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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바쁜 현대에서 우리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맛집을 돌며 일반화되고 계량화된 음식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정이 가득한 음식, 추억과 향수에 젖는 음식을 그리워하며, 지난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따스한 음식을 그리워하고 흘러가는 세월에 아쉬워하고 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계절 가을! 그만큼 자연이 아름답고 먹을것이 많아서 즐거운 이 시절, 풍성하고 다양한 먹을거리와 부대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만추의 서정이 물드는 지난 7일, 대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음식관광박람회 현장을 찾아 슬로푸드가 주는 그리움과 추억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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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엑스코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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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음식이 어우러진 가을 밤의 향연

"캬! 흐느끼는 색소폰 소리! 역시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색소폰 아닐까 싶네요."

장난스런 사회자의 멘트에 관객들은 환호를 보내며, 마치 야외 레스토랑에 온 기분으로 음식을 즐기기 시작한다. 무르익은 가을 저녁에 은은한 색소폰 연주와 함께 굽고, 볶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음식 마당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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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박람회 콘서트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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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람회장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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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조리, 푸드스타일링 등의 음식 관련 학과가 있는 지역 내 대학에서도 이 기회를 놓치니 않고 솜씨 자랑 중이다. 대학생들의 재기 발랄함이 묻어나는 음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특히 버섯, 호박, 밤 등의 가을느낌이 물씬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 젊은 감각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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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영 펌프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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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느낌의 테이블 셋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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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을 이용한 가을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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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밤을 이용한 어르신 상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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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연구가들의 경우 향토음식과 전통음식에 치중하여 작품을 선보였다. 오랫동안 숙성된 장아찌들을 종류별로 내놓은 상에서는 간장과 채소가 어우러져 곰삭은 향내가 진동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없던 엉겅퀴 장아찌 등 약용으로 먹어도 손색없는 슬로 푸드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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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겅퀴 장아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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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역사와 함께 하는 음식

1) 50, 60년대 
대구 음식관광박람회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지난 시절의 추억이 묻은 음식의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0, 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도시락과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학용품들을 함께 전시했다.

한국전쟁 직후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도시락으로 싸가던 옥수수와 꽁보리밥 주먹밥, 반찬이라곤 고추장과 짠지 하나뿐이던 양은 도시락, 학교에서 쓰던 주판, 시험지, 함석 주전자 등이 노년층의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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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0년대 음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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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0년대-주먹밥, 옥수수, 꽁보리밥 도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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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0년대 물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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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0년대
혼분식 장려운동과 연관할 수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서 도시락도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었지만 쌀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잡곡을 함께 먹도록 장려했음을 알 수 있다. 김치 하나로 김밥을 말아서 소풍 가던 시절, 계란 프라이 하나 얹은 도시락을 꺼내는 기쁨 등등. 이 시절 점심시간 풍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엄마가 불러주신 문장을 받아쓰기 공책에 적으며 국어 공부를 하고, 선도부 명찰을 단 6학년 형이 교문을 지키던 학교를 회상하는 것은 이제 먼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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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도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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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물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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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80년대
88서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는 기쁨으로 들떠서 보내던 시절이다. 더불어 국민들의 식생활도 날로 향상되어 제법 보기 좋은 도시락이 등장하게 된다.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일본 만화주인공의 얼굴이 그려진 책가방을 들고 등교해서 소시지, 계란말이, 어묵 졸임이 든 도시락을 먹던 시절,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더 멋진 신세계가 기다리리라 온 국민이 열망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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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도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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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도시락과 물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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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책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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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사와 함께 하는 음식
'음식'하면 전통 상차림의 격식을 빼 놓을 수가 없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보수적이고 격식있는 음식문화가 발달돼 왔기에 각종 혼례나 아기 돌상, 제례 차림 등이 독특하다. 그와 관련된 자료들이 함께 전시 중이므로 역사와 함께 하는 음식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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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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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향토음식

대구의 향토 음식은 동인동 찜갈비, 막창구이, 양념 오뎅 등 맵고 화끈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경상도 사람의 화끈한 기질과 비슷한 이 음식들은 맵고 짜고 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서민 누구나 즐겨먹는 음식이 됐으며 지금은 대구 관광의 주력 상품이 되었다.

