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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을 앞세운 케이마트 메인화면. 현재 경찰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을 앞세운 케이마트 메인화면. 현재 경찰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 케이마트

"세탁기 26만8000원. 다른 곳보다 겨우 3만 원 싸게 사려다… 억울해 미치겠네요."(타라에몽)
"노트북 62만2095원. '11번가'에서 샀다가 10만 원 정도 더 싸기에 취소하고 케이마트에서 구입하려했는데… 돈만 날렸네요.ㅠㅠ"(똘레랑스)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신뢰할 수 있는 쇼핑몰"이란 신문 기사와 포털 검색 광고, 가격 비교 사이트만 믿고 가전제품, 컴퓨터 등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물건 값을 모두 떼일 처지에 놓였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달 30일 사업자가 주문 상품은 보내주지 않은 채 잠적한 '케이마트(www.kmartkorea.com) 사이트를 폐쇄하고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언론사에서 상 받은 업체가 '사기 쇼핑몰'?

경북 영주경찰서 윤용식 경사는 3일 "용의자 김아무개씨가 연말을 앞두고 단기간에 가전제품 등을 현 시가보다 20~30% 싸게 판매한다고 해놓고 제품을 보내주지 않은 채 잠적한 사건"이라면서 "김씨에게 사기 혐의를 두고 전국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마트는 지난달 20일쯤 문을 연 신생 쇼핑몰이지만 불과 열흘 사이 피해자만 200여 명에 이르고 피해 규모도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지식 쇼핑, 가격비교사이트 비비 등에 최저가 쇼핑몰로 표시돼 눈길을 끈 데다 운영 초기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했지만 업체 쪽이 현금 결제시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무통장 거래를 유도해 피해를 더 키웠다. 

피해자들은 인터넷에 '케이마트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하고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케이마트를 '2010년 하반기 소비자경영대상' 온라인 쇼핑몰 부문 업체로 선정하고 '홍보성 기사'까지 실은 <스포츠서울닷컴>과 '지식 쇼핑'에 추천 쇼핑몰로 소개한 네이버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피해 사례가 빗발치자 <스포츠서울닷컴>은 지난달 28일 해당 기사를 삭제했고 네이버 역시 26일쯤 가퇴점 조치에 이어 29일 사이트 노출을 중단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비비'를 운영하는 '베스트바이어' 역시 지난 27일 케이마트를 퇴점시키고 블로그에 고객 사과문을 실었다.

언론-포털 광고 활용해 '인터넷 최저가'로 고객 유인

피해 규모는 작지만 언론, 포털 등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지난 2003년 초 하프플라자 사태를 떠올린다. 당시 하프플라자는 TV 광고 등을 통해 '반값 쇼핑몰'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상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구매자들에게 300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선 인터넷 쇼핑몰 현금 결제 시 은행이나 제3자 기관을 거치도록 한 에스크로 제도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서울전자상거래센터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통해 피해 발생 시 사이트 폐쇄 등 피해 방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케이마트는 그 빈틈을 교묘하게 빠져 나갔다. 

우선 케이마트는 단기간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했다. 케이마트가 가격비교 사이트 등을 통해 제품 판매를 시작한 건 지난달 20일쯤이었지만 불과 하루만인 21일 <스포츠서울닷컴>에 '2010년 하반기 소비자경영대상' 업체로 선정됐다는 홍보성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제품 가격을 비교해 보아도 동일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가전제품 및 디지털 제품 온라인 쇼핑몰 분야에서 인터넷 초저가 사이트로 명백히 입증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로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1일 스포츠서울닷컴은 케이마트를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로 소개하는 광고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네이버, 네이트 등 주요 포털에도 전송됐다.
지난달 21일 스포츠서울닷컴은 케이마트를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로 소개하는 광고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네이버, 네이트 등 주요 포털에도 전송됐다. ⓒ 네이트 화면 갈무리

스포츠서울 사이트뿐 아니라 네이버, 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까지 실린 이 기사는 220만 원짜리 '광고 기사'로 드러났다. 기사 역시 해당 언론사 기자가 직접 쓴 게 아니라 케이마트 쪽에서 보내준 내용을 살짝 다듬어 그대로 실은 것으로 밝혀졌다.

'스포츠서울닷컴 소비자경영대상' 기획사인 애드추어신디코리아 관계자는 4일 "심사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가 먼저 나갔다"면서 "에스크로 시스템이 안 되고 현금 결제만 가능한 것이 미심쩍어 지난 28일 기사를 삭제하고 광고비도 케이마트 쪽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케이마트는 기사가 나가는 시점에 맞춰 네이버 상품명 검색시 하단에 노출되는 '지식 쇼핑'에 광고비를 내고 입점하는 한편 가격비교 사이트 '비비'에도 등록했다.

