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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AS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우일렉 서비스센터.
아이폰 AS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대우일렉 서비스센터. ⓒ 김시연

"대기 손님만 없으면 오셔서 바로 수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2일 오전 서울 강북에 있는 한 대우일렉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이곳을 비롯한 전국 64개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에선 10월 1일부터 애플 아이폰4뿐 아니라 3Gs, 3G 등 아이폰 전 제품 수리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홍보가 덜 된 탓인지 기다리는 고객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고 그나마 범퍼 예약 때문에 온 아이폰4 고객들이 많았다.

그동안 코원, 테팔, 브라운 등 종합가전제품 수리까지 대행해온 이곳에선 최근 아이폰 전담 기술자도 3명이나 확보하는 등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아이폰 AS(애프터서비스) 정책이나 수리 과정, 수리 비용 등 민감한 내용 공개는 꺼렸다. 아이폰 AS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탓이다.  

사설업체 여유... "애플이 AS하면 무상 리퍼 더 엄격해져"

지난달 10일 아이폰4 출시에 맞춰 KT의 아이폰 AS 업무를 애플코리아에서 직접 맡기로 하면서 '부분 수리'도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이른바 '리퍼비시(재생산품)'라 불리는 '서비스제품'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제품 하자면 무상이지만 침수, 파손 등 고객 과실일 경우 경중에 관계없이 최소 29만 원에서 최대 80만 원에 이르는 리퍼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했다.   

지난 달부터 부분 수리가 가능해졌지만 대상 부품은 아직 제한적이었다. 현재 아이폰4는 뒷면 강화유리(3만9000원), 카메라(7만9000원), 모터 및 바이브레이션(3만9000원) 등 3가지, 아이폰 3Gs는 상판(디스플레이)과 하판(보드) 등 2가지 부품만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아이폰4 앞면 강화유리 등 다른 부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전히 리퍼 제품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애초 아이폰 부분 수리로 큰 타격이 예상되던 사설수리업체가 비교적 느긋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용산에서 아이폰 사설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임용준씨는 "공인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해주는 부품은 전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오히려 AS 주체가 KT에서 애플 위탁 업체로 바뀌면서 무상 리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는 누리꾼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금까지 애플에서 직접 AS를 해온 아이팟터치의 경우 제품 하자가 있더라도 표면에 흠집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무상 리퍼를 거부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올해 초 2~3군데에 불과하던 아이폰/아이팟 사설수리업체가 그 사이 70여 군데로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용산의 한 아이폰 사설수리업체에서 아이폰 3Gs 인쇄 회로 기판을 분해한 모습.
용산의 한 아이폰 사설수리업체에서 아이폰 3Gs 인쇄 회로 기판을 분해한 모습. ⓒ 김시연

미국은 30일, 한국은 하루만 지나도 '리퍼폰'... 억울하면 환불하라?

'리퍼비시'를 둘러싼 논란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플에선 리퍼 제품 역시 중고 부품을 일부 사용했을 뿐 공장에서 동일한 생산 공정을 거쳐 '새 제품'과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 정상적인 '판매용 제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제품 구입 후 30일 이내에 문제가 확인될 경우 '판매용 제품'으로 교환해주지만, 국내에선 판매 당일만 가능하고 이튿날부터 14일까지는 리퍼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폰4 리퍼 제품을 '판매용 제품'보다 50달러(약 5만 5천 원) 할인 판매하는 걸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14일 이내에 불량이 확인되면 개통 취소(환불)는 가능하지만 아이폰4 예약 대기가 밀린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리퍼 제품을 쓰는 고객도 있다.

일부 서비스센터에서 리퍼 제품을 '새 제품'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보름 전 아이폰4를 예약 개통한 김준범(29)씨는 통화 품질 불량 때문에 얼마 전 서비스센터를 찾았다가 당황했다. 제품 불량을 확인한 센터 직원은 '새 제품'이라면서 판매용 제품 상자와는 달리 노란 종이 상자에 든 제품으로 바꿔 줬는데, 제품 시리얼 넘버에 '리퍼비시'를 뜻하는 'R' 표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가 직원에게 '이건 새 제품이 아니라 리퍼폰 아니냐'고 따지자, 그 직원은 회사에서 '리퍼폰'이란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한다며 '새 제품'으로 교육받았다는 것이다.

 미국 통신사인 AT&T에선 아이폰4 리퍼 제품들을 정가보다 50달러 싸게 판매하고 있다.
미국 통신사인 AT&T에선 아이폰4 리퍼 제품들을 정가보다 50달러 싸게 판매하고 있다. ⓒ AT&T

국감으로 번진 아이폰 AS 논쟁... 애플은 또 불참?

스스로 '아이폰 추종자'라고 밝힌 김씨는 "리퍼비시 제도는 좋게 보지만 제품에 리퍼 표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고객에게 새 제품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면서 "더구나 개통 당일 제품 불량 확인이 쉽지 않은데도 하루만 지나도 무조건 리퍼폰으로 바꿔주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에선 공식적으로 '리퍼폰'이란 말 대신 '서비스 제품'이나 '서비스 유닛'이란 용어를 쓰는데 서비스센터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아이폰 약관에는 '새 제품이나 새 제품에 가까운 제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돼 있고, 실제 서비스 제품에는 새 제품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제품'이든 '새 제품에 가까운 제품'이든 '판매용 제품'이 아닌 이상 '리퍼폰'일 뿐이다. 다만 제품 구매 후 30일까지 허용되는 미국과 달리 '판매용 제품' 교환이 개통 당일만 가능한 문제에 대해선 KT에 책임을 돌렸다.    

2일 아이폰4 범퍼 예약 때문에 서비스센터를 찾은 회사원 신형준(26)씨는 "부분 수리보다 돈이 더 들더라도 리퍼가 더 좋다"고 말한다. "제품에 흠집이라도 날까봐 애지중지하기보다 문제가 생기면 새 제품과 다를 바 없는 리퍼 제품으로 바꿔 쓰겠다"는 것이다. 국내에 '부분 수리'가 도입된 것이 오히려 '리퍼폰'의 장점을 더 부각시킨 셈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리퍼폰'이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한국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AS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이폰 AS 문제는 오는 5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국감과 11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연거푸 다뤄질 예정이다. KT와 함께 애플코리아 관계자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가운데 지난해처럼 '불출석'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외산폰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아이폰 100만 시대엔 더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4가 KT를 통해 국내 출시된 지난 9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이 아이폰4를 만져보고 있다.
아이폰4가 KT를 통해 국내 출시된 지난 9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예약가입자들이 아이폰4를 만져보고 있다. ⓒ 유성호


#아이폰#애플#KT#리퍼폰#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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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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