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통 2개, 작은통 1개
 큰통 2개, 작은통 1개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김장하기 전에 절임배추 사서 김치했다. 이거 한 통 너네 갖다 먹어"하고 김치 한 통을 딸아이에게 내주었다.

"엄마가 어쩐 일로 절임배추를 다 샀어?"
"올해는 절임배추로 김장을 하면 어떨까 해서 시범으로 한번 해봤지."
"해보니깐 어때?"
"편하기 정말 편하더라. 그런데..."

 배달된 절임배추
 배달된 절임배추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어디 한군데 나물랄 데가 없는 배추
 어디 한군데 나물랄 데가 없는 배추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올해 김장 걱정 안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올 추석 전후로  배추, 무 등 채솟값 파동이 만만치 않았으니 말이다. 아직도 음식점에 가면 김치가 푸짐하게 나오는 곳이 별로 없다.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하여 지난 10월 중순경에 절임배추 예약 판매를 한다기에 20Kg에 2만8900원을 주고 예약을 했다. 요즘엔 조금 내린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그렇게 예약해 놓은 그 배추가 지난 12일 도착했다.

다음 날 무, 파, 생강 등을 사고 김치를 할 준비를 했다. 절인 배추라 준비 과정도 정말 간단하고, 편하고 빨랐다. 이미 절인배추이므로 물에 씻으면 물러서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물기를 빼야 했다. 물기를 빼려고 배추를 꺼내면서 몇 포기가 되나 세어 보았다.

배추가 큰 편이라 6포기 반. 13쪽이었다. 맨 밑에는 배추에서 빠진 듯한 소금물이 2~3cm 정도 고여 있었다. 그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맛있는 김치의 절반은 절임에 달렸다. 배추를 보니깐 골고루 아주 잘 절여져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아주 적당했다. 남편도 "배추는 이렇게 절여져야 맛있어"하며 노란 속 배추를 한 장 떼어 맛을 본다.

 손으로 썬 무채를 버무려 배추 속을 넣고
 손으로 썬 무채를 버무려 배추 속을 넣고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배추가 몇 포기 되지 않아 무채는 손으로 썰었다. 7개의 무를 다 썰고 나니 손에 물집이 다 생겼다. 그래도 손으로 무채를 썰어서인지 더 맛있는 느낌이 들었다. 무채에 고추가루, 새우젓, 까나리젓, 대파, 쪽파, 마늘 등을 넣고 버무렸다. 배추에 속을 넣으면서 노란 배추속도 조금 빼놓았다. 예전 같으면 본격적인 김장 전에 하는 지레 김장인 셈이다. 혼자 배추속을 넣었지만 빠른 시간에 모두 끝낼 수가 있었다.

지금은 배추 가격이  많이 내리기는 했지만 한 포기에 상상도 못할 가격이었을 때가 생각나서 부스러기 하나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었다. 꽉차고 샛노란 배추속이 익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큰 김치통 2개, 작은 김치통 1개, 모두 3통이 나왔다. 딸아이와 우린 김장을 하면 1년 먹을 김치를 한다. 그런데 만약 절임배추로 1년 동안 먹을 김치를 담근다면 그 경비가 너무 많이 나갈 것 같았다. 절임배추는 편하긴 한데 가격이 예상 밖이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번 김치는 절임배추 2만8900원, 무 7개 7000원, 대파쪽파·갓 등 9000원이고 그 외에 생강, 젓갈, 고추가루 등은 한꺼번에 사놓은 것을 사용해서 정확한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절임배추로 70~80포기를 한다면 경비가 많이 나올 것이 뻔했다.

최종적으로 올해 김장도  내가 직접 절여서 해야 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고 하더니, 간편하고 고생을 덜 하는 대신 어떤 식으로라도 대가는 꼭 치러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마음 놓고 김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김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