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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감나무 모두 홍시가 되진 않았지만 감나무를 흔들면 최소한 서너개는 떨어진다.
마당의 감나무모두 홍시가 되진 않았지만 감나무를 흔들면 최소한 서너개는 떨어진다. ⓒ 홍경석

며칠째 치통이 심해 꽤 고생하는 중입니다. 식사를 할 적에도 김치를 씹는다는 건 언감생심이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부드러운 음식, 예컨대 두부라든가 기타 치아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걸로 '가까스로'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이같은 고생을 하느니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간단하다 하겠지만 그건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예전에 치과를 다니며 고생을 혁혁하게 해 본 경험도 경험이거니와 그에 편승하여 돈이 워낙에 많이 들어가는 까닭으로 솔직히 치과엔 갈 엄두조차 나지 않은 지 오래라는 것이죠.

 

아무튼 오늘도 치아가 많이 아파서 오전 근무만 마치고 조퇴하였습니다. 벌건 대낮부터 잠을 잘 수는 없고 하여 샤워를 마친 뒤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책을 펴고 독서삼매경에 들어갔지요. 그 즈음 밖의 마당에 우뚝 서 있는 감나무가 마구 흔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열린 창으로 밖을 내다보니 누군가가 얼추 다 익은 감을 따 먹을 요량으로 감나무를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런! 나는 아직 개시조차도 않은 남의 집 감을…' 괘씸한 생각이 들어 슬리퍼를 신고 도둑고양이처럼 현관문을 조용히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곤 살금살금 마당을 지나 대문을 와락 열었지요.

 

그러나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화들짝 놀란 '감도둑'은 바로 길을 가는 어떤 할머니셨습니다. "우욱~!" 몰래 하나 따먹고자 한 것이 그러나 감나무 주인에게 딱 걸렸다는 자각에 놀란 할머니는 입에 홍시가 걸린 채로 그만 얼어붙듯 하신 것이었지요.

 

거실에서 바라본 대문 쪽의 풍경 담이 낮은 관계로 누가 감나무를 흔들어도 금세 눈치를 챌 수 있는 구조다.
거실에서 바라본 대문 쪽의 풍경담이 낮은 관계로 누가 감나무를 흔들어도 금세 눈치를 챌 수 있는 구조다. ⓒ 홍경석

순간 제가 더 미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저러시다가 혹여 체하기라도 한다면! 저는 서둘러 할머니를 진정시켜 드리느라 바빠야 했습니다.

 

"할머니, 어서 드세요. 하지만 천천히 드세요. 그리고 떨어진 저 감들도 다 가지고 가시고요."

 

한눈에 보기에도 칠순은 돼 보이는 할머니는 생면부지의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치아가 거의 없으신 분이 얼마나 홍시가 드시고 싶었음 그러셨을까 싶어 마음이 짠하더군요.

 

더욱이 제가 요즘 이가 너무 아파 먹을 걸 제대로 먹지 못 하는 중이다보니 그 할머니가 길을 가시다가 저의 집 마당에 줄줄이로 걸린 홍시를 보시곤 그만 견물생심의 욕심이 발동했음을 어찌 인지상정으로 모를 리 있었겠습니까!

 

대저 치아가 아프면 잘 익은 홍시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가을철의 별미가 또 없는 때문입니다.

 

"미안해유! 여길 지나려다보니 저렇게 울창한 홍시가 너무도 먹고 싶어서 그만."

 

저는 할머니가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도망치듯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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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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