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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완전 나를 죽이러 오셨나? 나, 그렇게 의식 있는 놈 아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이런 얘기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인터뷰에 앞서 자료를 뒤졌다. 일일이 다 읽어볼 수 없을 만큼, 인터넷엔 그의 기사가 차고 넘쳤다. 한편으론 미안했다. 이런 게 기사가 되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의 말은 언제나 도발적이니 입 도마에 자주 올랐다. 같은 발언을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언론을 통해 그의 얘기를 엿들으며 낄낄댔지만, 정작 그에겐 큰 상처가 됐음직한 개인적인 이야기들, 보다 말았다. 인터넷을 끊었다는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 발끈했지만, 그 심정 십분 이해가 됐다. 나라도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 경우에 따라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썩은 나무를 기어오르는 개미떼처럼 줄을 이었다.

 

DJ DOC 리더, 힙합가수 이하늘(39). 막말, 욕설, 폭행 늘 나쁜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래서 별명도 '가요계의 악동'이다. 그는 스스로 이젠 악만 남아 '악중년'이 됐다고 자조하지만, 여전히 불의를 참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늦은 저녁 MBC 일산 드림센터 <놀러와> 녹화를 마친 이하늘씨는 정말 솔직했다. 언론에 비쳐진 악동 이미지와는 자못 달랐다. 장난기가 발동할 때를 빼곤, 진지했고 껄렁하지 않았다. 발언에도 상당한 책임감을 느꼈다. 

 

최근 SBS와 빚어진 '패키지 출연' 문제도 그는 본말이 와전됐다고 우려했다.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가수에 대한 존중'인데, 엉뚱하게 패키지 출연 논란으로 번졌다고 말했다. 각도가 빗나갔다는 게다.

 

이하늘씨는 지난달 1일 자신의 트위터에 "거지 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강심장'에 출연 안하면 자기네 방송에도 출연 안시켜주신다며 스케줄을 빼주셔서 고맙게도 널널한 주말 보내게 해주셨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또 "가뜩이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고 있는데, 우리 말고도 한 번의 무대가 아쉬운 다른 선후배 가수들이 이런 압박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참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인터뷰 전날 오랜만에 술을 마셨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피부가 빨리 빨리 재생이 안 된다는 너스레를 떨 때는 딱 '골방토크' 모드로 장난기가 발동했지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또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장악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언급할 때, 그는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불혹의 사회인'임에 틀림없었다.  

 

자, 이제 '골방브라더스'의 하늘이 형 이미지는 잠시 접어두고, 진지한 사회인 이하늘씨와 나눈 일문일답에 집중해보자.

 

7집 앨범 내자마자 구설수 "밀린 숙제하는 한꺼번에 하는 수준"

 

- 최근 어떻게 지내셨나.

"멤버들 셋이서 7집 앨범 내고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원래는 앨범 다 만든 날 마시기로 했었는데 서로 스케줄이 안 맞아 못 마셨다. 앨범 나온 다음에도 시간이 안 맞았고, 가요 순위프로에서 1등 한 날도 이럭저럭 일이 있어서 못 만났다.

 

새로 앨범 내고 서로 일만 하느라 같이 술 한 잔 못 했는데 이제야 자축했다. 생뚱맞게 어제(8월 24일) 첫잔을 부딪치며 '고생했다' 한 마디 했다. 너무 늦었지만. 그게 어제 술자리 '첫잔의 멘트'였다. 또 어젠 창렬이가 검정고시를 통과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주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는데 어제는 조용한 술집에서 마셨다. 남들한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이번 주에 뭐 해야 하나 일정도 얘기하고 사는 얘기도 좀 했고. 어떻게 먹고 사나 고민도 좀 나눴다."

 

 

- 정상급 엔터테이너가 왜 먹고 사는 걱정을 하시나.

"정상급? 전혀 아니다. 물론 우리는 어떻게든 먹고 살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가 제일 큰 고민이다."

 

- 7집 앨범 발표 이후 구설에 휘말렸다.

"몇 년간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는 수준이다."

 

- 트위터에 SBS <강심장>과 <인기가요> '패키지 출연' 문제를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내 성격상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고, 나 또한 다른 걸 바라지 않지만 어쨌든 그 일 있은 뒤로 내가 고슴도치가 된 기분이다. 내가 누구를 찌르려고 한 것은 아닌데, 또 주위 사람들을 다치게 할 마음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됐다.

