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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이슈는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껑충 뛰어 버린 채솟값입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배추가 있습니다. 배춧값이 1만5000원을 넘겼다는 뉴스, 만원짜리 지폐를 '배춧잎'이라고 부르더니, 그 말이 사실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요.

저는 지난 1월부터 채식을 시작한 채식주의자입니다. 집에서 만드는 채식요리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방문자수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어느덧 다양한 채소를 이용한 채식 요리를 만드는 게 제 일상의 행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장보러 가는 게 즐겁지가 않네요.

즐거웠던 장보기가 즐겁지 않아진 요즘

채솟값이 폭등하면서 예전만큼 충분히 채소를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 레시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채식요리를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죠. 그나마 얼마전 두부김치찜 레시피를 블로그에 올리며, 배춧값이 너무 올라 올해 김장은 안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했더니, 블로그를 자주 찾는 이웃들이 한 마디씩 거듭니다.

"2주 전에 배추 살 땐 1포기에 4000원 정도였는데 2주 사이에 그리 많이 오르다니…. 이럴 줄 알았음 그때 많이 사서 더 담가놓을 걸 잘못 했어요. 배추 직거래 하는 곳을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올해는 김장이란 걸 해보려고 했는데…."
"아침마다 토스트에 양배추 채 썰어 소스 찍어먹고 출근하는데, 양배추를 사기가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동네마트에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둘러봐도 모든 채소값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양상치에 비해 저렴해서 자주 먹던 양배추는 오히려 배추보다 더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장보러 갔다가 채소 없이 빈 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이어집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식탁에 자주 올리는 메뉴는 아무래도 집반찬들(장아찌 류)과 만만한 묵은지, 김, 두부, 견과류, 단호박, 양파, 버섯류 등 입니다. 산으로 올라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죠. 다행히 부지런한 부모님을 둔 덕에 여기저기 다니시며 늙은 호박, 애호박, 표고버섯, 산밤, 미나리, 달래 등 반찬거리들을 수시로 가져다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채솟값 폭등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 1] 동네마트대신 재래시장으로

재래시장 풍경 손님이 많이 줄어들어 주름살이 더 늘어난다는 할머님들
▲ 재래시장 풍경 손님이 많이 줄어들어 주름살이 더 늘어난다는 할머님들
ⓒ 류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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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보다는 아무래도 재래시장 채소들이 저렴할 테니 시장에 들렀습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분들은 그 흔한 리어카 한 대 없이 좌판을 벌린 할머니들입니다. 장날이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그 자리에 앉아 댁에서 손질해 온 여러 가지 계절 채소들이나 곡식들을 팔고 계십니다.

이날 호박은 개당 2000원에 팔고 계셨어요. 참고로 동네 마트에는 3800원이에요. 고구마 줄기 3000원,  햇밤 4000원, 국산 햇땅콩 4000원에 팔고 계셨어요. 할머니가 파는 잘 손질된 채소도 사고 재래시장 시세를 알아볼 겸 요즘 경기는 어떠신지 여쭤봤어요.

"채소가 비싸다고 장보러 오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겨서 너무 속상해. 거기다 내다 팔 것도 별로 없어. 밭에서 키우던 농작물들이 지난 비에 다 쓰러지고 망했지 뭐야. 거기서 조금씩 추려다 팔긴 하지만, 우리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채솟값폭등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2] 재래시장도 두렵다면 알뜰시장으로

아파트 알뜰시장  재래시장만큼 저렴한 가격의 채소들
▲ 아파트 알뜰시장 재래시장만큼 저렴한 가격의 채소들
ⓒ 류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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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트도 재래시장도 왠지 비싼 거 같다고요? 그렇다면 주변 아파트의 알뜰시장 요일을 알아보세요. 채소들을 이른 아침에 떼어다 팔고 있어서 모두 싱싱하고 가격도 적당합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렴한 편입니다.

배추 한통에 8,000원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여전히 비싼 배추
▲ 배추 한통에 8,000원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여전히 비싼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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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용인 처인구 아파트 알뜰시장에서 배추 한 통에 8000원씩 판매되었습니다. 전에는 저렇게 한 통씩 낱개포장 따위는 없었어요. 대형마트에서 1만5000원이상에 판매되고 있다는데, 그나마 저렴했습니다.

"배추가 너무 비싸서 한 통씩 사가나 봐요?"
"아이구, 그나마도 안 팔려. 이제 곧 수입산배추가 들어와서 2000~3000원 사이에 거래가 될 거야. 우리도 국산을 떼어다 팔고 싶은데, 팔리지도 않는 배추 가지고 다녀봐야 나도 손해만 보지."

양배추 8,000원 수입브로콜리가 그나마 가장 저렴하다
▲ 양배추 8,000원 수입브로콜리가 그나마 가장 저렴하다
ⓒ 류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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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수입산이라도 좋으니 저는 이날 브로콜리(1500원), 가장 싼 청경채(1000원)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가격이 올라 자주 못 먹게 된 케일 대신 청경채로 그린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려고요.  

지난주 트위터에서 "지리산 농부가 산지가격으로 배추 직거래"라는 내용이 무한RT되었습니다. 괴산절임배추에 이어 두 번째로 배추 주문폭주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RT를 그만해달라는 호소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채솟값폭등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 3] 유기농산물 거래처를 찾아보자

그린스무디 간단한 재료로 건강음료를 만들어보세요
▲ 그린스무디 간단한 재료로 건강음료를 만들어보세요
ⓒ 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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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오히려 유기농채소들이 더 저렴하다는 소식입니다. 직거래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사전 계약을 통해 계획재배를 한 탓에 시세를 그리 크게 타지 않는다고 하네요. 채식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유기농산물사이트에서는 적양배추를 1통(400~600g)에 1400원, 오이 3개에 1600원 정도로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니 "지역공동체에 갔더니 유기농 애호박 1600원 하더라", "이참에 나도 한 번 온라인에서 장이나 볼까?"하는 이야기도 블로그에 종종 오더라구요.

이렇듯, 늘상 채소 위주로 식탁을 차리던 저는 요즘 들어 대체식품 찾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매일 좋아하는 채소를 줄여야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요. 채식주의자는 요즘 뭐 먹고 사냐고요? 이러고 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채소값#채식주의#재래시장#아파트알뜰시장#유기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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