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말 밤, 시청자들을 '현빈 앓이'에 빠지게 하는 SBS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
 주말 밤, 시청자들을 '현빈 앓이'에 빠지게 하는 SBS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
ⓒ SBS 시크릿 가든

관련사진보기


주말 밤, 대한민국 뭇 여성들을 '현빈앓이'에 빠져들게 만드는 <시크릿가든>(SBS 주말 9시50분 방영). 첫회 16.1%로 시작해, 급기야 지난 19일 28.2%(TNmS)까지 시청률이 치솟은 그 엄청난 인기는 반복해 설명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오늘은 이 <시크릿가든>이 전국의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의 준말) 증가에 미치는 영향과 우려에 대해 넋두리를 해볼까 한다. 백화점 사장에다가, 잘생기고, 성격까지 까칠해 '차가운 도시 남자' 국가대표 급으로 평가받는 김주원(현빈). 그가 대한민국 평범남들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차도남 김주원, 평범남들의 판타지를 방해하다

처음 <시크릿가든>에서 김주원(현빈)이 등장했을 때, 솔직히 말해 저딴(?) 성격의 인물이 여성들에게 인기남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잘난척, 멋진척, 온갖 척척척은 다 부리던 그. 심지어 배려심마저 찾을 수 없어, 같은 남자입장에서 봤을 때, 영 '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 길라임(하지원)한테 "그렇게 없는 사람처럼 있다가 거품처럼 없어져 달란 얘기야. 이게 나란 남자의 상식이야"같은 막말을 내뱉는 김주원은, 분명 여성들의 눈으로 봐도 최악일 거라 믿었다.

좋아하는 여성이 가난하다는 사실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같은 책을 열심히 탐닉하는 그를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잘생긴 백화점 사장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그런 김주원을 벌레보듯 한 길라임을 보며 '그래그래, 아무리 사장이라도 그게 전부가 아니지'하는 통쾌함이 들었다.

잘 생기고, 돈도 잘쓰고, 게다가 차가운 성격의 차도남인 김주원(현빈), 남자가 봐도 멋있다
 잘 생기고, 돈도 잘쓰고, 게다가 차가운 성격의 차도남인 김주원(현빈), 남자가 봐도 멋있다
ⓒ SBS <시크릿가든>

관련사진보기

적어도 길라임 같이 생각 바르고, 성격까지 좋은 여자가 저런 남자를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부모님 잘 만난 랜덤 덕에 호위 호식하는 그런 녀석보단, 오히려 열심히 사는 평범한 남자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그녀의 무술  스승 임종수(이필립)같은 남자 말이다.

사실, 부자 부모 랜덤의 혜택을 못 본, 대부분의 '평범남'들은 이런 것에 엄청 민감하다. 그들은, 착하고 게다가 예쁜, 인기 만점의 여성이 재벌이나 권력자를 뿌리치고, 자신같이 평범한 남성을 좋아하는 판타지를 꿈꾼다.

그 옛날 평강공주가, 잘난 남자들을 내버려두고 바보 온달을 선택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꿈 깨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들에게 여성의 신데렐라 동화같이 순수한, 남자들의 '바보온달' 판타지를 매도하지마! 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MBC TV 주말드라마 <글로리아>는 대한민국 평범남들에게 희망을 전해준 드라마일 것이다. 가진 것 없는 동아(이천희)를 좋아하는 부잣집 정윤서(소이현)의 모습은 바보온달 판타지를 꿈꾸는 남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기 때문이다. 돈 많지 않아도 착한 마음으로 살면 복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얻었으니 말이다.

남자가 봐도 멋있는 차도남 김주원, 평범남들은 어쩌라고?