 

이번 일은 조준상대가 명확했다. SBS <인기가요> PD와 CP다. SBS 측 전체도 아니다. DJ DOC를 가수로 존중해달라는 건데 그 얘기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한 뒤로 주위 사람들이 내 옆에 잘 오지 못하는 것 같다.

 

동료가수들조차 따로 만나면 시원하다, 잘했다, 이러지만, 혹여 나랑 엮일까봐, 내가 잘못된 관행을 함께 고치자 이런 것도 아닌데 왠지 나를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뭐 나는 서운한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다. 또 후회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든다. 내가 만일 그런 말 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면 두루두루 편하게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 SBS 측에서 사과는 안 했나.

"사과? 사과해달라고 얘기는 했지만 피드백을 기대하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존중에 관한 문제다. 가수를 가수로 존중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게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순서의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 말을 하는 게 다시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이 되는 건 아닐까. 어쨌든 내가 말을 안 하면, 또 뭐가 있나 이렇게들 의심을 하시니 일단 나는 솔직하게 다 말하겠다.

 

황당하고 자존심 상했다. 솔직히 우리한테 <인기가요> 출연한 다음에 <강심장>도 한번 나와 달라 그러면 우리가 안 나가겠나.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패키지도 아니고 압력도 아니다. 그냥 인지상정인 것이다. 서로 도움 주고 도움 받는 그런 거 말이다. 그런데 '이거 안 하면 이것도 안 돼!' 이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거 했으니 이것도 좀 해줘' 이랬으면 아마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다.

"<인기가요> 출연 나흘 전인가 매니저가 '까였다'고 말했다. 왜? 그랬더니 <강심장> 때문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라디오방송이 있어서 SBS에 갔는데 또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에서 그 PD를 만난 것이다.

 

서로 인사 안하기도 그래서 그냥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분의 마지막 멘트가 '잘 해결하고 오세요!'였다. 이건 잘 해결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쪽에서 우릴 그렇게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안 하겠습니다 했다. 솔직히 이건 너무 권위의식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서 아무 일 없었다고 날 '양치기 중년'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일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닌 것 같다."

 

- 패키지 출연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 건가.

"기자들은 자꾸 패키지 출연에 집중하는데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의 핵심은 '존중'이다. 일종의 압력이고, 명령 같은 것이다. '저는 그렇게 하기 싫은데요?' 이 말조차 못하는 분위기다. 너무 오랫동안 관습처럼 내려와서.

 

만일 그 PD가 이러저러한 것 없이 <인기가요> 무대에 우릴 세워줬다면 참 고마웠을 게다. 수많은 팀 가운데 우리 팀을 무대에 세워준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니까. 그 다음에 이것도 좀 해줬으면 좋겠어! 이랬으면 했을 텐데. 너희들! 이거 아니면 안 돼! 이런 권위의식이 싫었던 것이다."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 말하고 싶었다, 난 선배니까"

 

- 어느 인터뷰에서 '힘 있을 때 선배로서 이런 것쯤은 고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내가 노출도 안 되고 대중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을 때 이런 말을 하면 누가 들어주겠나? 그때는 정말 노이즈마케팅처럼 보일 것이다. 조금이나마 내가 대중들에게 관심이 있을 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차피 나는 가요계의 선배다. 후배들보다 먼저 시작했으니까. (웃음) 가요계 생활을 오래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방실이 누나다. 식당에서 만났는데 밥을 한 끼 사줬다. 굴비정식이었을 것이다.

 

그 전에도 많은 선배들을 만났지만…. 음…. 우리는 항상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며 선배대우를 했지만 후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 안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밥 한 끼 잘 안 사줬다. (웃음) 그 시절 식당에서 만난 선배가 밥 한 끼 사줄 때 참 고마웠다.

 

반대로 후배들은 날 어떤 선배로 생각할까,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선배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물론 내 발언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알지만, 물론 이게 뭐 그렇게 거창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 김C도 지난달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월드컵 때문에 출연팀 많다고 2곡만 부르라더니 빙상의 신에게는 3곡을 부르라하시네"라며 SBS <김정은의 초콜릿>을 비판했다. 

"그는 나보다 더 세다. 국민요정(김연아)을 상대로 그런 말을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하하." 

 

-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PD들의 권위의식에 '토나온다'는 말도 했다. 예능인의 입장에서 볼 때, PD들의 권위의식이 심각한 수준인가.

