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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충남도민정상회의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1차 충남도민정상회의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심규상

 '오늘 하루, 당신이 도지사입니다.' 제1차 충남도민정상회의가 롯데부여리조트에서 300여 명의 일일 도지사가 모인 가운데 20일 오전 10시 개회됐다.
'오늘 하루, 당신이 도지사입니다.' 제1차 충남도민정상회의가 롯데부여리조트에서 300여 명의 일일 도지사가 모인 가운데 20일 오전 10시 개회됐다. ⓒ 심규상

지난 20일 충청남도가 도내 300여 명의 각계각층 전문가 및 일반 도민 등을 초청, 민선 5기 전략과제 선정을 위한 충남도민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에 대해 자유선진당 소속 충남도의원이 이를 "도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나서 참석자들은 물론, 동료의원에게까지 비난을 받고 있다.

자유선진당 김용필(비례대표·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도의원은 지난 26일 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의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뒷전으로 한 채, 법과 조례에도 없는 도민정상회의를 추진하는 발상은 '직접민주주의'라는 포퓰리즘으로 지방의회를 유린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우선 도민정상회의가 열리던 20일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가 (벼가 탈수되면서 이삭이 하얗게 변해 여물지 않는) 백수 피해를 당한 서산과 태안 지역 등을 돌아본 것을 상기시키면서 "농민들은 절규하는데, 도지사는 어디에 있었느냐"면서 "부여 사비룸에서 도민정상회의를 열었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꾸짖었다.

 김용필(자유선진당, 비례대표) 충남도의원.
김용필(자유선진당, 비례대표) 충남도의원. ⓒ 충남도의회
그는 또 "법에 의해 설립된 도의회가 농수산업인들의 아픔을 헤아리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던 그 시간에, 농업인들의 절규를 헤아리지 않고 있던 도지사가 무슨 도민정상회의를 한단 말이냐"면서 "도지사는 단 한 번이라도 충남도의회 의장과 도정 현안을 두고 대화를 한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가 어떤 사람이 도지사에게 도민정상회의라는 해괴한 건의를 하였느냐, 그들은 도지사에게 선과 후, 경과 중을 판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의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뒷전으로 한 채 도민정상회의를 추진하는 발상은 '직접민주주의'라는 포퓰리즘으로 지방의회를 유린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끝으로 "앞으로 제2, 제3의 도민정상회의를 추진할 계획이 있다면 당장 그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의회를 무시하는 도민정상회의는 또 다른 반목과 싸움만 부추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안 지사 이미 지난달 백수 피해 현장 방문... 김 도의원, 사실관계도 호도

이러한 김용필 도의원의 5분 발언을 통한 지적에 대해 도민정상회의 참석자는 물론 동료의원들까지 김 도의원의 평소 행태를 지적하며 맹비난하고 있다. 김 도의원이 사실을 왜곡하면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

실제 김 도의원은 안희정 지사가 백수 피해 현장에 찾아오지 않은 것을 지적했으나, 안 지사는 이미 지난달 28일 백수 피해 지역인 서산과 태안 등을 돌아보고 농민들을 만나 고충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가 눈물을 흘려 지역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안 지사는 서산시 문화회관에서 '주민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 백수 피해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며, 그 다음날인 29일 이른 아침 충남도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백수 피해 보상에 필요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도의원이 도의원들의 백수 피해 현장 방문에 안 지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도민정상회의 개최를 비난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산 천수만 AB지구 백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서산시 노상근 주민지원국장, 유상곤 서산시장, 안희정 지사, 맹정호 도의원.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산 천수만 AB지구 백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서산시 노상근 주민지원국장, 유상곤 서산시장, 안희정 지사, 맹정호 도의원. ⓒ 충남도

도의회 백수 피해 현장 방문, 과도한 접대로 뒷말만 무성

뿐만 아니라, 오히려 충남도의회의 이날 백수 피해 현장 방문을 두고 지역에서는 뒷말이 더 무성한 상황이다. 도의원들이 농민들 위로하겠다고 현장을 방문했으나, 오히려 농협으로부터 식사 접대를 받는 등 지역주민들로부터 원성만 사고 있는 것.

