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훈씨,
제 마음을 설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글씨의 지훈씨의 편지를 받는 기분은 마치 수십 년 전 제가 군대에서 연필로 꼭꼭 눌러쓴 위문편지를 받는 기분을 되살려주기도 했고, 아프리카 오지의 캠프장 남포등 아래에서 제가 지인들에게 엽서를 쓰던 때를 떠올려주기도 했습니다.
지난여름에 하룻밤 함께했던 인연을 기억하고 이렇게 긴 손글씨를 쓴 지훈씨와 혜련씨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공유했던 그 시간을 다시 떠올려보았습니다.
한쪽 안경다리가 없는 저의 안경을 생각해 내고 편지 글씨가 더 크진 그 편지는 지훈씨의 깊은 배려로 읽혔습니다.
그리고 함께 찍어 제게 남겨주었던 그 폴라로이드 사진은 제 서재의 서가에서 여전히 그 날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 '행복'에 대해 주로 얘기했지요.
그리고 지훈씨의 편지에도 그 행복에 대한 정말 행복한 묘사들이 가득하군요.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가득 있어요."_이안수
"우리의 행복의 파랑새는 바로 우리 안에 있습니다."_다큐멘터리 '마음'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_지훈씨가 읽고 있는 책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 정말 온 세상이 행복합니다."_손지훈
이런 지훈씨의 '산으로 간'편지 내용 덕분에 저는 오늘 행복에 대해 더 많은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지훈씨가 정리해준 '행복'의 금언들만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누구나 지금부터 당장 행복해질 수 있겠지만 그것에 한 가지만 더 얻으면 그 행복에 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위의 행복의 금언들은 모두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입니다.
둘째딸 주리가 자신을 소개한 글에서 읽은 것입니다. 그것은 "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딸의 이 글귀를 읽고 내색은 안했지만 딸의 결정들을 더 신뢰하고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내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행복도 고려한 결정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지라도 종국에는 스스로가 몇 배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로 인해 다른 이가 더 행복해졌다면 그 사람의 증폭된 행복은 또다시 나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상호작용의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지훈씨의 편지를 읽는 동안 저의 행복지수는 적어도 2배 이상은 높아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상호작용이 아닐까요?
'물체 상호간에 힘이 작용하여 서로의 원인과 결과가 되는 현상'을 일컫는 상호작용(相互作用, interaction)은 물질현상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개념이지만 우리의 행복이 증폭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개념이기도하다, 싶습니다.
내가 상대의 행복 원인이 되고 상대의 그 결과가 다시 나의 더 큰 행복의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외로워할 때 그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 옆 사람이 피곤해 할 때 잠시 내 의자를 내어주는 것, 상대가 힘들어 할 때 그의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
이렇듯 현재 나의 그대로의 상태로도 상대의 행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내게는 참 많습니다.
지훈씨의 편지는 오늘 제가 더 행복해지는 결과를 낳은 원이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노란 편지지에 가득 담긴 지훈씨의 행복을 읽으면서
이안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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