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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추적 60분>.
 KBS <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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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17일 밤 방송된 KBS <추적 60분>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 편은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아래 합조단)의 천안함 흡착물질 조사 결과에 왜곡이 있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은 합조단이 천안함 함체와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백색물질에 대해 '폭발로 인한 흡착물질'로 사실상 결론을 내려놓고 조사 결과를 이에 맞추려고 했다고 해석돼 향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추적 60분>은 익명의 합조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산화물과는) 다른 물질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며 "합조단 내부에서도 세미나까지 개최하며 고민했지만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흡착물질의 성분은) 황산염이라 말했다가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론이 그렇게밖에(알루미늄 산화물로)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합조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폭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00°C 이하에서 생성된 물질"

하지만 이날 방송에 출연한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천안함 함체와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물질은 '100°C 이하에서 생성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추적 60분> 제작진의 의뢰로 이 물질을 분석했으며, 그의 결론은 지난 15일 발간된 <한겨레 21>에도 실렸다.

정 교수는 "(어뢰 폭발이 있었다면 알루미늄이) 입자 상태로 들러붙어야 하는데 지금 이것은 용액 상태에서 침전·성장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부연하면 이 물질은 폭발로 만들어진 산화물이 아니라 침전되어 생겨난 것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분석은 합조단이 지난 9월 종합보고서를 통해 이 물질은 폭발을 통해 형성되는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라고 발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날 방송에서 합조단은 백색물질과 관련된 제작진의 질문에 대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합조단 폭발유형분과 조사에 참여했던 국방과학연구소 이근득 박사는 이날 방송에서 "합조단도 분석 당시 그 (수화물일) 가능성을 검토했었고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것은 저희가 예측한 것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또 그는 "결정질 상태가 아니라서 물질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산화물로 통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이 박사에게 재차 "흡착물질이 수화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인가?"라고 질문하자 합조단 단장이었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나서 "수화물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물기둥·침몰지점 관련 의혹도 제기

이밖에도 <추적 60분>은 어뢰 수중폭발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던 '물기둥'의 존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의 군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남쪽에도 초소가 하나 더 있는데 폭발하던 당시에는 남쪽 초소에서 어떠한 보고도 없었다. 이후에 구조작업할 때서야 남쪽에서 미친듯이 보고가 들어왔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남쪽 초소는 지금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부분으로, 두무진 돌출부에 가려졌던 백색 섬광을 관측했던 초병들이 있던 초소보다 사고 지점에서 더 가까운 남쪽 초소에서조차 물기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합조단 조영두 중령은 침몰 지점이 더 잘 보이는 이 초소에서는 왜 목격자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도 의문"이라고 답변했다.

또 이날 방송에서는 천안함 침몰지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제작진은 TOD(열영상장비) 운용병 출신 전역병을 인터뷰해 TOD 영상에 잡힌 방위각과 거리를 기준으로 실제 침몰지점으로 추정되는 좌표를 찾아냈다. 그런데 TOD의 각도 편차를 7.7도로 대입한 결과 천안함이 사고 직후 조류를 거슬러 90m가량 북서진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3노트 이상의 빠른 조류가 남동쪽으로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두 동강 나서 추진력을 잃은 천안함이 조류를 거슬러 진행했다는 뜻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본부 서강흠 대령은 천안함 폭발원점은 정확하다고 주장하면서 "GPS 신호를 사용하는 천안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KNTDS상에 정확하게 표시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작진은 자체 입수한 항적정보에 대입해본 결과 합조단이 밝혔던 침몰원점은 당일 21시 11분 천안함이 위치했던 지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합조단이 밝힌 사고 시각인 21시 22분보다 11분가량 빠른 시간이다.

방송은 "사건 발생 18분 전인 21시 4분, 천안함은 남서쪽을 향하고 있었으나 21시 6분 갑자기 속도를 높여 유턴해서 북서진했다"면서 "폭발원점은 21시 11분~12분대 항적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 천안함 인양 무기들 모두 피폭 처리

또 이날 방송에서는 군 당국이 천안함에서 유실되었다가 인양한 무기체계들을 '피폭(폭파)처리'해버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흡착물질에서 검출된 알루미늄 성분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밝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기 공개는 매우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한 제작진이 국방부 조사본부장 윤종성 소장에게 무기를 공개할 수 있는지 묻자 윤 소장은 "비보도(를 전제)로 협조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윤 소장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국방부 공보실장 윤원식 대령은 "수중에 잠겼던 무기들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군에서 다 피폭처리를 해버렸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몰랐던 듯 당황한 윤 소장이 "(피폭처리를) 했대?"라고 물어보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천안함에 실렸던 무기체계들은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보존·공개했어야 마땅한데도 군 당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해버린 것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KBS 게시판에 "천안함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누가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후속방송을 부탁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추적 60분> 방송 이후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조정 과정에서 '조개 부분' 등 빠졌지만...큰 흐름 유지"
<추적 60분> 제작진 "클로징 멘트도 미세한 조정"
<추적 60분> 천안함편은 방송 당일 불과 몇시간전까지 제작진과 시사제작국장의 갈등으로 불방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마지막 조율 과정에서 방송 내용이 부분 수정되거나 삭제된 부분은 1)어뢰 추진체에 붙어있던 '조개 의혹' 부분 2)국감장에서 국방부측이 '천안함에 탑재됐던 무기를 공개하겠다'고 발언한 내용(확인결과 회수된 무기를 피폭처리했음) 3)클로징 멘트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윤기 PD는 "(마지막으로 조율해서 최종 방송된 내용은) 프로그램 흐름에 크게 문제가 없는 부분이었고, 조개부분은 '삭제'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면서 "우리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큰 흐름은 유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감장 장면) 부분이 빠진 것은 테크닉상의 문제였다"면서 "저희가 하고 싶은 얘기는 피폭처리 부분이었는 데 그런 것은 다 방송에 나갔다"고 말했다.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이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던 심인보 기자('천안함'편 제작)도 "(어뢰 추진체에 붙어있던) 가리비와 관련해서는 '백령도에도 많이 있다'는 국방부 해명이 맞다"면서 "천안함에 대해 가장 핫한 이슈니 가리비를 포함시키려는 계획이 있었으나 조정 과정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간부들은 공정성과 균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간부들은) 국방부 논리의 허점을 짚었으니 국방부 쪽 사정이랄까 군사 기밀 등의 사정을 설명해야하지 않을까 제안해서 우리도 받아들였다, 클로징 멘트도 미세한 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천안함#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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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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