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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아줌마, 혹은 할머니 - 김선주의 책

김선주는 팬이 많다. 나이 육십이 넘은 아줌마(할매라 해야 하나, 아줌마라 해야 하나, 좀 햇갈리지만)지만 그에겐 젊은 팬들이 많다.

미모(?)는 출중치 않지만 그의 글에는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층이 넓어 과거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의 열렬한 팬이었고, 제주 올레길을 처음 기획하고 만들어낸 서명숙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그의 팬이다. 또 나 같이 평범한 남자들도 그의 글이 보이면 빠뜨리지 않고 꼭 챙겨 보려 한다.

왜 사람들은 그녀를, 아니 그녀의 글을 좋아 하는 걸까? 우선 그의 글은 참 쉽다. 읽기가 너무 편안하다. 그렇지만 그 쉽고 편안한 글 속에 자신의 분명한 메세지가 녹아있다. 사회에 대한 분명한 그만의 시선이 있되 그걸 강요하진 않는다. 그가 쓴 글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글이기에 진정성이 있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글, 사회적 시선이 살아있지만 따뜻한 온기가 있는 글을 쓰기 때문일 게다. 이번에 그가 그동안 신문 칼럼을 통해 써왔던 글을 책으로 엮여냈다.

책 제목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그 책 머리엔 이렇게 적혀있다.

"비겁하게 살지언정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가진 건 없는데 자꾸 나이만 들어감을 걱정하는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에게 그가 해준 말이다.

"노후 걱정할 거 없다. 말년에 다들 십년에 백킬로미터씩만 후진하며 살면 된다."
일명 '백킬로 남하론' 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 걱정된다면 주거비 비싼 서울에 있지말고 서울의 집이든 전세든 처분해서 백킬로미터씩만 지방으로 후진하면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서울을, 도시를 떠나면 큰일날 것처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난감한 주장이지만 실제로 그는 서울 아파트를 정리하고 후퇴하여 낡은 한옥에 잘 살고 있기도 하다.

그를 따르는 후배 서명숙은 너무 선배말을 잘 따랐던 것일까. 무려 오백킬로를 남하하여 고향 제주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기적처럼 산티아고길보다 더 멋진 올레길을 만들어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따랐던 것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백킬로쯤 멀어진 경남 의령에 자리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동에 동조한 셈이 되었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김선주의 책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김선주의 책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그가 즐겨 하는 말중에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나이 쉰이 넘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된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많다는 건 모임의 상석에 앉는단 말이고 말이 많아질 위치에 있다는 얘기다. 보수든 진보든 나이 먹는 만큼 머리는 굳어지기 쉽고 그렇게 굳어진 생각을 나이 적은 사람들에게 강요하기 쉽다.

말로는 '충분히 이야기 해보라'고 하지만 결론은 자기가 내고 싶어한다. 그건 사각테이블이든 원탁이든 자리배치와 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대체로 어떤 자리를 가나 말하는 사람은 늘 말하고 듣는 사람은 늘 듣기만 하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보게되는 것일게다. 그러기에 나이들어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려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입은 닫고 들으려 해야 한다는 이야기 일게다.

이 글을 읽고 나는 안도했다.
'휴, 그래도 나이 쉰이 되려면 아직 좀 남았다.'

그녀는 로멘티스트다 .

육십이 넘어 성한 이가 점점 줄어들자  벼르고 별러서 치과를 찾은 모양이다. 딸의 친구가 운영하는 치과에 가서 이리 저리 사진 찍고 정밀하게 검사를 받은 후 딸의 친구인 치과 원장이 머뭇거리며 하는 말.

"어머님 저 어쩌죠? 아무래로 윗이쪽은 전체적으로 틀니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이 말은 들은 그녀의 첫반응은 이랬다.
"아니, 그럼 이제 키스도 못하잖아."

그녀는 우울증에 고생하는 사람들의 상담에도 열심이다. 남의 시선,  남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 지금 여기' 에 충실할 것을 귄한다. 그의 후배 중 한 명 이야기를 소개하는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짓게 한다.

"지금도 사랑 때문에 상처 받고 우울하게 지내고 있을 많은 여성들을 위해 우울증을 단번에 날려버릴 유쾌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아이를 키우며 먹고살기 위해 이리저리 뛰면서 심한 우울증을 겪은 친구가 있었다. 그가 남자에게 구애한 이야기는 참 화끈하다. 일 때문에 어떤 남자와 두 번째 만남에서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가 파하고 그 남자에게 많이 끌렸던 이 아이 엄마는 한밤에 방금 헤어진 남자에게 문자를 날린다.
'고양이야,· 여기 생선 있다. 담 넘어와라.'      

이 문자를 받은 남자는 새벽녘에 여자에게 도착했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면 또 어떻겠는가. 우울증으로 밤마다 술을 마시며 사경을 헤매는 것보다 낫다."

김선주답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한겨레출판(2010)


#김선주#이별에도 예의가필요하다#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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