"요즘 나와 함께 일하는 PD 중에는 그런 사람 거의 없다. 그러나 개중에는 왜 없겠나. 그러나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 PD가 전체를 욕 먹이는 꼴이라고 본다."

 

"트위터는 나에게 긍정적이지만, 양날의 검"

 

- 이하늘씨도 다른 연예인들처럼 자신의 느낌을 전하는 메신저로 트위터를 활용했다.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그대로 내 생각이 대중들에게 퍼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견을 올릴 때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소통의 창구가 있다는 게 참 좋다. 내가 어떤 일을 겪고 있을 때 기자회견을 하겠나 뭘 하겠나 트위터에 올리면 다 알려지니 참 좋은 것 같다. 이런 일을 갖고 기자들에게 기사화를 해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좀 민망하지 않나. 나에게 트위터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반응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하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라고 본다."

 

- 트위터에 '욱' 해서 올린 건가.

"전혀. 화나서 올린 게 아니다. 사람들은 내가 그런 글을 올리니 이하늘 진짜 화 많이 났나보다 하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앨범 사인회장 가는 길에 '덕분에 널널하다, 고맙다' 이렇게 비아냥 댄 것이다."

 

- 김미화씨도 얼마 전 트위터에 KBS 블랙리스트를 언급해 소송까지 당했다. 어떻게 보나.

"나는 시간이 좀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늙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조심해야 하고, 왠지 조심해야 할 것 같고, 이런 분위기가 참 싫다. 말하기 전에 우선 계산해야 하고, 뭔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좋지는 않다."

 

- 이하늘씨의 사회적 발언은 아주 유명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는 한 방송프로에 '쥐박이' 티셔츠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된 일도 있다.

"오늘 완전 나를 죽이러 오셨나? 나, 그렇게 의식 있는 놈이 아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런 얘기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가수에겐 '다음 기회'도, '안전빵'도 없어

 

- 마흔 살의 예능 늦둥이다. 재밌나.

"재미있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 좋을 때는 재밌고 웃길 때. 힘들 때는 어쩌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고민할 때. 내가 어떤 프로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적당히 유지'하는 게 참 힘들다. 너무 나대도 안 되고, 계속 추임새만 넣자니 내 할 일을 다 못한 것 같고. 어느 대목에서는 내가 누군가를 띄워줘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내 방송분량을 위해 멘트가 많거나 할 때 참 그렇다. 적절히 뭘 한다는 게 참 힘든 것 같다."

 

- 데뷔 20년을 딱 채운 뒤엔 편하게 빈둥거리는 게 인생 계획이라고 했다.

"그것 참 배부른 소리다. 그냥 욕심이고 목표이며 꿈일 뿐이다. 가수라는 직업은 '안전 빵'이 아니다. 이번 앨범이 잘 됐으니 다음 앨범도 잘 될 거야! 절대 아니다. 언제 외면당할지 모른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더욱 그렇다. 처음 시작하는 가수는 다음 기회가 있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너희들, DJ DOC 오래 했으니 대단해! 이게 아니라 오래 했으니 이제 끝이네? 바로 따라온다. 다음번의 기회는 없다. 그래서 작업에 항상 부담이 따른다. 가수에게 안전빵은 없다."

 

- 미래가 불안한가.

"이거 아니어도 먹고 살 자신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다. 항상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민이다.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저렇게도 살 수 있는데, 뭘 어떻게 해서 먹고 살 것인가 늘 고민이다."

 

- 어떻게 살고 싶은 건가.

"최종목표는 행복 아니겠나.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와 더불어 주위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즘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본 때는 거의 없다. 아! 맛있는 것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껴본 일은 있지만. 물론 '여친'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스스로 B급 가수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게 내 위치다. 그냥 남들이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 남들이 보기에도 B급인데 굳이 나를 더 이렇게 봐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또 생계형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예능프로는 재미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예능은 재밌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행복관, 가치관 다 다르다. 나는 예능이 싫지 않다. 남들이 내 음악을 이해하고 잘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좋다. 내가 남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럽다."

 

 
나는 생계형 B급 가수, 어떻게 살 것인가 늘 고민

 

- 권위주의를 비꼰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가 선풍적 인기다. 많이 팔렸나.

