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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최수종.
탤런트 최수종. ⓒ 권우성

"어머 선배. 최수종은 영원한 나의 책받침 스타야!"

순대국에 밥을 말던 후배가 탤런트 최수종씨의 인터뷰 뒷담화를 전하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1962년생, 올해 마흔여덟이 된 그지만 80년대 여중생이었던 이들은 여전히 그를 '책받침 스타'로 기억하고 있다.

왕년의 책받침 스타 최수종씨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의 외모는 여전히 빼어났다. 굵은 쌍꺼풀에 믹스넛을 한 알씩 입안에 털어 넣는 모습은 장난기 많은 대학생의 얼굴과 다르지 않았다.

왕 전문배우였던 그가 최근 대통령 연기에 도전했다. KBS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 장일준 역할을 맡은 게다. 장일준은 서울지역 3선 의원이자 여당의 젊은 정치인으로, 대학시절 유신반대 운동에 나섰던 인물이다.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3년간 감옥생활도 했고, 독일 유학 후엔 재벌가의 딸 조소희(하희라 분)와 결혼해 민주화 운동 출신이자 재벌가의 사위로 정치계에 입문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는 역전의 인물이다.

<대물>이냐 <프레지던트>냐

SBS 수목드라마 <대물>에서 고현정씨가 여성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면 최수종씨는 그 반대로 남성 대통령 역할을 연기한다. 두 대통령 모두 현재까지 없었던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대통령'을 담고 있다.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정치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수종씨가 보여줄 대통령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가장 인간다운 대통령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고, 트위터로 국민과 소통하는 '오바마 같은 대통령'을 우리도 원한다는 게다. 열린 사회에서 우리도 권위적이지 않고 늘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못 가질 이유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웃으며 노코멘트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다. 지난 16일 경기도 여주군 <프레지던트>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새롭게 연기에 입문한 가수 제이의 연기지도에도 여념이 없었다.

다음은 최수종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탤런트 최수종.
탤런트 최수종. ⓒ 권우성
- <프레지던트>는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를 표방했다. 대통령 역할을 맡았는데 특별히 연구하고 준비한 것이 있나.
"정치드라마를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내면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말고 내면의 세계를 잘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대통령의 생활을 잘 알지 못한다. 대통령을 찾아가서 모든 생활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또 어떻게 사시냐고 묻기도 그렇고. 그렇지 않나? 하하.

우리 대통령의 모습이 다큐멘터리로 촬영된 것도 없다. 그래서 미국 정치드라마를 많이 봤다. 영화도 많이 봤다. 아 저렇구나! 상상했다. 이 드라마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펼쳐지는 파워게임, 참모진들의 이야기 뭐 이런 것들이 아주 리얼하게 나올 것이다. 대통령과 그 참모진의 이야기가 아주 리얼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에 가까운 대통령의 일상이 표현된다는 것인가.
"아마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배신, 갈등, 양보와 타협 등등 또 여기에 사랑과 로맨스 등도 담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도 그 자신의 근본은 가정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가정사도 당연히 다루게 된다."

"초반 시청률 신경 많이 안 쓰렵니다"

- 미국 드라마는 주로 어떤 작품을 참고했나.
"대통령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다 봤다. <웨스트윙> <체인지>. 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캠프를 따라다니면서 찍은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그것도 봤다. 오바마 대통령 캠프를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저렇게 자유롭고 편안할 수가 있는 거구나, 늘 넥타이 메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참모진과 얘기할 때는 노타이로 편안하게 대화하는구나 느꼈다."

- 첫 회에 최수종씨가 블루 셔츠 차림으로 참모와 야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장면도 오바마 다큐멘터리에서 벤치마킹 한 것인가.
"그런 건 아니다. 아니, 야구할 때 넥타이 메고 하는 사람도 있나? (웃음) 그런데 우리는 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상상한다. 딱딱하고 굳은 이미지. 우리도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위적인 인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대통령의 이미지는 거의 없다. 일상생활 할 때는 넥타이를 거의 매지 않는다. 공식석상에 설 때나 정장을 입는 정도다. 마찬가지로 우리 대통령도 바쁘게 일할 때는 넥타이를 매지 않을 것 같다. 바빠 죽겠는데 답답하게 무슨 넥타이? 그런 부분도 섬세하고 리얼하게 담으려고 한다."

