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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대강당에서 열린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2010 한국 일본 국제 워크숍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대강당에서 열린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2010 한국 일본 국제 워크숍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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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광주광역시 교육정보원 대강당에서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2010 한․일 국제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일본 측 발표자 10여명과 함께 전국에서 25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워크숍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아동권리학회 및 일본아동권리협약종합연구소가 주관했다.

제1부 아동․ 학생 권리조례 제정 성과 및 개선방안에 이어 2부가 시작되었다. 제2부 주제는 학생 참여권 보장 방안이다. 제2부 발제를 맡은 이는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교육학 교수인 기타 아끼토교수. 큰 키에 안경을 쓴 전형적인 학자풍이다. 그는 일본 학교와 학생참여에 대한 현황과 과제에 대하여 자료를 인용하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기타 아끼토라고 합니다. 일본의 NPO법인으로, 국제NGO로도 등록되어 있는 아동권리협약종합연구소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학교와 학생참여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 보고하고, 양국의 공동조사를 통한 학생참여 연구가 발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국에서 학생참여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양국 모두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국 1991년, 일본 1994년)하였고, 협약 이행을 감시하는 위원회로부터, 협약상의 기본이념 중 하나인 '아동의 참여권' 보장에 대한 이행의무를 권고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타교수는 2000년 가와사끼시에서 11~17세의 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실태․의식 조사'(자료2)와, 동경 나까노구에서 실시한 '아동권리의식조사'(1993~1994)자료를 가지고 일본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동적인 학생, "귀찮다"라는 학생층의 증가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교육학 교수 기타 아끼토씨
 일본 와세다 대학교 교육학 교수 기타 아끼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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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끼시 11~17세의 학생, 약 4500명을 대상으로 '학생회 활동 등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학생은 약 35%, '없다'고 답한 학생은 65%였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초․중․고생 모두에게서 가장 높게 나온 답은 '귀찮아서'가 60%나 되었다. 다음은 '눈에 띄기 싫어서(약 30%, 특히 초․중학생)',이고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학교생활에 기대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나타났다.

동경 나가노구의 '아동권리의식조사'에서는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귀찮아서'가 하나의 요인이지만, '방법을 몰라서'라는 답이 훨씬 많았다. 이것은 참여방법․ 기술의 결여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안 된다고 생각해서'라는 일명 '포기층과 함께 귀찮아서'층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학생 1/4이 자아긍정감 저하로 시달려 

이와 같이 귀찮다고 생각하는 학생의 증가는 일본 학생들의 자아긍정감 저하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 아동권리협약종합연구소는 2005년 10월부터 12월에 걸쳐 5개시와 1개 군과 공동으로 '아동의 안심과 보호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학교공부'나 '방과후활동', 또는 '가까운 사람과의 인간관계'는 능동적인 아동일수록 자아긍정감이 높고, 수동적인 아동일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다.

기타교수는 일본학생의 자아긍정감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문부과학성이 2002년도에 실시한 '학생의 정신건강과 생활습관에 관한 조사'에서, '나는 스스로가 가치가 없으며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생각 한다'를 선택한 중학교 2학년 남녀학생이 87%, '나라는 존재는 없어도 상관없다'라고 답한 중․고생은 25~30%다.  4명 중에 1명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일본청년연구소가 2002년 11월에 발표한 '중학생 생활의식조사'에서도 '스스로에게 대체로 만족 한다'라는 중학생이 1990년대에는 47.2%로 과반수를 차지했었지만, 2002년도에는 35.7%로 10%이상 줄었다.

