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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지 배추밭→여주 이포보 공사 현장→광주 5.18민주묘역→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취임 사흘 째를 맞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남긴 자취다. 취임 이틀째인 5일 찾아간 강원도 평창의 배추밭에서는 당 대표 경선 레이스 내내 강조했던 '생활정치'에 대한 의지가, 4대강 공사 현장인 여주 이포보에서는 강력한 대여 투쟁 의지가 읽혔다. 

취임 사흘 째 손 대표는 광주와 김해를 동시에 찾았다. 오전엔 광주, 오후엔 봉하마을까지 민주당의 상징적 '성지'인 두 곳을 모두 방문한 데에는 손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정통성' 논란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취임 첫날에는 동교동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예방하기도 했다. 이른바 '적통' 행보다

적통 행보 나선 손학규 '정통성 논란 끝내겠다'

이날 광주에서도 그는 당 대표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호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5·18 묘역 방명록에 "광주 영령 앞에 2012년 정권교체를 바치겠습니다"라고 썼고 곧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광주는 모든 민주세력의 정신적 고향이며 근원"이라고 치켜올렸다. .

또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어진다)라고 했는데 특히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며 "며 "전당대회를 계기로 모든 민주진보세력이 광주정신 하나로 뭉치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

손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임기중 관계가 껄끄러웠다. 손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독설을 퍼부었고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정리한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이에 대한 강한 유감이 드러나 있다.

자서전에는 "한나라당에서 나를 가리켜 경포대라고 했다. 나도 예전에 사실을 잘못 알고 비판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고의로 사실을 왜곡해서 남을 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을 한 분이 당을 옮겨 이쪽으로 건너왔다. 할 말이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또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손 대표에게 "보따리 장수"라는 비아냥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손 대표가 내놓은 반성의 강도는 높았다. 그는 "내가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을 때 국가원수였던 노무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뇌하고 고민하고 진심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지금도 있다"고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 묘역에 무릎 꿇은 손학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새 지도부와 함께 6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새 지도부와 함께 6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 민주당 경남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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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노 대통령에게 파주 LCD 단지 허가해 달라고 조르고 떼쓰고 못살게 굴었다"며 "노 대통령이 준공식 연설 중 환하게 웃으며 '손 지사님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말씀했고 저는 벌떡 일어나 90도로 절했다"고 소개했다.

손 대표는 "노 대통령과 손학규의 관계는 그것이 본 모습"이라며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한 노 대통령의 뜻을 받들고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성문은 친노에 대한 '러브콜'로 읽혔다. 그만큼 손 대표에게 친노와의 화해는 절실한 과제다.

손 대표가 비록 치열했던 당 대표 경선에서 승자가 됐지만 지도부 내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은 물론,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박주선· 천정배·조배숙 최고위원 등 쇄신연대파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은 대표의 생각이 아니라 당헌과 강령, 당원들의 요구와 생각"이라며 "보편적 복지를 명시한 진보적인 당헌강령을 서랍에 넣어서는 안된다"고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천정배 최고위원 등도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연일 손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0순위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승리한 손 대표에게 절실한 '친노' 끌어안기

손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사이의 경기지사 후보단일화의 산파 역할을 맡았고 당시 유시민 후보를 적극 지원한 바 있다. 갈등을 빚었던 '친노'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었지만 냉기는 여전했다. 친노계는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을 적극 지지했다. 486 그룹 독자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경선에 나섰던 백원우 의원도 중도 사퇴한 후 정 최고위원을 지원했다.

대권을 꿈꾸는 손 대표에게 남은 임기는 14개월 뿐이다. 당권과 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와 최고위원은 1년 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손 대표에게 당의 안정적 운영과 대권가도 준비를 위해서 절실한 것은 어정쩡한 거리를 두고 있는 친노 끌어안기다. 또 이인영 최고위원을 필두로 독자행보를 선언한 486 그룹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당분간 손 대표의 자취는 이들을 끌어올 강력한 자장을 형성할 재료가 있는 곳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손학규, #노무현, #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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