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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36, 역사)의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 박재철 판사는 16일 열린 17차 공판(2차례 연기·취소 포함)에서 다음 공판 때 종결할 뜻을 내비쳤다.

경찰은 2008년 2월 최 교사의 집과 간디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그해 8월 검찰은 최 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 교사가 정리한 <역사 배움책>, 전교조 산청지회와 진보연합 관련 활동 및 자료를 문제 삼았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와 이석태 변호사가 16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재판 중 휴식 시간에 법정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와 이석태 변호사가 16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재판 중 휴식 시간에 법정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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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검찰 증인 심문에 이어 변호인 증인 심문이 진행되었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는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윤종배 교사와 간디학교 졸업생 김아무개(21, 대학 2학년)씨가 법정에 섰다. 다음 공판 때는 간디학교 교사 등 2명이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날 공판 때 박 판사는 "3년간 끌어왔는데, 다음에 결심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면서 "결심하고 난 뒤 선고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 뒤 최 교사 변호를 맡은 이석태 변호사는 "올해 안에 1심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속단할 수 없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고 말했다.

최 교사 사건 담당 판사는 두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에는 박찬익 판사가 맡았다가 고제성 판사로 바뀌었고, 17차 공판부터 박재철 판사가 맡고 있다.

간디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최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판이 열릴 때마다 무죄의 의미로 대부분 흰색 옷을 입고 방청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소 뒤부터 매달 한 차례(방학 제외) 진주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들은 간디학교에서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다.

윤종배 교사 "법 테두리 안에서 출간된 자료 인용"

이날 공판은 3시간 30분가량 열렸다. 윤종배 교사는 최보경 교사가 수업할 때 사용했던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은 <조선일보>가 '이달의 책'(선정위원 전여옥 의원 등)으로 선정하고 신문에 전면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최 교사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와 구성과 내용에서 대동소이한 <역사 배움책>을 만든 것이다.

변호인 심문 때 윤 교사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이념을 거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책"이라며 "최 교사가 간디학교에 맞게 이를 재구성했고, 그 속에 들어간 자료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출판물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밝은 면, 성공한 면만 기술하는 게 아니다. 빛과 그림자, 공과를 다 보여주고 거기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최 교사의 책은 법 테두리 안에서 출간된 책자에 있는 자료를 인용하거나 참고한 것으로 객관성이 있고, 위험한 해석이나 오류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한 재판이 끝난 뒤 방청객들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법정 밖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한 재판이 끝난 뒤 방청객들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법정 밖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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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역사 배움책>은 유인물처럼 간헐적으로 낸 게 아니고 공개적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다"면서 "간디학교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교실만이 아니라 운동장과 앞마당도 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검찰 심문 때 윤 교사는 <역사 배움책>에 담긴 '점령군'애 대한 질문을 받았다. 공판검사는 "책에서 점령군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군만 포함시키고 소련군은 빠져 있는데, 왜 소련군은 넣지 않았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교사는 "점령군 설명에는 소련군이 빠져 있지만 9개의 지문을 보면 알 수 있도록 해놓았고, 미국의 포고문에 보면 '점령'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만 소련의 포고문에 보면 '점령'이란 단어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물었다. 윤 교사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효순이·미선이 사건도 일어났고, 노무현 정권 때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그 시기에 제작된 책이다"고 대답했다. 검찰 뿐만 아니라 박 판사가 윤 교사한테 질문하기도 했다.

검찰 심문을 지켜본 최 교사는 "검찰 측 주장은 소련군은 점령군이 아니고 미군만 점령군이라고 가르쳤다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인데, 책 속에 실린 그림을 보면 태극기를 빼앗아 가는 사람으로 미군 뿐만 아니라 소련군도 들어가 있다"면서 "검찰 측 주장을 들어보니 의아스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졸업생 "남북은 흑백이 아니다"

이어 간디학교 졸업생 김아무개씨가 법정에 섰다. 간디학교 학생회장을 지낸 김씨는 '남북통일 문제' 등을 다룬 통일교육토론대회에 나가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보경 교사는 토론 중심으로 역사 수업을 해왔다.

토론 수업에 대해 김씨는 "최보경 선생님은 교사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았고, 토론 수업 때는 사회자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검찰 심문 때 김씨는 "토론 주제가 정해지면 학생들은 인터넷과 도서관 책을 이용해 자료를 찾았다. <역사 배움책>에서 '친미사대정권' 등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스스로 조사해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흑의 반대는 백이 아니다. 흑의 반대는 다양성이다. 남북도 흑백의 사이가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봐야 한다. 그래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왼쪽)가 16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법정 밖에서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과 나란히 서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왼쪽)가 16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법정 밖에서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과 나란히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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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경 교사 "최선 다하겠다"

이날 공판은 중간에 10분간 휴식한 뒤 다시 열렸다. 검찰이 윤종배 교사에게 전교조 소속이냐고 묻자 방청석에서 웅성거렸다. 그러자 박재철 판사는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공판 도중 졸업생 김아무개씨가 간디학교 '식구총회'를 설명하자 박재철 판사가 처음에 '식구'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다시 물었다. 그러자 간디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대부분인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박 판사는 "저는 간디학교에 대해 잘 모른다. 앞으로 또 웃으면 재판부를 모독한 것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이 끝난 뒤 최보경 교사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3년째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데, 검사는 국가보안법으로 묶으려고 한다.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간디학교#최보경 교사#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이석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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