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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침탈 전후의 조선의 궁궐 모습은 어땠을까 국립 대구박물관에 가면 그 모습들을 두루 볼 수 있다.
식민지 침탈 전후의 조선의 궁궐 모습은 어땠을까국립 대구박물관에 가면 그 모습들을 두루 볼 수 있다. ⓒ 정만진

'<조선의 궁궐- 일제 강점기 유리건판 사진> 전시회'

신문을 보다 호기심이 부쩍 일어나는 기사를 문화면에서 보게 됐다. 대구박물관에서 2010년 12월 21일부터 시작했는데 올해 3월 6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그렇게 장기간 전시를 하는 걸 보면 대단한 특별전임에 틀림이 없다. 이만큼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기회는 드문 일이니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부산박물관에서는 이미 2008년 3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이 전시회를 했다고 되어 있다. 부산도 역시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전시회였다.)

사진들이 조선 멸망 시점 전후라지만 그래도 궁궐들이고, 지금은 없어진 건물들도 촬영되어 있다니 궁금증이 폭발하지 않을 리가 없다. 또 우리가 흔히 쓰는 필름사진이나 디지털 사진이 아니라 '유리건판 사진'이라 하니, 그게 무엇인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중간쯤에 유리건판(琉璃乾板)에 대한 설명판이 부착되어 있다. 이것을 입구에 붙여놓지 않고 왜 이렇게 관람객이 전시 사진을 절반 가량 본 다음에야 읽을 수 있도록 여기에다 설치해 놓았을까? 호기심을 증폭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일까? 아니면, 나만 무식하게 모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리건판에 대해 이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인가? 잠깐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벽에 붙어 있는 설명판의 글을 천천히 읽어본다.

유리건판은 진산셀룰로오스와 같은 플라스틱필름 지지체가 제조되기 이전에 할로겐화은을 포함한 감광유제를 유리판에 바른 후 건조시킨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흑백필름유제의 원형으로 일반적으로는 유리원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1871년 영국인 매독스가 브롬화은 젤리틴유제를 유리판에 도포한 건판을 발표함으로써 유리건판이 탄생되었다. 유리건판은 종래의 콜로디온습판(濕板)에 비해서 화상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보존성도 뛰어나다. 또한 감도와 편의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되어서 노출시간이 몇 분의 1초로 단축되어 순간촬영도 가능하였다. 유리건판은 크기가 규격화되어 명함판에서 대판10"✕12"까지 다양한 크기로 생산 사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표준판인 소판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사진의 여명기를 지나 1930년대로 들어서면 독일 정밀기계공업의 산물인 라이카와 콘탁스를 중심으로 롤필름을 사용하는 소형 카메라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게 되어 유리건판의 일반적인 수요는 감소되었다. 그러나 평면성이 좋고 온도와 습도, 시간경과에 의한 신축성이 적기 때문에 천체 사진과 IC회로 기판 제작, 극소전자공학 분야 등 정밀함이 요구되는 특수 감광재료 부분에서 최근까지도 유리건판을 사용하였다.  

설명판 옆에 유리건판과 실제 사진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이 이론으로만이 아니라 눈에 잡히는 실물들을 통해 그 둘을 생생하게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하려는 박물관측의 배려이다. 정말 둘을 같이 보니 유리건판이란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왼쪽은 유리건판, 오른쪽은 사진 실물 전시회 관람객이 둘을 비교해서 유리건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배려한 박물관측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왼쪽은 유리건판, 오른쪽은 사진 실물전시회 관람객이 둘을 비교해서 유리건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배려한 박물관측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 대구박물관

사진을 찍는데, 일곱 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제 어머니에게 종알거리는 '고발'이 들려온다.

"박물관에서 사진 찍으면 안 되는데......"

못 들은 척하기에는 아이가 한 말의 내용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발언의 내용이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 비교육적인 그런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선생님들이 사진 찍어도 된다고 그랬어요. 여기 사진들은 박물관에 있는 다른 전시품들과 달라서 사진을 찍어도 된대요."

그래도 아이는 좀 미심쩍어하는 눈치이다.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가 거든다.

"그래. 여기는 사진 찍어도 되는 방이야."

이런 경우 재빨리 대화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아 이 어머니는 교육적 감각을 지닌 사람인 듯 했다.

유리건판에 대한 설명판과 실물 비교를 보고나니 그 옆에 있는 '사진 감광재의 변천사' 안내문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오늘 많이 배우는구나.'