1) 동인동 찜갈비
70년대 부터 향토 음식화 된 것으로, 파와 마늘 및 고춧가루 등으로 벌겋게 양념한 소갈비를 익혀서 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담아주는 음식이다. 소주 한잔을 곁들여 안주 삼아 먹고, 남은 국물에는 밥을 비벼먹는다. 찌그러진 그릇이 주는 묘한 향수가 곁들여져서 술 안주로 손색이 없으며, 끼니과 안주들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석이조의 음식이다. 현재는 대구 동인동 일대에 찜갈비 골목이 조성됐다. 이제 산뜻한 인테리어와 편리한 주차시설을 갖춘 가게에서 옛향수에 젖는 이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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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인동 찜갈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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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따로 국밥
대구의 대표 음식 격인 따로 국밥은 50년대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국에다 밥을 함께 말아서 팔았다. 그러다 국과 밥을 따로 담아주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국 따로, 밥 따로'라고 주문을 받았는데, 이후 '따로 국밥'이란 용어가 생겼다고 한다. 맛보다는 그 음식이 가진 스토리텔링이 더 의미 있을 때도 있다. 현재는 대구 공평동 인근에 조성된 따로국밥 가게들이 그 시절의 추억을 잇고 싶은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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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따로국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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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막창 요리
대구 음식 문화의 특성 중 하나는 질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즐긴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에서 막창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는 음식이며 칼슘 함량이 높은 재료의 특성상 어린이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원래는 먹지 않던  부위인 소의 막창을 밀가루 등에 넣고 치대어 비린내를 제거한 뒤 연탄 불에 즉석에서 구워먹는다. 된장 등으로 맛을 낸 특제 소스에 찍어서 그 고소한 맛을 즐기다 보면 함께 자리한 사람들과의 정도 새록새록 깊어진다. 최근에는 한약재를 이용한 한방 막창 요리 등이 개발되어 다양한 막창요리를 즐 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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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막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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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념오뎅
대구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양념 오뎅은 교동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을 이어가고 있다. 고춧가루와 파마늘로 양념한 국물에 오뎅을 넣어서 고추가루 양념장에 찍어먹는 음식으로서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젊은이들에게 크게 인기있는 음식이란 특성상 대학가 등에도 널리 퍼져 있다.

이 행사에 초대받아서 음식 시식과 판매를 하고 있는 양념 오뎅 상인 역시 젊은 남녀로서 어머니가 직접 손으로 반죽을 밀고 17가지 야채와 고기, 당면을 넣은 '나뭇잎 손만두'를 양념 오뎅과 곁들여 팔고 있다. 여러 가지 개발 끝에 일반적 양념오뎅과 다른 차별화를 위해 먹는 방법 또한 변화를 주었는데, 콩나물을 아삭하게 익혀서 만두와 오뎅 위에 얹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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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잎 손만두, 통나물 양념오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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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치찜
대구 종로 입구에는 김치찜 골목이 많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즐겨먹는 김치는 요리 방식이 무궁무진하고 변화 가능성이 많은 식재료라 할 것이다. 돼지 통삼겹과 어우러진 매콤한 김치찜은 대구의 명물로서 자리잡아가며 음식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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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김과 김치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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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관련 부대 행사

음식은 땅위에서만 먹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김소연씨가 몇 년 전 우주 비행시에 먹었던 '우주식'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주 비빔밥, 라면, 김치, 미역국 등의 한식이 레토르트 용기나 캔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음식 문화를 이번 박람회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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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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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장 한쪽에서는 요리 경연이 한창이다. 매일 서너개 팀 정도가 요리 경연에 참석하여 실력을 겨루고 관람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양요리와 한식을 구분하여 박람회장 한 쪽에서 경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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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경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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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로 소통하는 시대

문화와 관광이 이 시대 화두가 된 지금, 음식을 통한 향토 문화 알리기를 바탕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다. 또 슬로푸드를 통해 건강한 식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건강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 역시 이 행사의 취지이기도 하다.

난립하는 패스트푸드의 해악성, 지역 먹을거리의 필요성, '산업형 농업'으로 인한 생태적 위기, 전통문화 보전의 욕구 등은 더 많은 슬로푸드의 등장과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며, 과거와 현재의 음식문화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장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대구 음식관광박람회는 오는 10일 일요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다.


태그:#대구음식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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