제'가 열리고 있는 고려청자 도요지인 대구면 청자촌으로 향했다.


태그:#강진 가우도, #저두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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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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