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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운명이다. 어쩔 수 없는 가슴속의 응어리들을 밖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고 고통스러워 견딜 수 없어서 피를 토하며 쏟아내는 시인의 울부짖음이다.

 

가을이 오면, 시인은 그래서 날마다 죽는다. 죽을 수 밖에 없는 단풍잎 물드는 계절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스스로 단풍나무가 되어 처절하게 붙태우고 나면 스스럼 없이 낙엽을 떨구고, 그마저도 성이 차지 않으면, 저 굶주린 아궁이속 미련없는 장작이 되고 만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삶의 절정에 선다"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시인은 나무이고 가을인 것이다.

 

이 가을 속으로 울음우는 시인들이 독자와 함께 나누는 시낭송을 하고, 시를 한 모금씩 마시는 소박한 자리를 만들어 시와 음악과 수화가 어우러지는 한바탕 무대를 만들었다.

 

올해로 네 번째 맞이하는 '시가 흐르는 가을 속으로'라는 주제아래 올해는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제목으로 시인과 시와 독자가 모두 꽃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 가슴에 가을 닮은 꽃 한 송이씩을 담아 가게 되었다.

 

지난 1일 평창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시낭송의 밤 행사는 윤해순, 김남권이 세월이 가면이란 박인환 시인의 시를 김메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와 시낭송으로 함께 부르며 오프닝 무대를 열고 김남권 시인의 사회로 24명의 시낭송과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문인들을 대표해서 격려사를 한 김시철(전 한국펜클럽 회장)원로 시인은 지역에서 이와같은 시인들이 모여서 시를 낭송하고 문화예술공연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지역의 자랑이며, 긍지라고 밝히고 자신의 시 '입은 있어도'를 낭송한 신숙영 송혜진 최지연 김여정 이해리 김선자에게 시를 감동깊게 낭송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히였다.

 

이승희와 최정옥이 '추운 것들과 함께(이기철)' 당신을 만나서 참 행복합니다(용해원)'을 낭송하고 평창플루트앙상블의 넬라판타지아등 두곡의 노래를 20여명 단원 전원이 참가하여 연주하여 객석의 분위기를 돋구었고, 이석래 평창군수의 부인이 관객즉흥시낭송에 참여하여 군민들과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낭송에는 김메리가 '사평역에서'를 낭송하였고, 곽진희 김순남이 '어떤귀로'와 '우화의 강'을 낭송한 후 강선녀 채정희 이부녀(지도강사)가 목마와 숙녀를 기타 연주와 함께 합송으로 들려 주었고, 낙엽타는 가을의 이미지에 맞는 분위기로 가을속의 낭만을 한껏 취하게 만들었으며, '연탄 한장'을 송유미 장향순이,' 엄마와 딸'을 이정숙이, '남편'을 윤해순이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을 홍금식이 낭송하고 신숙영외 5명이 함께하는 수화로 요즘 텔레비전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를 수화로 보여줘서 객석에서 따라하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었고, 말은 하지 않지만 가슴으로 이어주는 훈훈한 무대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날 라경주 시인과 심봉순 소설가, 조항순, 최헌숙 시낭송가와 백용덕 수필가, 하서문학회 김용수 수필가, 이우영 시조시인과 평창시낭송회에 김남권, 김순남, 이 령, 황계선, 곽진희 시인등이 참석하여 시의 혼을 노래하였다.

 

이제는 매년 가을의 전설로 굳어지고 있는 시인과 함께하고 독자와 군민과 함께하는 시와 음악의 어우러짐이 강원도 산골의 문화예술의 수준을 높이고, 아름다운 문화 향기를 발산하는 어울림 마당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은"이 가을 시인의 가슴속을 헤엄치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시이고, 시인이고, 꽃이되는 가을을 가슴에 안아 보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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