- 시청률이 꽤 저조한 편이다. 첫 회 6.3%, 2회 5.9%를 보였다.
"어떤 드라마든 처음 시작할 때 상대편에 나오는 유력 드라마보다 우위에 서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전작의 절반 정도로 시작한다. 차츰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스토리가 너무 많다. 진짜 대통령의 세계가 저런 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저런 음모와 암투, 권력이동이 존재하는구나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시청률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 한국에서 대통령을 소재로 한 작품은 <피아노 치는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있다. 부드러운 대통령의 로맨스에 집중한 면이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루었던 <그때 그 사람들>도 있다. <프레지던트>는 이전 작품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까지 작품들은 주로 대통령이 된 뒤에 펼쳐지는 모습을 많이 다뤘다. <프레지던트>는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주로 다루게 된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비자금 사건, 유능한 인물을 끌어오기 위한 작전, 그 속에서의 배신, 계약파기 등등의 정치게임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일상들도 다루게 될 것이다."

- <프레지던트>에 앞서 SBS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대물>이 방영되고 있다. 극 초반 작가와 PD 교체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25% 이상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점하고 있다. <대물>과 어떤 차이가 있나.
"<대물>엔 로맨스도 있고 러브라인도 나오고 그러지 않나? 하하. 물론 <대물>에는 좋은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출연하고 있고 다들 연기도 잘하신다. 반면, 우리 드라마는 가족 이야기가 기반이다. 대통령 경선에 출마할 때도 참모진과 의논하는 게 아니라 가장 먼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 중에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아버지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서슴없이 한다.

권위적이지 않은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는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가 아닐까 싶다. 남편을 대통령에 출마시켜 당선시키고자 하는 부인의 욕망? 그 욕망과 부딪치는 여러 일들? 그런 것들에서 <대물>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아내 조소희의 역할이 대통령 후보 장일준보다 더 세다는 얘기인가.
"꼭 그렇지는 않지만,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는 부분이 약간 그런 대목이 있다. 남의 일까지 다 챙겨서 대신 싸워주면 더 정의로워 보이듯이 조소희의 역할이 그런 것 같다. 자신의 욕망을 다 드러내놓고 장일준을 위해 헌신하는 역할이니까."

"대물과 차이점? <프레지던트>에는 가족이 있다"

- 드라마 장면 중 기자들이 장일준에게 묻는다. 당신의 정치노선은 진보냐 보수냐, 그런데 박쥐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 말인가.
"정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날의 대사처럼 정말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할 수 있다는 뜻 같다. 이 말이 아주 교활한 회색분자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정치를 위해서라면, 그것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반대세력들도 모두 같은 편으로 만들어 꿈에 도전하는, 그런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표현된 대사가 아닐까 싶다."

- <웨스트윙>은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는 미국사회 주요 이슈인 동성애·총기자유·복지예산 등이 다 거론되며 치열한 정책논쟁을 벌인다. <프레지던트>에는 한국사회의 어떤 의제들이 담기나.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같은 환경 의제들, 복지이슈 등이 담긴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다 대사로 나온다."

-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가 무상급식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에 나왔다. 그런데 좀 아쉬웠다. 대사가 '무상급식에 대한 제 생각은'에서 끝나서. (웃음) 무상급식은 현재 한국 사회 최대 현안 중 하나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시청자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 아닐까. 작가의 기술이자 연출의 기술 같다. 그 다음이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말이다. 아직 드라마 초반이어서 정책의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좀더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들을 만한 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 과거 MBC <제5공화국> 같은 드라마는 현대사를 성찰했다. 오늘날 '정치 드라마'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설정하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우리가 닫힌 사회였다. 과거엔 드라마가 우리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의 욕구가 크지 않나 싶다. 요즘 세상은 눈 뜨면 오바마 대통령과 트위터 하는 세상이다. 유교사상에 입각한 권위주의 이런 건 좀 사라져야 한다. 기왕이면 젊은 대통령과 트위터도 하면서, 수트차림을 하더라도 딱 떨어지게 입고, 우리라고 왜 그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겠나.