"하하. 앨범이 기대보다 큰 것 같다. 얼마나 팔렸는지 묻지도 않았다. 별로 안 궁금하니까. 멤버들 다 그럴 것이다. 공연할 때 앨범이 히트하지 않으면 우리가 노래를 불러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이 잘 나가면서 우선 든 생각은, 아! 업소나 행사, 많이 들어오겠다. (웃음) 나이트클럽 같은 업소 말이다. 그게 우리의 생계유지수단이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다. 밤업소지만 노래 불러 받는 돈이니까. 방송 출연료로는 저금을 한다. 방송출연료만으로는 먹고 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 이 인터뷰는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인 연예인들은 만나는 코너다. 사회봉사활동이나 사회적 기부... 이하늘씨도 좀 하는 편인가?

"기부할 게 어딨나? (웃음) 할 때 되면 하겠지만 솔직히 요즘은 기부활동 한다고 하기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내가 어떤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걸 꼭 알리고 보여줘야 하나. 완전히 기부를 안 하고 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자랑하고 할 일 또한 아닌 것 같다. 또 나는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까 만날 그 궁리만 한다. 놀 궁리하는 놈한테 아무래도 잘못 찾아오신 듯. 하하."

 

- 너무 솔직하신 것 아닌가.

"솔직해서 힘들 때가 많다. 그렇지만 나는 억지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고, 척 하고 싶지도 않다. 남들이 척 하는 걸 되게 싫어하는데 내가 그래서야 되겠나.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이 직업이 어쩔 수 없이 늘 평가를 받지만, 솔직히 평가받는 것도 되게 싫다."

 

- 가요계의 악동, 별명 맘에 드나?

"이제 동자는 빠지고, 악만 남은 것 같다. 하하. 악중년? 그러나 나는 늘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네까짓 게 무슨!' '양아치가' '군대도 안 갔다 온 놈이' 늘 이런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솔직히 귀찮다."

 

- 다음 앨범은 구상 중인가.

"구상 중이다. 예전에는 노트에 직접 가사를 쓰는 게 훨씬 잘 써졌는데 요즘엔 컴퓨터가 편해졌다. 맘에 안 들 때 컴퓨터는 바로바로 지울 수 있으니까 집중이 훨씬 잘 된다. 그래서 가사를 쓰기 위해 조그마한 넷북을 하나 샀다. 어떤 기자가 메모습관이 있다고 썼는데, 나 그런 것 없다. 기자들 왜 그러는지."

 

현 정부의 언론장악, 나 같은 놈도 느낀다

 

- 가수지망생 청소년들이 많다.

"DJ 생활 하면서, 또 랩 열심히 하면서 무턱대고 기다렸다. 솔직히 가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기회가 왔고, 나는 그 기회를 잡은 것뿐이다.

 

가수가 되고 싶다며 조카가 찾아왔었다. 요즘엔 고등학교 때 앨범을 내면 대학 갈 때 가산점 같은 게 있는 모양이더라. 이모가 앨범을 제작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한번 봤다. 그런데 이 친구, 꿈만 컸지 정작 해야할 것은 하나도 안 해놓은 상태였다.

 

화가 났다. 그래서 말했다. 가수 하지 말라고. 가수가 되기 위해 온갖 열정을 쏟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꿈만 꾸고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이모의 부탁을 거절한 일이 있다."

 

- 뭘 준비해야 되는 건가.

"누구나 꿈은 꿀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누군가 너 가수 하고 싶어? 해봐! 했을 때 보여줄 게 있는 친구랑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는 친구랑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정말 가수가 되고 싶다면 언젠가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충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 할머니에게 상당히 애틋하신 듯하다.

"올해 여든넷 되셨다. 아직까지는 정정하시다. 지방에 내려갈 때마다 뵈었는데 최근엔 통 못 뵈었다. 손주가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니 할머니가 제일 반기신다. 솔직히 손주 자랑하는 맛으로 사시지 않을까 하하.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단연 우리 할머니다. 나 자신이기도 하고 내 동생 현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할머니다."

 

- 최근 한국사회에서 뭐가 제일 문제 같은가.

"내 주위의 일들을 말하면 투정 같아서 일단 빼겠다. 내 문제 밖으로 관심을 돌리면 언론장악이 굉장히 심한 것 같다. 뭔가 막히고 원초적으로 차단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언론장악 문제는 상당히 위험한 요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너무 한 색깔만 나오는 것도 문제 아닌가.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춰주는 게 한쪽만 보이는 것보다는 낫다. 솔직히 나처럼 의식 없는 놈이 이런 말을 하면, 그게 그렇게 불만이었어? 할까봐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내가 느끼는 바니까 그냥 말하는 것이다."



#이하늘#DJ 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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