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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1월 7일 오후 5시 53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1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대표)를 만났을 때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거취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20분 동안 통화해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명진 스님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 법회에서 "안상수 대표가 (나를 두고) '좌파 주지' 운운했을 당시 그 자리에서 자승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20분 동안 통화했다'고 했는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통화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조계종 총무원장이 장로 정치인에 불과한 대통령의 하수인이 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날 명진 스님의 발언을 두고, 지난해 11월 자승 원장과 안상수 대표가 만날 때 자리를 함께했던 김영국 거사는 "그 사실이 맞다"고 확인했다. 반면, 조계종 총무원 쪽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명진 스님 "자승 원장, 이 대통령과 20분 간 통화했다" 주장

 

1시간여 진행된 이날 법회에서 "제가 봉은사 주지로 취임한 지 4년이 다 됐고, (연임을 하지 않는다면) 오늘이 마지막 법회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뗀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문제는 단순히 종단과 봉은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깊이 얽혀 있는 정치권력의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상수 대표가 (저를 두고) '좌파 주지' 운운할 때, 그 자리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20분 동안 통화해 충분히 상의했다,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게 봉은사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상수 대표는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자승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명진 스님에 대해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좌파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말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봉은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비판을 받은 후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명진 스님은 "이 문제에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국회의원이 깊이 개입해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해도 좋다"며 "많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권력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그 주지를 바꾸기 위해서 총무원장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승 원장은 20분간 대통령과 통화할 때, 무슨 얘기를 어떻게 했는지 내용을 밝혀야 한다"며 "어떻게 조계종 총무원장이 장로 정치인에 불과한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이 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진 스님의 이날 발언에 대해 안상수 대표와 자승 스님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던 김영국 거사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명진 스님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할 분이 아니다, 사실이 맞다"며 "내가 그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고, 명진 스님이 자승 원장한테 (그 내용을) 직접 확인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승 원장 발언 내용과 관련, "자승 스님이 대통령에게 '내가 알아서 (봉은사 명진을) 처리 하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봉은사 관계자는 "오늘 명진 스님이 '자승 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20분 간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이제 공은 저쪽(총무원 자승 원장)으로 넘어갔다, 통화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도 개입했다"는 명진 스님의 발언과 관련, 이 관계자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고, 추후에 밝히겠다"고 전했다.

 

반면, 조계종 총무원 쪽은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인 영담 스님은 "(명진 스님이) 쇼를 하고 있다, (자승 원장을) 청와대와 엮어서 '하수인'이라고 해야 기사거리가 되니까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자승 원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승적을 불태우겠다"

 

한편 이날 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승적을 불태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모레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갈 작정이다, 제 승적을 달라고 해서 불태우든지 찢겠다, 조계종단 승려로 남아있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영포회 불교지부장쯤 되는 자승원장은 퇴진해야 한다, 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추후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을 추진한) 조계종 총무원, 원로회의 등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왜 봉은사 주지에 연연하겠나, 주지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참다운 불교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저에 대한 집착을 밀어 넣고 한발 한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며 "권력 앞에 당당하지 못하면 종단의 직을 포기해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기에 권력 하수인이 돼 봉은사의 희망을 꺾으려는지 알 수 없다, 결코 좌시하지 않거나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 발언이 끝난 뒤, 송진 봉은사 신도회장이 연단에 나서 "봉은사 신도회는 명진 스님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송진 신도회장은 "종단에 많은 스님이 있지만, 임기 마지막까지 정의와 자비의 죽비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스님은 명진 스님뿐이다, 꼭 재임을 해야 한다"며 "조계종에 수많은 사찰이 있지만, 스님께서 직접 천일기도하고, 대중 스님들이 새벽 예불·바루 공양 등을 하고, 대형사찰 중 재정을 공개한 곳은 봉은사뿐이다, 직영 사찰 지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주지 스님의 간곡한 만류와 종단의 발전을 위해서 끝까지 참아온 봉은사 신도들의 바람이 반영되지 않거나 왜곡된다면, 한국 불교사에 없었던 신도들의 조직적이고 자생적인 투쟁이 있을 것"이라며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떠난다면, 껍데기만 남은 조계종 직영사찰에서 단 하루도 신도로 남을 생각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승적을 불태우겠다는 명진 스님의 발언과 관련, "본인 사정이니 내가 가타부타 말 할 게 없다"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명진 스님#봉은사 직영 사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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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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