우리가 왜 열린 사회, 열린 나라, 민주국가를 얘기하겠나. 우리도 이제 다 해외에 나가 생활도 해보고 그러면서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대통령이 이런 거 아니야? 이상적인 대통령이 이런 게 아니야? 뭐 그런 역할을 해보겠다."

 KBS2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의 한장면.
KBS2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의 한장면. ⓒ 필름이지 엔터테인먼트 제공

<웨스트윙>엔 동성애, <프레지던트>엔 무상급식?

- 이 드라마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치겠나. 어떤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나.
"이제 곧 정치의 계절이 온다. 2012년이 대통령 선거니까 2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내년 봄부터는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드라마가 끝날 즈음이면 모든 정치인들이 우리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하기를 바란다. 장일준처럼 약속을 꼭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 뭐 이런 말들이 정치뉴스를 장식했으면 좋겠다. 하하.

무엇보다 나는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의 롤 모델을 만들겠다. 국민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대통령, 몸으로 실천하는 대통령, 말의 따뜻함이 있는 대통령, 한 마디로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대통령, 그런 모습을 그려내는 게 목표다."

- 현실 정치인들이 장일준의 어떤 면을 배우기를 원하나.
"이번 주 방영될 분량인데 대학생과 토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대통령은 누가 뽑는 줄 아는가, 국민이 뽑는다고? 그건 아니다. 투표하는 국민이 뽑는 게 대통령이다. 노인들은 지팡이 집고 버스 타고 읍내 나와 투표할 때 젊은 대학생들은 뭘 했나.

애인이랑 팔짱 끼고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지 않았나. 내가 왜 투표하지 않은 당신들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하나. 나는 투표한 국민들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쳐 일하겠다. 이런 대사가 있다. 투표하지 않고, 뒤에서 말만 많고, 공연히 큰소리 치는 국민들을 향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권리를 자기 스스로 행사하라는 메시지다. 늘 투표율이 50%가 넘나 안 넘나, 선거만 끝나면 투표율이 관건이라고들 한다. 이제 그러지 말자는 얘기다."

- 제작과정에서 감독과 오바마 대통령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어떤 이미지가 맘에 드나.
"굉장히 편안한 이미지? 그리고 굉장히 말을 잘 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감성을 잘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 토크쇼에 나와 파리 잡으면서 생방송하던 일이 있었다. 무슨 얘기냐면, 생방송 중 오바마 대통령 앞에 파리가 왱왱 거린 것이다. 이걸 손으로 탁 잡은 건대, 이 장면을 본 사회자가 이 정도로 손이 빠르니 뭔들 못하겠냐 해서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만일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비서나 그 누구를 통해 파리를 잡게 했다면 어땠을까? 방송을 중단하고 파리부터 잡게 했다면? 그러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보면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멋을 느끼게 된다. 멋은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수영장에 가서 팬티만 입고 있는 사진이 전 세계에 나돌고 그런 것 아닌가. (웃음) 자신이 없으면 그런 사진도 나올 수 없을 걸? 하하하."

- 우리에게도 한때 오바마 같은 대통령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음... 우리나라는 윗대부터 내려오는 권위주의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변화가 필요하다고들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다.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 최수종씨가 이번 작품에서 꼭 그려내고 싶은 대통령의 이미지는 어떤 건가.
"대통령도 인간이라는 점이다. 꿈과 야망, 무표정한 대통령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이 담긴 대통령이다. 우리 일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통스럽고 슬플 때도 있고 가족들과 희노애락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싶다. 대통령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 그런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우리에게도 장일준처럼 인간적인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드리겠다."

 탤런트 최수종.
탤런트 최수종. ⓒ 권우성

트위터로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 우린 왜?