하지만 MBC <글로리아>(8시40분)가 끝난 시간, 9시 50분에 맞춰 방영되는 SBS<시크릿가든>은 그 작은 희망을 와장창 깨뜨렸다. 드라마 속 김주원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길라임에게 다가가, 단번에 마음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18일, 19일 방송은 남성들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차도남 김주원이 멋진 고백으로 길라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으리으리한 집, 블링블링한 차, 그리고 잘생긴 외모..... 그리고 급기야 그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이기주의적 성격마저,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주원은 예전의 막말을 접고 "내가 인어공주가 될게, 거품이 되어 사라질게"라는 감동적인 대사와 함께 길라임을 무장해제 시키는 로맨틱 키스까지 한다. 보통 남자가 그랬다간, 귓방망이를 맞을지도 모르지만 잘생기고 멋진 차도남 김주원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백번 못돼게 굴어도 한번 달콤한 말에 상대방을 빠져들게 하는 것, 그게 차도남의 매력이었다. 결국 그 예쁘고 착한 길라임마저 이미 마음이 넘어가게 만들었다. 누구는 평생, 애인을 평강공주 보필하듯 해도 복이 찾아올까 말까인데, 차도남들은 한번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여성들의 사랑을 받게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덕분에 대한민국 평범날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시크릿가든>이 차도남 증가에 미치는 영향

<시크릿가든> '김주원은 어차피 가상의 인물이야!'라고 안심했던 대한민국의 평범남들은,
드라마 인기와 함께 퍼지고 있는 차도남 바이러스가 두렵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 내 친구 K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 바이러스가 독감 인플루엔자보다 빠르게 대한민국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기 때문이다.

"우리 오빠가 참 까칠한데..나한텐 참 잘해줘. 아참, 이따가 나 보드 타러가. 며칠 전에 스키 탔었는데 오빠가 또 가자네."

또 다른 친구 Y는 메신저에 대놓고 그 비싸다는 뮤지컬,'ooo 보러가요!'라는 대화명을 적어 자랑을 한다. 분명, 돈 많고 매력적인 어떤 차도남들이, 내 친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길라임의 마음을 쿵쿵 거리게 만든, 차도남 김주원 처럼 말이다.

<시크릿가든>의 차도남 김주원의 비서인, 김비서. 그에게 괜히 정감이 가는 이유는 왜일까?
 <시크릿가든>의 차도남 김주원의 비서인, 김비서. 그에게 괜히 정감이 가는 이유는 왜일까?
ⓒ SBS <시크릿가든>

관련사진보기


확인할 순 없지만, 필자는 분명 이게 <시크릿가든>의 영향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유유자적 생활을 즐기고, 비싼 공연 티켓을 여러장 구입해 옆 좌석을 자신의 팔받이로 하는 쿨 한 모습이, 전국의 잘난 차도남들에게 자극을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그들 반대 지방 어딘가에서 서식하는 평범한 남자들이다. 보드는 커녕, 보드게임도 변변히 못하는 이들에게 차도남들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 김주원처럼, 뮤지컬 티켓 좌석을 한 줄 다 예약할 돈도, 베짱도 없는 우리는 그들같이 사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차도남, 김주원으로이 한없이 밉게만 느껴지는 <시크릿가든>,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김비서(김성오)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사장도 아니고, 차도남도 아니어서, 드라마 변두리에 살고 있는 그는 이름도 없는지 김비서로 불리며 맨날 사장한테 구박받고 있다.

그를 마치 우리내 평범한 남성들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 마저 든다. 급기야 사랑하는 여자 임아영(유인나)과 김주원의 관계를 오해하면서도 소심하게 궁시렁 거리기 밖에 못하는 김비서는, 현실의 잘난 남자들에게 밀려 고백조차 제대로 못하는 평범남들의 초라한 현실을 보는 듯하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에 온갖 정성을 다해, 조금씩 임아영의 마음을 열고 있는 김비서를 보면 한가지 깨닫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 평범남들이, 이 차도남 증가사회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김비서같은 꾸준함이란 것 말이다.


태그:#시크릿가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