네이버 지식 쇼핑을 운영하는 NHN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광고주 요청을 받고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업 신고 여부 확인 등 검수 절차를 거쳐 24일 입점시켰다"면서 "지난달 27일 자체 검수 결과 에스크로 서비스가 빠진 것을 확인해 가퇴점 조치하고 28일부터 사이트 노출을 완전 중단했다"고 밝혔다.

'비비'를 운영하는 베스트바이어 관계자 역시 "지난 20일경 등록 요청 당시 기본적인 심사를 거쳤지만 에스크로 시스템이나 보증보험도 돼 있었고 사업자 등록증에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후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는 경쟁업체들의 지적이 있었고 판매자 연락이 안 돼 지난 27일 케이마트 상품을 모두 내렸다"고 밝혔다. 케이마트가 가격비교 사이트 등록 비용은 한 달치 22만 원에 불과했다. 

피해 신고 잇따르자 '환불 약속'하고 시간 벌기

케이마트는 애플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하는 아이패드 3G 통신사 미개통 제품 등 공급업자의 허락도 받지 않은 제품을 무단으로 올려놓은 것도 확인됐다. 애초부터 제품 배송 의지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12월 초에 개설된 사이트임에도 마치 오랫동안 운영된 사이트처럼 보이려고 2009년부터 상품 평이 올라온 것처럼 꾸며 놓기도 했다. 

이렇듯 케이마트의 지능적인 수법 탓에 사이트 폐쇄 등 경찰 대응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피해를 더 키웠다.

지난달 27일 전후 집중적으로 서울전자상거래센터 등을 통해 피해 의심 사례가 접수돼 경찰이 28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케이마트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지만 실제 통신판매업 신고 업체로 확인되고 판매자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사이트 폐쇄 조치를 미뤘다.  

서울전자상거래센터 정지연 팀장은 "초기에 정상적인 쇼핑몰처럼 운영하다 사기를 벌일 경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도 "센터에 사이트 폐쇄 권한이 없어 호스팅 업체를 통하여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고 있는데 업체 정보가 허위나 도용이 아닌 상황에서 심증만으로 사이트를 폐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케이마트 사업주 김아무개씨 역시 지난달 28일 서울전자상거래센터와 휴대폰 통화에서 "원활히 처리하겠다"고 답변하는 한편 피해자 카페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환불을 약속하는 글을 남겨 시간을 벌었다. 실제 당시 서초경찰서에 김씨를 고소하려던 윤아무개씨 등 일부 피해자들에겐 구매 대금을 환불해 주기도 했다. 김씨는 한술 더 떠 "이번 일이 해결되는 대로 허위 글을 유포한 사람을 찾아 처벌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28일 이후 케이마트 서초동 사무실은 문을 닫았고 김씨와 전화 연결도 되지 않고 있다. 경찰에선 김씨가 이미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30일 쇼핑몰 입금 계좌와 사이트를 폐쇄시켰다.

 네이버에 개설된 케이마트 피해자 모임 카페엔 4일 현재 600여명이 가입했고 피해 접수 사례만 200건이 넘었다.
네이버에 개설된 케이마트 피해자 모임 카페엔 4일 현재 600여명이 가입했고 피해 접수 사례만 200건이 넘었다. ⓒ 네이버 화면 갈무리

피해자 책임 요구에 "우리도 피해자... 보상 방법 없어"

케이마트 피해자들은 사기 쇼핑몰로 의심되는 신생 쇼핑몰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광고한 해당 언론사와 포털측에게도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애드추어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가격비교 사이트나 네이버 광고 클릭해서 구매하지 누가 기사 하나 보고 결제하겠느냐"면서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에 타격을 받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도의적으로 안타깝지만 자체적으로 엄격한 검수 과정을 거친 만큼 입점 쇼핑몰 사기 때문에 발생한 소비자 피해 책임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어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만 구매자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것 외에 피해 보상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어는 ▲ 현금결제(무통장 입금)만 요구하는 경우 ▲ 가격비교 사이트 최저가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표기된 경우 ▲ 에스크로 표시가 있으나 업체 허가명 등이 없거나 클릭시 정상적인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 공개된 고객센터 게시판이 없는 경우 등 의심사례 4가지를 제시하고 구매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네이버에서도 현금결제만 가능한 쇼핑몰은 입점시키지 않고 있지만 케이마트는 초기 에스크로 제도와 보증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표시해 잠시 눈을 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증보험은 케이마트가 등록하지도 않은 다나와 결제시에만 이용할 수 있었고 이마저 보증보험업체에서 27일 해지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 1, 2백 원 차이에도 민감한 '가격 비교 쇼핑' 속성상 카드 결제나 보증 보험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업체에서 현금 무통장 거래를 유도할 경우 뾰족한 대책도 없어 포털 등 관련 업체와 기관의 적극적인 검증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케이마트#최저가 쇼핑몰#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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