- 워너비 프레지던트 4종세트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가벼운 조깅과 트위터로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 평소 SNS를 적극 활용하는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트위터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보나.
"올 초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했으니 올 초부터 트위터를 했다. 트위터를 써보니 정말 솔직한 사람도 있고, 자기를 포장하는 사람도 느껴진다. 한 가지 좋은 점은 트위터를 통해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트위터에 들어가면 잊고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촬영 때문에 늘 새벽부터 움직이게 되는데, 나보다 더 일찍 움직이는 분들도 있더라. 자기 삶에 늘 최선을 다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무한의 향기를 느낀다. 이런 것들도 모두 다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 장일준이라는 인물은 한국의 오바마를 꿈꾸는 것 같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정말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얘기만 나오면 한국의 교육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교육 실체가 어디 그렇게 좋은 점만 있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또 사회 나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그냥들 열심히 학원 다니고 공부할 뿐이다. 여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 생각하는 면도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고,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는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을 잘 했으면 좋겠다.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 "얼굴만 내미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직접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사단법인 좋은 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이하 '100인 이사회')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
"배우들이 NGO 홍보대사는 많이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엔 재능기부 영역도 넓어지고 있어서 이제는 연예인들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이 단체를 만들게 됐다. 사랑을 받고 살았으니 그 사랑 되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덕화 형님이 명예회장, 이순재 선생님과 신영균 선생님이 고문을 맡아주셨다.

중계본동에 연탄 4천장을 배달하는 봉사활동도 했고, MBC, KBS 임직원들과 함께 하는 나눔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사람들은 그런다, 그 바쁜 활동 중에 어떻게 봉사하느냐고. 그러나 시간 있고 한가할 때만 하는 봉사는 누군들 못하겠나.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 이왕이면 알려진 얼굴들이 가서 도와드리면 더 좋아하실 것 같다."

-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선배들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하셨지만 전부 돌아오셨다. 내 인생의 롤 모델이기도 한 이순재 선생님이 몇 년간 정치를 하셨다. 배우로 돌아오신 뒤에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누구나 자기가 갖고 있는 '달란트'가 있다, 하느님께서 연기의 끼를 주셨는데 욕심껏 이것저것 해봐야 결국 하다 마는 꼴이 된다는 게다. 돌아와 보니, 아! 이게 나의 천직이구나 하셨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생각을 굳혔다. 하느님은 절대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주시지 않는다. 천직이려니 믿고 배우의 길을 갈 것이다."

- 최수종씨의 매력은 살짝 장난기 있는 이미지인데 이번 <프레지던트>에선 웃음 포인트가 없다. 너무 진지한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닌가.
"사람 사는 얘기인데 왜 웃음이 없겠나. 집안에선 웃음이 묻어나는 편안한 이야기가 있지만 선거캠프에서는 항상 긴장하고 대립되는 관계에 선다. 갈등도 많고."

 KBS2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의 한장면.
KBS2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의 한장면. ⓒ 필름이지 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소희' 역을 맡은 하희라.
'조소희' 역을 맡은 하희라. ⓒ 필림이지 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는 지금 잠과 추위와 싸우고 있어요."

으달달. KBS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를 찍는 촬영장은 단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 허리를 자꾸 곧추세우게 됐고 발가락이 점점 뻗뻗해졌다. 마치 담요를 뒤집어 쓴 것처럼 눈밭을 굴러도 까딱없게 차려입은 스태프들을 보곤 '뭘 저렇게까지...' 했었는데 막상 촬영장에 있으니 그들의 차림이 부러웠다. 

촬영장에서 만난 대통령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 역할을 맡은 최수종씨의 진짜 아내 하희라씨는 까탈스러운 여배우의 이미지와는 상반됐다. 평범한 이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촬영장 분위기와 자신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당초 하희라씨를 만날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촬영에 앞서 난롯가에 모인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매개는 최수종씨가 해줬다. 자신이 촬영할 동안 함께 대화하라는 것. 덕분에 향기로운 아줌마들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하루 몇 시간 촬영하세요?
"대중이 없어요. 오전 9시 촬영이면 오전 7시까지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하고 화장해야 돼요. 그리곤 하루 종일 찍어요. 날마다 새벽녘에 귀가한답니다. 우린 완전히 추위와 잠과 싸우고 있어요. 세트장이 너무 춥지요?"

