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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꽃문양창살이다."

눈에 들어온 창살이 마음을 잡는다. 스치는 시선에 잡힌 꽃문양창살은 눈길을 잡고서 놓아주질 않는다. 화려한 모양이 세상을 돋보이게 한다. 정성들여 만든 꽃문양창살을 통해 장인의 마음을 생각할 수 있고, 정성을 본다. 꽃문양을 새기면서 들어갔을 고운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보니,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세월이 내려앉았다면 어렵지 않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세월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꽃문양창살은 만들어진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꽃문양 창살 마이산 금당사
꽃문양 창살마이산 금당사 ⓒ 정기상

백제 고찰 금당사

마이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산사다. 이름이 금으로 만든 집이란 뜻이어서 그런 것인지, 건물들은 온통 금빛이다. 지붕은 말할 것도 없고 눈에 보이는 것은 대부분 금빛으로 칠해져 있다.

바위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의 모습까지도 금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금빛이 너무 많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금빛의 귀중함을 느낄 수 없다. 그에 반해 꽃문양창살은 소중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화두처럼 마음에 의문이 생긴다.

금빛 지붕
금빛지붕 ⓒ 정기상

금이 소량이었을 때에는 그 희소성으로 인해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사방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으니, 진짜 금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앞선다. 그에 반해 꽃문양창살은 대웅전 문에만 새겨져 있다. 그 지극정성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창살을 새긴 장인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더욱 더 정이 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소성이 아니라 마음이란 생각이 든다. 인연으로 이어지는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가 아닌가. 사람의 마음이 하늘의 뜻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길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호랑이 비위 위
호랑이비위 위 ⓒ 정기상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그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갈 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인연으로 관계를 맺고 사람을 귀중하게 여기게 될 때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된다. 교만과 아집으로 자신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많다면,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금빛으로 칠해져 있는 건물의 지붕을 바라보면서 물질의 한계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금빛으로 칠한다고 하여 그 집이 금집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금빛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소중한 보물이 아닌가?

진신 사리 서가모니와 10대 제자
진신 사리서가모니와 10대 제자 ⓒ 정기상

꽃문양창살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창살이 꽃으로 이루어져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 꽃문양을 새겼을 장인의 정성과 마음이 아름답다. 사람의 마음이 아름다운 것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정성을 다하게 되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상관이 없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미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었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누렸기 때문이다. 꽃문양창살이 마음을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질만능주의의 끝은 허망하다. 그러나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무궁하다.

단아한 모습 꽃문양창살
단아한 모습꽃문양창살 ⓒ 정기상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금당사 대웅전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금빛의 허망함을 보았고 아울러 꽃문양창살을 통해서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빼놓고 무엇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마음 가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란 생각을 해본다.

어디에서 살던, 무엇을 하면서 살던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던 중요한 것은 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 충족되어 있으면 행복한 것이고, 물질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불행하다. 꽃문양창살을 바라보면서 정성과 마음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꽃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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