사진 감광재의 변천사
1826년 / 니에프스(Niepce, 1765∼1833)가 자신의 자택 작업실에서 바라본 풍경을 카메라 옵스큐라로 촬영하는 데 성공.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사진이며 헬리오그래피(Heliography)라고 함.

1839년 8월 19일 / 프랑스 학사원에서 개최된 과학‧ 예술 아카데미에서 다게르(Daguerre, 1799∼1852)가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을 발표, 프랑스 정부는 이 날을 '사진 탄생의 날'로 정함.

1841년 / 탈보트(Talbot, 1800∼1877)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네가‧포지티브 방식으로 복제가 가능한 사진술인 칼로타입(Calotype)을 발명. 후에 탈보타입((Talbottype)으로 개칭.

1851년 / 아쳐(Archer, 1813∼1857)가 콜로디온 습판법(Wet collodion plate)을 발명. 콜로디온 유제(乳劑)층이 젖어있는 동안에 촬영과 현상 처리를 하기 때문에 습판(濕板)이라고 함.

1871년 / 매독스(Maddox, 1816∼1902)가 콜로디온을 대신해 브롬화은 젤라틴 유제를 유리판에 도포한 유리건판(Gelatin dry plate)을 발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진필름의 원형.

1888년 / 이스트만(Eastman)사가 세계 최초의 롤필름 카메라인 'The Camera'를 발매하여 아마추어 사진가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으며, 누구라도 사진을 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됨.

1935년 / 만네스(Mannes, 1899∼1964)와 고도스키(Godowsky, 1900∼1983)에 의해 발명된 외식 컬러리버설 필름을 이스트만 코닥(E.Kodak)사에서 코닥크롬(Kodachrome)으로 발매함.  

1940년 / 아그파(Agfa)사가 네가‧포지 컬러 인화법(Negative-Posltive Color Printing Process)을 발표. 다음 해에 아그파사와 코닥사에서 컬러네가티브 필름을 발매.

1995년 / 카시오(Casio)사에서 30만 화소 소형 디지털 카메라 QV-10을 발매하여 디지털 카메라 보급이 급속도로 진전됨.

현재 / 소형 디지털 카메라인 DSLR 카메라는 CMOS 풀 프레임으로 화소수가 최대 2,100만 화소까지 생산되어 4"✕5" 대형필름의 화질에 육박함.

사진감광재의 변천사 1- 1826년 (니에프스) 핼리오그래피 / 2- 1839년 (다게르) 다게레오타입 
3- 1841년 (탈보트) 탈보타입 / 4- 1851년 (아쳐) 콜로디온 습판법
사진감광재의 변천사1- 1826년 (니에프스) 핼리오그래피 / 2- 1839년 (다게르) 다게레오타입 3- 1841년 (탈보트) 탈보타입 / 4- 1851년 (아쳐) 콜로디온 습판법 ⓒ 대구박물관

전시장을 두루 살펴보노라니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대구 시민들에게 조선 궁궐 사진 구경을 오라고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일어났다. 대단한 전시였다. 나라가 망해가니 궁궐 정원에 잡풀이 가득 우거진 풍경이며, 일본이 조선총독부박물관까지 만들어 자기들의 식민지 지배가 정당하고 효율적이라는 홍보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 등등, 볼 만한 사진도 많았고, 느끼고 생각나는 바도 많게 해주는 그런 전시였다.

게다가 사진감광재의 역사까지 학습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소득이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아닌가.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식민지 침탈의 잔혹함에 짓이겨져 지금은 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아니한 경희궁, 한때 벚꽃과 동물원으로 명맥을 유지했던 창경궁, 서양식 석조건물이 고풍스런 전통목조 건물과 어울려있는 특이한 덕수궁 등등, 좀처럼 볼 수 없는 사진들인데 지금 안 보면 언제 또 감상할 수 있으리.

일제 강점기 조선의 궁궐 유리건판 사진전 우리 문화재를 자기들 것인 양 마구 수집하여 경복궁 안에 설립한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대거 보관한 일제의 만행이 엿보인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궁궐 유리건판 사진전우리 문화재를 자기들 것인 양 마구 수집하여 경복궁 안에 설립한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대거 보관한 일제의 만행이 엿보인다. ⓒ 정만진

덧붙이는 글 | 사진이 많아 후속 기사로 조선 말기, 식민지 시대의 궁궐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감광재#조선의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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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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