- 이렇게 나와 하루 종일 촬영하면 아이들은 누가 돌봐주세요?
"별 수 있나요? 친정엄마 와계세요. 친정엄마 어려우실 땐 저희 이모가 또 도와주시고. 일하는 엄마들 다 그렇죠 뭐."

- 아이들의 방과 후 일과는 어떻게 돼요?
"학교 수업 끝나면 방과 후 수업 듣고 영어, 수학 학원 가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지요."

-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는 어떤 여자예요?
"참 대단한 여자 같아요. 장일준과 전 애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그냥 받아들여요. 돌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하는데 이 여자는 그런 게 없어요. 남편의 자식에 대한 비밀이 새어 나갈까봐 그 자식을 다독이고 보살피죠. 같은 여자끼리 하는 얘기지만, 어디 이러기가 쉽나요?

3~4부쯤 나올 텐데 조소희가 장일준과 숨겨진 아들 문제로 갈등이 생겨요. 이때 '내 가족은 절대 희생 못 시킨다'고 얘기하지요. 엄마로서 자식과 가족을 보호하는 데서는 절대로 물러섬이 없는, 모성보호가 굉장히 강한 여자라고 할까요?"

- 집에서 보던 남편과 함께 일하니 어때요? 불편하진 않으세요?
"워낙 즐겁게 촬영하는 편이에요. 항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거든요. 사실 제일 메인인 주연배우가 인상 쓰고 짜증내고 다니면 촬영장 전체가 굉장히 분위기가 안 좋아요. 그런데 최수종씬 안 그런 편이에요. 배우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리드하지요.

사실 19년 만에 같이 처음 하는 거라서 저도 어색하면 어쩌나, 불편하면 어떡하나 조심해야지 그랬는데 안 그렇더라구요. 지극히 빠른 속도로 편안하게 되던데요. 또 자연스러운 게 가장 편안한 게 아닌가 싶어요. 순간 몰입할 때는 남편인가 아닌가 생각 안하지요. 그렇지만 그냥 제 남편이고, 또 극중에서도 남편인 게 자연스럽고, 또 자연스러워야 시청자들이 보시기에도 편안하지 않을까 싶네요."

- (최수종) 저보다 선배 아니신가요?
"물론 제가 업계에 먼저 들어오긴 했지만, 나이는 저보다 많으시니 제가 선배 대접을 해드리죠. 하하하하."

- 남편 최수종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저보다 굉장히 꼼꼼하고 자상한 편이에요. 제가 오히려 털털하고 잘 까먹고 그래요."

- 아이들에게 경어를 쓴다고 들었는데 애들이 불편해하지 않나요?
"경어를 쓰지만 애들이 아빠한테 거리감을 두거나 어려워하지는 않아요. 요즘 사춘기가 빨리 오지만 애들 일어나면 아침에 꼭 끌어안고 뽀뽀하고, 또 워낙 살가운 스타일이라서 장난도 잘 치고. 그러니까 아이들이 좋아하지요. 권위적이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하희라씨도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지라 대화는 여기서 멈췄다. 곱게 단장한 모습이 영부인을 닮았고 어느덧 그런 연배가 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하이틴 스타로 보였다. 같은 유치원 엄마를 만나 수다 떨듯, 별스러울 게 없는 '엄마들의 대화'를 잠깐 했지만 '여고생 스타' 하희라씨는 평범한 엄마이자 여배우로 살고 있었다. 편안하고 평범해보이는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은 너무 인간적이어서 안 전하고는 못 배기겠다.

"요기 김치찜 너무 잘하는 집 있는데 저녁 드시고 가세요. 우리도 이것만 끝나면 저녁 먹으러 갈 거예요. 같이 가서 식사 하시고 얘기도 더 하고 그래요! 네?"

날이 추워 코끝이 새빨개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인간적인 멘트'가 오는 길 내내 훈훈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얼었던 발가락이 녹아 있었다. 그래, 엄마들은 그렇게 늘 누군가의 밥을 챙기는 사람이다.


#소셜테이너#최수종#프레지던트#대물#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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