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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3일 째, 아침을 맞았다. 아침식사 후 대원들은 본 탐험을 시작했다. 우린 모험활동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리엔티어링이라는 활동을 했다. 오리엔티어링이란 지도상에 표시된 몇 개의 포스트(컨트럴 마크)를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정확히 찾아가는 경기로서, 미지의 지형에서 방향 결정 기술과 활력 있는 체력에 의하여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내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말한다. 예비탐험 때 배운 실력으로 열심히 임했다.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었다.

 

오전에는 무봉산 트레킹을 했다. 예비탐험 때 잠시 해봐서 길을 대충 익힌 상태였음에도 역시나 산을 타는 것은 힘들었다. 또한 날씨와 벌레들이 우리를 지치게 했다. 찌는 더위가 숨막히게 했고, 땀은 이미 온 몸을 적셨다. 벌레들은 그 땀 때문인지 물고 도망만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귀 옆에서 윙윙 맴돌기를 반복했다. 결국 우린 수건으로 귀를 막으며 산을 올랐다.

 

우리 옆을 지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분들도 힘든 내색 없이 잘 오르시는데, 우린 '헥헥' 소리를 내며 산을 올랐다. 고등학교 입학 후 수련회와 수학여행 때 이후로는 산을 타본 기억이 없다. 어렸을 적에는 동네에 있는 산도 가끔 가고,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가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 후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등산을 할 여유조차 없이 살았던 것 같다.

 

트레킹을 마친 후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 시간 이후론 모든 건물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에어컨 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쐬기 위해 밥을 천천히 먹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다시 우린 땡볕으로 나가 활동을 시작했다.

 

두 번째 활동으로 오리엔티어링을 했다. 오리엔티어링 활동 중 포인트 오리엔티어링이라는 것을 했다. 포인트 오리엔티어링이란 산야에 미리 설정된 몇 개의 포인트(통과 지점)를 지정된 순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경기는 가장 빠른 시간에 포인트(컨트럴 마크)를 통과하여 결승점에 들어온 사람이 이기는 경기이다. 이 경기는 개인전으로 서로의 승부욕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경기였다.

 

차례로 번호순을 정하여 출발하였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도와주지 않았다. 조금씩 투둑투둑 내리던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지만 스피드를 요하는 경기이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 승부욕에 불타기 시작했다. 이젠 비가 오든 말든, 신발이 젖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모든 팀원들은 서로를 무시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비를 생으로(?) 많이 맞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비 맞은 생쥐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고 3인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연합을 하여 같이 하기로 의기투합을 했다.

 

팀원들 서로가 컨트럴 마크를 찍은 후 그 장소를 들키지 않으려고 찍은 것을 숨기기도 했다. 이상한 승부욕이 생기는 경기였다. 경기의 우승자에겐 다른 이익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다들 자신들도 모르게 폭우 속에서 뛰고 있었다.

 

선두를 달리고 있던 나와 내 친구는 우승을 확신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컨트럴 마크를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단은 산 속에 있던 컨트럴 마크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을 찍을 때 시작되었다.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우린 자신감에 사로잡혀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은 채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우린 그것을 모르고 계속 길을 나아갔다. 가다보니 비도 그쳤다. 우린 이제 끝났구나 하면서 1등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공동묘지였다!

 

공동묘지를 눈앞에 본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고 둘째, 처음으로 본 공동묘지에 당황해서였다. 마지막으로 날씨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상황이 복합되면서 공포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너무 우습기도 했다.

 

난생 처음으로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신기(?)했다. 1분 1초도 아껴가며 공부해야 하는 고 3들이 캠프를 온 것도 엉뚱(?)한 일인데, 캠프를 와서 캠프 참가 학생 중 가장 연장자인 우리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상황!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다가, 웃다가를 반복한 후,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지도를 바닥에다 놓고 나침반을 사용하여 길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새로운 길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우리의 나침반은 길이 없는 곳으로 가라는 화살표 방향을 보여주었다. 그 길로 가려면 무덤들을 지나쳐야 했다. 그래서 우린 어쩔 수 없이 무덤들이 있는 잔디밭을 지나서 갔다.
 
왠지 모르게 무덤 속 분들께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린 가던 길을 멈추고 기도를 했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는 몰라도, 우린 둘 다 자리를 잡고 서서 성호를 그은 후 '죄송해요~저희가 길을 잃어서 어쩔 수가 없어요!! ㅜㅜ 저희가 길을 찾도록'이라고 기도를 했다. 상황은 너무 웃기지만 우린 진심이었다. 공동묘지라 으슥한 기분도 들었지만 기도를 하고나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서 우린 당당히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침반 이용 초보자인 우리에겐 지도에도 잘 나와 있지 않은 길을 가기란 역시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위기에 놓여 진 우리는 서로의 핸드폰을 꺼내어 도움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선생님들께서는 우리를 구조(?)하러 출발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멀리 와서 왔던 길을 어느 정도 되돌아가야만 했다. 왔던 길을 돌아가다가 선생님을 만났고 우린 선생님 손에 이끌려 야영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우리의 몰골을 보곤, 다들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우리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다 풀어놓고 나서야 셋째 날 활동을 마무리를 했다.

 

정말 힘든 일정이었다. 불볕더위도 겪어보고, 온 몸은 비를 맞아서 체온조차 떨어질 정도였다. 또한 산속에서 길을 잃은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리도 부서질 듯 아팠다. 언제나 집, 학교, 독서실만을 전전 하는 우리는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 밑에서 생활을 했던 것에 비교가 되면서, 이번 탐험활동 캠프의 의미는 입시 공부를 위한 체력 배양과 새롭게 형성된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는 1박 이후 다음 날, 모든 일정을 끝내는 마무리 활동을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귀가 길에 올랐다.


#국제성취포상제#사는이야기#무봉산청소년수련원#고3의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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