이날 낮 일정을 마친 도의원들은 태안 신진도에서 회와 매운탕으로 식사를 하고 곡주와 소주 등을 마시며 약 100만원 상당의 식사를 했지만,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이날 식사 대금은 농협중앙회 태안군지부 관계자가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식사를 마친 이들 도의원 일행은 인근 태안비치리조텔에서 13개의 방을 예약하고 의원 1인당 1실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져 현장 답사 예산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 도의원이 자신들과 함께 현장에 가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안희정 지사 "의회 권한 침해로 오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도민정상회의가 의회를 무시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김 도의원의 논리도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정상회의 마지막 마무리 발언에 나선 안 지사는 현장에서 윤석우 도의원을 소개한 뒤, "오늘 이 모임이 의회의 권능과 예산 심의 권한을 침해하는 모임으로 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었다.

다음은 안 지사의 당시 현장 발언이다.

"저는 집행부로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안을 만들어서 의원님들과 의회에 제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도지사가 사람들 불러놓고 죽 정해놓고서 의회 권능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 그러나 아니다. 우리 헌법에서는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의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정상적인 민주국가라고 한다면 의회의 권력이 대통령과 도지사의 권력보다 더 세지는 시대가 빨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지사의 고독한 결정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 소수의 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중략) 그래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는 의회의 권력이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강력한 구조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모임이 의회의 권능과 의회의 예산 심의에 대한 권한을 침해하는 모임으로 오도되거나 오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안희정 "소통과 대화로 집단지성의 시대를 열고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정상회의를 통한 결정이 의회의 권능을 무시하고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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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안 지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도의원이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도민정상회의 즉각 중단을 촉구한 것은 괜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김홍장 부의장 "도민정상회의 바람직"... "의회 무시? 한마디로 언어도단"

도민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김 도의원의 5분 발언까지 지켜본 충남도의회 김홍장(당진1) 부의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의회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고 편협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날 행사는 충남 각 지역의 각계각층에서 골고루 대표자들이 모여 도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정책우선순위를 정한 행사로 매우 바람직한 행사였다, 나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됐었다"면서 "많은 충남도의 현안을 도지사 혼자 결정하기보다는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참고해서 도정을 펼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지사가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도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것을 하지 말라고 하면 도지사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그렇게 모인 의견을 토대로 도청 각 부서가 안을 다듬어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가 그것을 보고 사업성이나 예산에 대해 논의하면 되는데, 그게 무슨 의회 무시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심지어 백수 피해 현장 방문 얘기까지 꺼냈는데, 이미 안 지사는 현장에 다녀온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분(김용필 도의원)의 주장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고 편협한 주장이다"고 지적하고 "아무리 의회라지만 정도라는 게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현장에 참여했던 김지훈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도 "도민정상회의는 도의회의 권한을 뺏는 게 아니라 도지사의 권한을 도민들과 나눠 갖자는 것인데, 그 본뜻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비하하는 것은 그날 행사에 참석한 300여 명의 전문가와 도민들을 비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풀뿌리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통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그 참여의 공간을 넓혀가야 하는데, 의회가 아무리 대의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소통을 독점하려 하고 도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수준 낮은 정치공세"

민주노동당 충남도당도 27일 논평을 통해 "수준 낮은 정치공세"라면서 김 의원을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김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대화와 소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충청권의 자존심만 내세워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자유선진당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선진당이 지역주의 정당의 한계를 벗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자유선진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현재의 도의회는 200만 도민의 열망인 학교 급식 실현을 위한 '도의회 무상급식특위 구성안'을 부결시킨 의회 아니냐"면서 "이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라는 포장으로 도민을 유린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어 "김 의원이 주장하는 도지사와 도의회의 직접 대화 촉구는 사실상 자유선진당의 말을 잘 들으라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도의회의 권한은 도민이 준 것이지 수준 낮은 정치공세나 하라고 '5분 발언'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당리당략적인 의정활동이 아니라 도민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 의원은 8월 20일 태안 안면도 오션캐슬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충남도의원 모임에서 음주 후 추태를 벌인 장본인이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 9월 1일 열린 충남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임춘근 교육의원 등 32명의 의원이 발의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특별위원회구성 결의안' 부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김용필#충남도민정상회의#안희정#충남도의회#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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