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사업 구역에 살고 있던 세입자에 대해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주는 기준일은 재개발사업이 시행될 예정임을 알 수 있게 된 '재개발계획 공고시점'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에 대해 '정비사업 시행인가일'로 볼 것이냐, '재개발 공람 공고일'로 볼 것이냐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보상대상자의 범위를 명확히 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서울시 마포구는 2005년 8월 20일 아현동 일대에 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주택재개발사업을 위한 정비구역 지정안에 대해 주민공람을 공고한 후 서울시장에게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이 지역 아현제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06년 9월1일 마포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후 주택재개발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고, 구청은 2007년 8월27일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했다.
그런데 1975년부터 이 지역 단독주택에서 살던 L(81)씨는 2005년 7월20일 살던 집을 팔고, 그해 9월 20일부터 그 집을 임차해 세입자가 됐다. 2년 뒤인 2007년 8월 27일 재개발사업시행인가가 나자 L씨는 자신도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라며 주거이전비 1200만 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주택재개발조합은 L씨가 2005년 8월 재개발 공고 당시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거이전비 보상대상자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을 재개발사업 공람공고일이 아닌 '재개발정비사업시행인가일'로 할 경우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으로 무분별한 세입자가 유입돼 사업시행인가일까지 예상할 수 없는 비용의 증가가 있게 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행 공익사업법 규정에 의하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공익사업시행지구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자에 대해서는 가구원 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 1ㆍ2심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은 사업시행인가일"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한승 부장판사)는 2008년 11월 L씨가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주거이전비 청구소송에서 "재개발조합은 L씨에게 주거이전비 1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은 사업인정고시일로 간주되는 사업시행인가일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사업시행인가일 당시 재개발사업시행지구 안의 주거용 건축물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로서 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이주하게 된 경우에는 주거이전비의 지급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서기석 부장판사)도 지난해 8월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인정고시일로 간주되는 사업시행인가고시일 당시 정비구역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주택세입자는 사업시행인가고시일에 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대해 주거이전비 보상청구권을 취득한다"며 L씨의 손을 들어줬다.
◈ 대법, "주거이전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 주택 세입자인 L씨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주거이전비 청구소송 상고심(2009두16824)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주거이전비 보상은 정비계획이 외부에 공표됨으로써 주민 등이 정비사업이 시행될 예정임을 알 수 있게 된 때인 정비계획에 관한 공람 공고일 당시 해당 정비구역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자를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주거이전비의 보상대상자를 정하는 기준일은 사업인정고시일인 2007년 8월27일이라고 봐 원고는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으나, 이 사건 주거이전비의 보상대상자를 정하는 기준일은 공람공고일인 2005년 8월20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 판결은 주거이전비의 보상대상자를 정하는 기준일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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