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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아침 10시.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에게 급하게 문자가 왔다.

 

"삼락둔치 농성장 강제 철거 진행중! 대치중! 급히 모여주시길!"

 

1일부터 4대강 사업 때문에 잘려나가게 된 부산 사상구의 삼락둔치를 지키기 위해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는 농성장을 설치했다. 농성장이 설치되자 주위에 정보과 형사들이 오기도 했고, 4대강 사업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회사 직원들이 찾아와 공사 진행을 호소하기도 했다.

 

농성장이 차려지면 으레 경찰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농성하는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3일 아침, 이전과는 달리 경찰들이 농성장 근처를 서성이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활동가들이 주변 지인, 활동가들에게 문자를 돌렸던 것이다.

 

"양치기 소년! 실제로 이렇게 거짓말 하시면 아무도 안 옵니다"

 

3일 아침 경찰이 삼락둔치 농성장 부근을 서성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말이 건너 건너 사람들에게 전달되면서 처음에는 '경찰 농성장 부근 접근'이라던 것이 나중에는 '농성장 강체 철거 진행중! 대치중'으로 바뀐 것. 그래서 부산지역에 시민단체, 학생, 정당 등에서는 강제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줄 알고 40여 명의 사람들이 오전 11시에 농성장을 찾았다.

 

하지만 아침에 잠시 경찰들이 농성장 부근에 접근한 것은 사실이나, 농성장에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사라졌다고 했다. 급하게 달려온 활동가들은 연락을 돌렸던 활동가에게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완전 양치기 소년이네요. 실제로 이렇게 거짓말 하시면 아무도 안 옵니다."

"에이, 거짓말은 아니죠. 경찰이 접근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으면 또 경찰에서 강제 집행하려고 들어올 수도 있는 거죠.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테니 언제나 핸드폰 문자 메시지에 주목해 주세요! 언제 농성장이 철거될지 몰라요."

 

"삼락둔치 절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3일 아침 '양치기 소년'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고 난 후 오후 7시에는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1일 농성장이 설치된 이후 수요일,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그곳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농성장이 꾸려진 삼락둔치는 부산 사상구 도심과 멀지 않는 곳이지만 해가 지자 캄캄한 밤 같이 어두웠다. 농성장 교통편이 좋진 않았지만 촛불문화제에 30~40여 명이 모였다. 사람들은 농성장에 설치된 평상 위에 앉아 촛불을 들었다. 첫 순서로 지난 8월 함안보 크레인 농성에 관한 영상을 보았다. 그 당시 크레인에 올라갔던 부산 환경운동연합 최수영씨 또한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영상을 감상했다.

 

이어 촛불 문화제가 농성장을 느긋하게 지키고 있는 부산농민회 하현오 회장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하현오 회장은 4대강 사업이 생태 파괴뿐만이 아니라 강 부근에서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는 농민들까지 죽이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삽질 정부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청계천 삽질을 통해 노점상의 삶을 빼앗더니 이제는 4대강 삽질을 통해 농민들의 삶 또한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삼락둔치!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다는 맹꽁이가 살고 부산의 유일한 아름다운 자연 공원입니다. 이런 곳을 삽질을 통해 파괴하고 농민들을 내몰겠다고 하니 누굴 위한 삽질입니까?"

 

농민회 회장의 발언에 이어 부산 사상구의회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김성희 후보자의 말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사상구 주민으로 삼락둔치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아왔다고 말하며 삼락둔치를 지키고 4대강 사업을 막는 구의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랫동안 사상구에 거주하면서 삼락둔치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사상구 주민들의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둔치를 절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구의회 재보궐 선거에 꼭 당선되어서 생명을 파괴하는 삼락둔치 절개와 4대강 사업을 막아내는 구의원이 되겠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하라! 삼락 둔치 지켜내자!"

 

김선희 후보자의 발언 이외에도 백양산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한 모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의 발언, 함안보 크레인 농성을 했던 부산환경운동 연합 최수영씨 등의 발언과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문화제의 피날레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농성장 근처에 있는 낙동강까지 행진했다.이후 낙동강 앞에 서서 사회자의 선동으로 '4대강 사업 중단하라! 삼락둔치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쳤고, 끝으로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다 같이 부르며 문화제를 정리했다.

 

9월 5일 일요일 오후 7시에도 어김없이 촛불 문화제가 진행됐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러 간 활동가들이 많아 3일 저녁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참가자 7명이 둥글게 앉아 민중가수 우창수씨와 함께 노래를 듣고 노래를 배우며 농성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응원했다. 

 

삼락둔치를 지키고 4대강 사업을 막아내는 농성장 촛불 문화제는 매주 수요일, 토요일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에 진행된다. 수요일, 토요일은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락둔치#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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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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