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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예기치 않은 일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내 고향 임실! 임실은 고추 주산지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피자 생산지이며, 운암호(옥정호)가 있는 인정이 넘치는 산촌지역입니다. 운암호를 감싸 안은 국사봉에서 찍은 운암호는 사진작가들을 흥분시키고도 남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지난 추석에 갔다가 이번에 갔으니 오래 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바뀐 자연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리집에서 읽었던 장진영씨의 기념관도 한참 공사 중이더군요. 임실군 운암면 운암호 안의 작은 동네에서.

고향에 가면 동생이 살고 있는 전주에 가고, 전주에 가면 전주 콩나물국밥을 즐겨 먹습니다. 값도 싸지만 아침에 먹는 콩나물국밥은 속이 시원하고 미각을 자극합니다. 이번 고향 길에는 토종 음식 네 가지를 잘 먹었습니다. 처음 먹은 것은 임실읍내 임실성당 앞에 있는 전주식당에서 먹은 추어탕입니다.

고향 땅에서 생산한 미꾸라지를 잘게 갈고 온갖 부식과 양념으로 맛을 낸 추어탕은, 힘이 불끈 솟게 하는 영양 덩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개는 남원에서 이름을 걸고 하는 광한루원 주변의 식당에서 먹습니다.

남원의 추어탕과 전주의 비빔밥

"아, 이게 그 유명한 남원의 추어탕이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만큼 남원 운봉지역에서 나오는 미꾸라지로 맛을 냈던 것입니다. 아무튼 임실에서 먹은 추어탕은 오랜만에 입맛을 돋구어주었습니다. 이런 추어탕을 먹다가 부산이나 경남 지역에서 먹는 추어탕은, 추어탕 흉내를 낸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가서 먹지는 않습니다. 지역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겠지만 추어탕하면 남원이고, 남원에서 미꾸라지를 잔뜩 넣어서 만든 추어탕을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후 늦게 전주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한옥마을로 가서 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한옥마을의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가족회관으로 갔습니다. 전주에는 다른 음식도 맛이 좋지만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녁 식사는 비빔밥으로 먹고, 아침에는 콩나물국밥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가족회관은 많은 식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한참 기다려 안내 받은 곳은 안쪽의 방이었는데, 비빔밥은 1만원 균일이었습니다. 전라북도 지방의 산세가, 좋은 산야채소를 풍성하게 자라게 하였겠지요. 질 좋은 산야채소가 아니고는 맛 좋은 비빔밥이 만들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전주비빔밥은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에 까지 영양만점의 종합식품으로 유명해진 지 오래입니다. 전라도 아낙네들의 섬세한 손맛과 좋은 재료, 오랜 전통으로 이어 온 음식 맛이, 자랑스러운 전주비빔밥으로 태어났을 것입니다.

저녁에는 동생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술자리를 가졌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일행이 있어서, 서둘러 중화산동의 현대옥이라는 콩나물국밥 전문점으로 갔습니다. 그 큰 식당에는 많은  손님들로 만원사례를 붙여야할 정도였습니다. 전주에 오면 아침은 콩나물국밥으로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결과였겠지요.

빈 자리를 찾아 앉으니 이내 콩나물국밥이 나옵니다. 계란 반숙과 김이 곁들여 나왔습니다. 콩나물국밥은 생각보다 밥이 너무 적고 국물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이 가장 시원한 콩나물국밥 맛이랍니다. 밥과 김, 콩나물은 달라는 대로 계속 더 갖다 주었습니다.

국밥에 콩나물을 넣고 김으로 싸 먹는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5000원씩 받는 콩나물국밥에 밥과 김, 콩나물을 계속 더 주니 나중에는 더 달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전주의 인심이 잘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래도 남는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찾아오는 손님이 줄을 잇고 있으니 수익은 문제가 없겠지요.

오랜만에 정말 참 맛있는 식사를 하고 밀양 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전주에서 남원을 거쳐 함양, 산청으로 경호강을 바라보면서 달립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침에 아무리 잘 먹었어도 오후 1시가 지나면 다시 먹을 것을 찾게 됩니다.

그 배꼽시계가 종을 칠 때 민물고기 조림과 튀김 요리로 유명한 산청군 생초를 지나게 된 것입니다. 지나가다가 생초에서 차를 세우고 전주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전에도 지나가다가 들려서 잘 먹은 일이 있으니 자연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집들도 다 맛있게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경호강의 피리조림은 못잊어

아내가 좋아하는 피리조림으로 주문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이 맛 기행처럼 됐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피리튀김을 한 접시 들여 주는 게 아닙니까? 주문하지도 않은 피리튀김을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가져 온 것입니다.

생초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차림표 중에 가장 작은 2만5천원짜리를 주문하였는데, 제법 큰 냄비에 피리가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경호강에서 잘 자란 민물고기로 회와 요리를 개발하여,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불러 모은 산청군 생초의 토종 음식도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원의 추어탕, 전주의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산청군 생초의 민물요리는, 그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낸 토종음식으로 성공한 것입니다.

다른 지방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전주의 콩나물국밥 맛을 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전주천의 물맛이 길러 낸 콩나물 덕택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산청의 생초 민물고기도 경호강의 민물고기가 아니고는 그 맛과 미각을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역 곳곳에는 그 지역의 토속 음식이, 그 지역만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고 발전해 온 것입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이때, 우리 고유의 맛과 지역성을 살려내고 있는 토종음식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



#전주 비빔밥#생초 피리조림#남원 추어탕#전주 콩나물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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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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