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SBS 새 월화드라마 <닥터 챔프>의 당찬 여주인공 김연우.
SBS 새 월화드라마 <닥터 챔프>의 당찬 여주인공 김연우. ⓒ SBS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거의 빼먹지 않고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욕망의 크기는 작품마다 천차만별이다. 지난주에 시작한 <도망자 Plan.B>나 <욕망의 불꽃> 같은 경우에는 "곽정환 감독에 천성일 작가가 만났는데 당연히 봐야지"라거나, "정하연 작가에 유승호 캐스팅이라, 이건 안 볼 수가 없지"라는 등 비교적 높은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드라마들이었다.

반면 마찬가지로 지난주에 시작한 SBS 새 월화드라마 <닥터 챔프>는 큰 기대감 없이 시청한 경우였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의사의 이야기. 신선하지만 확 와닿지는 않았다. 엄태웅, 김소연, 정겨운, 차예련으로 이어지는 주연배우 라인업은 훌륭하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중간 단계. 다소 막연한 의무감으로 TV 앞에 앉았던 나는, 그러나 정확히 1시간 뒤 감탄의 탄성을 내지르고야 말았다.

"이거, 물건이잖아!"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연우는 서 교수와 대립해 병원에서 쫓겨나고 만다.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연우는 서 교수와 대립해 병원에서 쫓겨나고 만다. ⓒ SBS 화면캡쳐

드라마는 시작과 함께 주인공 김연우(김소연 분)의 캐릭터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배경을 전달하는 데 충실한다. 대학병원 정형외과의 치프 레지던트. 전문의 자격증을 딴 연우는 지방대 출신이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우수한 인재다. 의료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 교수(조민기 분)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대학병원에 스태프로 남을 것을 약속받았던 그녀는, 그러나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서 교수가 수술 도중 의료 과실을 저지르고도 단순한 사고인양 무마하려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그러나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는 모른 척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을 밝히고자 마음먹었고, 그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더 이상 한국에서 의사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었다. 모든 걸 잃어 버린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태릉선수촌. 그곳에서 그녀는 이도욱(엄태웅 분)을 만난다.

도욱은 수영 국가대표였지만 다리 부상으로 선수로서의 미래와 사랑 모두를 잃고 태릉선수촌을 떠나야했다. 그러나 존스홉킨스에서 박지성과 박찬호의 재활치료를 담당했던 유능한 의사로 성공해 태릉선수촌의 의무실장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그는 과거 자신을 떠났던 옛사랑 희영(차예련 분)과 조우하고, 다시금 옛일을 떠올린다.

연우는 의사로 유능하고 당차지만 골칫덩어리 오빠 때문에 힘들어하고, 지헌(정겨운 분)은 밝고 씩씩하지만 형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부채가 있다. 도욱은 까칠함 속에 정이 있고, 희영은 남편의 외도에 힘들어 하는 만큼 일에 매달린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다. <닥터 챔프>는 초반 2회 만에 이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따뜻한 색감이 잘 묻어나는 화면에 훌륭히 담아냈다.

냉엄한 태릉선수촌에서 성장해나가는 연우

 태릉선수촌은 메달이 곧 그 사람의 가치가 되는 냉엄한 세계다.
태릉선수촌은 메달이 곧 그 사람의 가치가 되는 냉엄한 세계다. ⓒ SBS 화면캡쳐

드라마의 배경인 태릉선수촌이 주는 매력은 <닥터 챔프>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오직 금메달을 향해 치열하게 내달리는 선수들의 터전인 태릉선수촌은 단지 국가대표 합숙소의 의미로 머물지 않는다. 메달의 존재가, 선수의 실력이 곧 그 사람의 가치로 환원되는 냉정한 세계. 태릉선수촌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잘 나가는 선수의 방송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팀 전체 훈련 스케줄은 쉽게 조정되고, 대외 행사에 참석하기 귀찮아 하는 에이스를 대신해 자신이 가겠다고 나서는 선수에게 코치는 "참석하고 싶으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부터 따라"고 말한다. 태릉선수촌의 포커스는 언제나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맞춰져 있다.

이 냉엄한 현실에 발을 들여놓는 연우는 아직 이 세계를 잘 알지 못한다. 아직까지 그녀에게 태릉선수촌은 그저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준 고마운 직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녀에게 선수들은 바깥 병원에서 진료하던 일반 환자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다. 그래서 그녀는 운동에 목숨을 거는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후보 4명 중 정답이어서가 아니라 정답에 가까웠기 때문에 뽑았다"는 도욱의 말은 그녀가 아직 태릉선수촌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의사가 아님을 의미한다. 연우는 몸이 아파도 훈련에 빠질 수 없다고 말하는 선수를 이해할 수 없고, 컨디션이 안 좋다는 선수에게 너무나 쉽게 수액 처방을 내린다. 그녀는 선수들에게 운동이 단순한 생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 연우에게 지헌은 "입장 바꿔서 누가 당신에게 의사노릇 하지 말라고 한다면 어떻겠느냐"고 묻고, 연우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간경변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권투 선수는 쉽게 선수촌을 떠나지 못하고, 그가 흘린 뜨거운 눈물을 목격한 연우는 조금이지만 태릉선수촌의 선수들에게 운동이 얼마만큼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곳의 선수들에게 운동은, 단순한 생업이 아닌 인생 그 자체였다.

<닥터 챔프>는 말하자면 한 인간의 성장기다. 오직 뛰어난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렸던 연우가 태릉선수촌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면서 단지 병을 치유하는 의사에서 환자의 인생을 돌아볼 줄 아는 큰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이끌어줄 도욱이라는 멘토가 있고,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는 지헌이 있다. 연우가 정답이 되어가는 여정, 그것이 <닥터 챔프>다.

우리가 즐길 시간은 아직  6주나 남아 있다

 영화 같은 느낌의 화면을 만드는 캐논의 EOS 5D Mark Ⅱ.
영화 같은 느낌의 화면을 만드는 캐논의 EOS 5D Mark Ⅱ. ⓒ SBS 화면캡쳐

그 여정을 도와주는 또 다른 고마운 존재가 있으니, 바로 캐논의 DSLR 카메라인 EOS 5D Mark Ⅱ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같은 느낌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를 찾다가 5D Mark Ⅱ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처럼, <닥터 챔프>는 선명한 화질과 빼어난 색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 데에는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이 한몫했다. 김소연은 정의롭고 유능하지만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연우를 잘 표현했고, 정겨운은 언제나 유쾌하고 씩씩한 지헌을 무난히 소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욱 역의 엄태웅은 과거의 상처를 가슴에 묻어둔 채 시니컬과 애증의 사이를 오가는 도욱을 완벽하게 연기해주고 있다.

조금의 깨달음이 있었지만 아직 연우는 선수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도욱은 "김연우 선생은 언제쯤 정답이 될까. 내가 고른 답이 정답이었으면 좋겠는데"라며 한숨을 쉰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제 막 시작했고, 시간은 충분하다. 연우는 느리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을 것이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TV를 틀 때마다 그녀가 얼마만큼 성장했을지 확인하는 즐거움을, 우리는 앞으로 6주나 더 맛볼 수 있다.


#닥터챔프#김소연#엄태웅#태릉선수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