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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디부아르의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
 코트디부아르의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
ⓒ Chelsea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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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드로그바(3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 득점왕을 차지했고 2006년엔 아프리카축구연맹으로부터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코트디부아르 출신 축구 선수다. 드로그바는 지난 6월 열린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북한을 3-0으로 이긴 코트디부아르 팀을 이끌기도 했다.

현역 최고의 골잡이 중 하나로 꼽히는 드로그바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드록신'으로 불린다. 팬들이 신(神)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그를 높이 평가하는 건 단지 그의 축구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서 유럽으로 건너가 빼어난 축구 실력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런 선수라면 '흑표범'으로 불린 라이베리아 출신의 조지 웨아(1995년 유럽과 남미 이외 지역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로 선정됨)를 비롯해, 드로그바 외에도 여럿 있다.

'드록신'이라는 별칭은 그가 축구장 바깥에서 조국 코트디부아르와 관련해 펼친 인상적인 활동과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자리 잡은 코트디부아르는 17세기 이후 상아·노예무역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지배에서 아프리카 17개국이 독립해 '아프리카의 해'로 불린 1960년, 코트디부아르도 프랑스로부터 완전 독립한다. 그러나 그 후 30년이 넘는 1인 통치, 그에 뒤이은 쿠데타 등을 겪으며 코트디부아르 정치는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2002년 내전이 시작되면서 혼돈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남부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정부군과 북부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반군 간의 내전이었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 코코아(초콜릿 원료)를 팔아 무기를 구입했고 내전은 '피의 초콜릿' 양상을 띠었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제1의 코코아 생산국이다.

그러던 중, 2005년 드로그바를 주축으로 한 축구대표팀이 코트디부아르 독립 이래 최초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2006 독일월드컵 진출이 결정된 날, 드로그바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여러분, 단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전쟁을 멈춰주세요."

드로그바의 호소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 동안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멈추는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7년, 정부군과 반군이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내전은 끝났다. 드로그바가 '드록신'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처럼 그가 내전을 끝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한몫했다.

드로그바의 기적... 하지만 3년 만에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

 짙은 녹색으로 돼 있는 곳이 코트디부아르다.
 짙은 녹색으로 돼 있는 곳이 코트디부아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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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드로그바의 기적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2007년 내전을 멈추고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정부군과 반군 세력의 '불안한 동거'가 막을 내리고 내전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계기는 대통령 선거다. 현 대통령인 로랑 그바그보의 임기는 2005년 10월까지였다. 그러나 내전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선은 6차례 연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치러진 대선은 결선투표로 이어졌고, 지난달 28일 결선투표가 실시됐다.

<AFP> 등 외신을 종합하면, 2일(현지시각) 선관위가 결선투표 결과 북부를 대표하는 야당 후보인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54.1% 득표)가 남부를 대표하는 로랑 그바그보(45.9% 득표)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바그보 대통령 측이 장악하고 있는 헌법위원회에서 "(내전 당시 반군이 장악했던) 북부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선관위 결과를 뒤집고 그바그보의 당선을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코트디부아르 상황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그바그보를 지지하는 정부군은 2일(현지시각)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또한 와타라 지지 시위대 중 2명이 정부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정부군과 와타라 지지자들이 곳곳에서 유혈 충돌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북부 반군 출신 지도자로 연립정부에 참여했던 기욤 소로 총리가 '와타라 지지'를 선언하고 사임하면서 연립정부는 붕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야당 후보인 와타라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미국, 프랑스 등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그바그보에게 대선 결과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4일(현지시각) 그바그보와 와타라 후보는 각각 대통령 취임식을 열었다. '한 나라, 두 대통령' 상황을 맞이하면서 내전 재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드록신'의 기적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피의 초콜릿' 내전의 재발이라는 악몽으로 이어질지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피의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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