일본청년연구소가 2006년 3월에 발표한 '고등학생 친구관계와 생활의식' 조사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는 고등학생은 6.3%, '대체로 만족'한다는 응답자를 포함하더라도 43.4%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자아긍정감 저하 문제는 학생의 능동적인 활동의욕을 빼앗고, 다양한 형태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삶의 의욕 저하 ․ 청소년자살증가 ․ 학습의욕저하 ․ 인간관계 의욕저하 ․ 왕따 ․ 학교부적응 ․ 은둔형 외톨이 등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일본 동경의 나가노구 아동의 권리에 관한 의식조사.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본 동경의 나가노구 아동의 권리에 관한 의식조사.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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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와사끼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실태 및 의식조사. '학생회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이유'
 일본 가와사끼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실태 및 의식조사. '학생회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이유'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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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자아긍정감 저하 문제의 해결과 향상을 위해 아동의 능동적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이야 말로 현대 교육의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기타교수는 위와 같은 일본의 학생현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학교에서의 학생 참여를 두 가지 영역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육방법으로서의 학생참여에서 학생인권으로서의 참여로

일본의 많은 교사들은 "예전부터 학생참여, 학생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학생들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고 참여를 실감한 학생은 거의 없어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본 교사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학생중심교육사상의 영향을 받아, 학생의 흥미 ․ 관심과 자주적 활동 등을 살린 학생참여형 교육활동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는 '교육 방법으로서의 학생참여'였다. 교사가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의 의견을 듣거나 모둠활동 등의  방법을 활용했을 뿐이다.

이와 반대로 유엔이 제시한 아동권리협약에서는 학생의 참여 권리, 즉, 학생의 권리로서 학생참여를 보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발행한 세계아동백서 2003년도 판에씌어진 내용이다.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이 존중되고, 아동(학생)참여의 보장은 우리들 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며 성인의 책임이다"   

권리로서의 학생참여를 지원하는 '기다림', '경청'의 교육

홋까이도 토까치 지역 마꾸베쯔군의  사쯔나이기타 소학교는 학생참여형 학교만들기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학교를 학생에게 되돌려 주자'라는 목표는 학생 스스로가 '성장의 주체'로, '학생은 자신이 받고 있는 교육의 방향과 결정과정에 관여하고 참여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와 같은 학생관, 교육관의 전환 속에는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자세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종래의 지도하고 지도받는 관계가 아닌, 필요에 따라서는 자기결정․ 자치활동에의 지원관계, 동반자적 관계로의 변화가 실천상의 과제였다.

'지도'에서 '지원'으로의 전환은, 일본의 교사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주도권의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떻게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 기본은 '기다림'과 '경청'이다. 학생 스스로가 자기결정과 자기형성의 주체,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도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고, 학생의 가치형성 능력을 기다리는 지원과 학생의 마음과 생각을 함께 공감한다는 의미로 '경청'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운영에서의 학생참여와 지원 - 교사․ 학부모․ 주민․ 학생의 4자 협의기구 운영

일본의 학교운영조직의 개혁과 관련해서는, 학교장의 상담역할로서 학부모와 주민대표를 참여시키는 '학교평의원'의 설치 (2001년 학교교육법 시행규칙 개정) 및 교직원과 보호자․지역주민의 삼자합의기관인 '학교운영협의회'의 설치(2004년 지방교육행정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 등을 추진하는 규칙이 있다. 그러나 양자는 모두 교장의 상담창구에 그치고 있다.

사쯔나이기타 초등학교에는 교육위원회가 만든 학교운영협의회가 설치되어 있다. 협의회는 학교평의원제도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이 설명위원으로 참여한다. 가나가와현 가와사끼시는 시가 설치한 모든 초 ․중 ․고에 교사 ․ 학부모 ․주민 ․ 학생의 4자협의기구인 '학교교육추진회의'가 있다.

지바현 히가시가사이 고등학교 등 여러 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의 결정과 학교 측의 방침이 다를 경우에 양자의 의견을 조정할 목적으로 2자협의회 설치 움직임이 있다. 나가노현에서는 보호자를 포함한 3자협의체를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할 학부모는 의식 있는 학부모는 제외하고 순종형 학부모만 고른다"는 최혜정 한국 학부모신문 대표의 말은 가슴을 찌른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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