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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8일 오후 7시 12분]

한나라당 의원들, 현병철 위원장 옹호

9일 오후 2시, 다시 시작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상임위원들의 사퇴를 밥그릇 싸움으로 단정 지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의 인권위 사태를 보면 인권위 조직에 몸담은 분이 사직한 후 인권위를 흔들고,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데 인권을 논할 가치가 있는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두아 의원 역시 "국감장 내에서 인권위 문제가 위원장 독주 때문인지 상임위의 독주 때문인지 견해가 확연히 갈린다"며 "상임위원들이 사퇴한 직접적 계기는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 때문인데, 이 안은 전원위가 인권위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상임위원들이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몰아갔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상임위원들이) 개정안이 제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빠서 반대한 것 같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개정안은 상임위의 독단적 운영에 반대해 인권위의 민주성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데 두 명의 상임위원이 상임위를 무력화하려고 사퇴했다"며 "상임위원들의 우월주의, 이기주의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밥그릇 싸움에서 더 나아가 좌우 이념 대결로 인권위 사태를 몰아갔다. 조 의원은 "인권위가 정치적인 성향이 짙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좌우 이념 대결의 장이 된 건 아닌지 오해 받을 사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흥분한 박지원 원내대표 "물러나는 데 최선을 다하라, 창피함을 알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목을 축이고 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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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을 향한 퇴진 요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쇠고기 퍼주기 협상에서 촛불집회로 많은 국민이 다쳤을 때 인권위는 무슨 역할을 했냐, 용산 참사 때 인권위는 어디에 있었냐"며 "인권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인권이 후퇴하고 있는데 사퇴할 의사가 없냐"고 따져 물었다.

현 위원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며 "외국에서는 한국의 인권위를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한국의 언론자유가 69위에 그치는 등 한국의 인권 수준이 매우 낮아졌고, 세계에서도 한국은 인권 위험국으로 추락했다"며 "이런데도 사퇴할 의사가 없냐"고 재차 물었지만 현 위원장은 완고했다.

쏟아지는 퇴진 요구에도 "떳떳하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밝혀 온 현 위원장의 응수에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언성을 높였다. 질의 시작은 차분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박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커져 박 대표의 쩌렁쩌렁한 음성이 국감장을 채웠다.

박지원 원내대표 : "(현 위원장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인권 정책이 비판 받는데, 이게 이명박 대통령 위하는 길입니까."
현병철 위원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과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박 대표 : "유엔과 전 세계 국가들이 대한민국 인권위를 높이 평가했는데, 현 위원장 취임 이후 ICC의장국에 출마도 못하고 인권위는 후퇴했어요. 일말의 책임도 없어요? 할 일이 없어서 그 자리에 꼭 계셔야 합니까."
현 위원장 : "저를 비판한 사람 이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박 대표 : "국민 투표했어요?"
현 위원장 : "제가 느끼고 있습니다."
박 대표 : "자기 혼자 느끼면 그 조직은 망하는 거예요. 인권위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현 위원장 : "잘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세에도 끝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인권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현 위원장의 말에 박 대표는 "물러나는 데 최선을 다하라, 창피함을 알라"고 일갈했다.

[1신 : 8일 오후 2시 54분]

"안드로메다에서 왔나?"... 진땀 뺀 현병철 위원장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관계자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관계자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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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지키려는 측과 사퇴를 촉구하는 측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렸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인권위의 내홍은 일부 위원들이 정파적 이익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현 위원장에게 인권위 파행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사퇴하라"며 현 위원장을 몰아 세웠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인권위는 붕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책임의 중심엔 현 위원장이 있다"며 "두 상임위원이 사퇴하고 나서 인권위 내부 직원들,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와 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위원장은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가 잘 운영되고 있다, 취임 이후 진정사건이 40% 이상 늘었고 개인적으로 (나를) 격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응수했지만, 되레 야당의원들로부터 가시돋친 반격을 자초했다. 

현 위원장의 답변에 대해 김유정 의원은 "위원장님은 안드로메다에서 오셨나, 어떻게 그런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또 "차라리 사퇴하고 새로운 인권위를 만드는 데 기여하라"고 현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도 "인권위 소속 직원들이 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직 인권위원들이 사퇴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현 위원장은 본인과 견해가 다르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수많은 이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는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 역시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 인권이 퇴보해 왔는데 그 중심에 현병철 위원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병철 방어' 나선 여당 "인권위 내홍, 일부 위원들 정파적 이익 때문"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 감싸기에 급급했다.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위에 큰 일이 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그러나 상임위가 전원위를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권한이 큰 것이 근본원인 아닌가"라며 인권위의 파행에 대한 책임을 상임위에 돌렸다. 두 상임위원이 사퇴의 변에서도 밝혔듯 현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반발해 자진 사퇴했음에도 마치 인권위 내부의 권한 싸움에 반발해 사퇴한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손 의원은 현 위원장의 문제적 발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지난 6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에 따르면, 현 위원장은 지난 7월 사법연수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흑인을 지칭해 '깜둥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손 의원은 "최근 위원장의 발언들이 안 좋은 모습으로 오르내리는데 사실과 다른 것을 해명할 생각이 없냐"며 "인종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도 "인권위의 내홍은 일부 위원들이 정파적 이익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사퇴라는 방법을 통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권 의원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전원위에서 전원이 합의했을 경우 의사결정이 되는 게 맞다"며 "전원위가 있는데 상임위가 있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사퇴한 상임위원들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날 국감에서는 현 위원장의 미숙한 보고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감 시작과 함께 인사를 마친 현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손심길 사무총장에 넘기자 "국감 업무보고를 왜 사무총장이 합니까, 규칙도 몰라요"라는 성토가 야당의원들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잔뜩 당황한 현 위원장은 작은 목소리로 업무보고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인권위 업무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해 여당의원에게서 따끔한 질책을 받기도 했다.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학업문제에 대해 지적하며 "인권위 차원의 조사를 하고 있느냐"고 묻자 현 위원장은 "아직까지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손 사무총장이 건넨 쪽지를 읽은 후 곧바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김성태 의원은 "총장이 메모를 전달해 주니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느냐"며 "위원장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시민단체-야5당 "현병철, 사퇴 않으면 인권 보장도 못 받을 것"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 세우기 촉구 정당ㆍ인권시민단체 공동 결의대회'를 갖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 세우기 촉구 정당ㆍ인권시민단체 공동 결의대회'를 갖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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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권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은 이날 오전 9시30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촉구 정당·인권시민단체 공동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현병철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와서 자랑스러운 국가인권위원회를 망쳐놨다"며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인권정책을 규탄하고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조차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을 규탄하면서 사퇴한 마당에 현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며 "국정감사 전에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현 위원장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국정감사, #업무보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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