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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후 수거되는 빈그릇들. 보통 나무젓가락까지 같이 들어있다.
식사후 수거되는 빈그릇들. 보통 나무젓가락까지 같이 들어있다. ⓒ 박종원

"나무젓가락 치우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였는데. 그리고 일단 손님들 반응이 좋아."
"괜찮은 거 같아요. 야외나 사무실이라면 모르지만, 가정집에서는 나무젓가락 필요 없잖아요?"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에 위치한 H중국음식점은 가정집에 음식을 배달할 때 나무젓가락을 일체 제공하지 않는다. 작년 4월부터 고양시에서 시행중인 '나무젓가락 배달하지 않기'시책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점 내 1회용품 사용은 규제 대상이다. 정부는 1994년 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회용품을 제공한 업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을 가져가는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시에 제공하는 일회용품은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의 '나무젓가락 배달하지 않기' 협약을 체결한 중국음식점은 모두 26개. 고양시 관내에 존재하는 중국음식점 점포가 모두 230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초기 참여율은 10% 미만이다. 하지만 현재 협약을 맺은 중국음식점 업주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비용절감 효과 때문이다.

업주와 고객 "나무젓가락이 없으니 더 편해요"

고양시에서 시책 모범업소로 추천한 D중국음식점 이수영 사장(51)은 "평소 한 달에 3000개 들어있는 나무젓가락 박스 3개 정도 주문했는데, 협약 시행 이후 한 달에 1개면 충분하다"며 "사업 시작 후 9개월 동안 45만 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현동의 S중국음식점의 권승호 사장(48)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 점포는 가정집 배달의 비율이 80% 정도 된다"며 "이번 시책에 동참하면서 나무젓가락 소비를 2박스에서 1박스로 줄였는데 기타 비용까지 계산에 한달에 약 10만 원 정도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집으로 음식을 주문한 김호경(18)양은 "솔직히 집에서 먹는 거라 젓가락이 필요없었다"며 "나무젓가락 자체의 특성상 손에 가시도 박히고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차라리 안 와서 좋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후 음식을 배달 시킨 박정신씨(38)도 "사무실 같은 곳은 젓가락이 배달돼야 하지만 가정집은 안 오는 게 더 좋다"며 "젓가락의 질 자체를 믿기도 힘들고, 어떤 과정으로 만드는지도 몰라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시청 측은 일회용품 배달 안 하기 사업을 확대해 나무젓가락에 국한된 시책을 스티로폼 찬그릇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고양시청 청소과 홍점수 재활용팀장은 "모범업소를 대상으로 밑반찬을 담는 소형 그릇을 스티로폼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찬그릇을 무상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환경부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나무젓가락의 양은 약 1만9200톤에 이른다. 개수로 환산하면 약 38억4000만 개. 개인이 연간 약 80개의 나무젓가락을 소비하는 셈이다.   

지자체와 기업들 "품목별로 줄여보자"

위와 같이 지자체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는 추세에는 환경부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회용품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기관 역시 환경부다. 2008년 3월 환경부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1회용 컵의 보증금제도를 폐지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일회용 도시락에 관한 사용규제도 전면 폐지했다.

일회용 컵의 경우 보증금제도 폐지 이후 1년 동안 일회용 컵의 사용량이 급증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분석>이라는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3월부터 2009년 5월, 약 1년 동안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이 규제 폐지 후 매장별로 약 20%~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임형선 주무관은 "일회용 컵의 경우, 관련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 결과 일회용 커피컵 사용의 주된 요인은 보증금 폐지가 아니다"며 "보증금 폐지 이후 급증한 커피전문점의 점포수와 그에 따른 일회용컵 수요 급증이 결정적인 원인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국인 개개인이 배출하는 일일 쓰레기의 양은 2008년을 기준으로 1.04kg이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04, 05년 두 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1kg 이하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중 일회용품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종이컵 302.5개, 접시 21.9개, 종이그릇 65.8개, 나무젓가락 80개다. 합산하면 한 해에 약 21만 톤, 개수로는 약 233억 개의 일회용품이 생산돼 버려진 것이다.

이렇듯 일회용품 소비와 쓰레기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지만 이에 맞서 의미있는 움직임도 계속 진행중이다. 최근들어 지자체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협약을 맺고 특정 품목에 대한 규제 운동을 자체적으로 벌여나가고 있는 움직임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0년 3월 환경부와 배구, 야구, 축구, 농구 등 각 스포츠 연맹은 그린 스포츠 협약을 맺고 일회용 응원용품 판매를 배제하는 자체 규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뒤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정부와 자발적 협약을 맡은 대형마트 5곳이 쇼핑용 비닐봉투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비닐봉투는 2007년 1억 9000여 개, 응원용품은 약 500만 개가 국내에서 생산돼 각각 1인당 3.9개, 0.1개가 소비됐다.

 고양시에서 제작한 1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안하기 홍보용 스티커. 협약에 동참하는 점포들을 대상으로 보급되며 그릇에 부착해 배달한다.
고양시에서 제작한 1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안하기 홍보용 스티커. 협약에 동참하는 점포들을 대상으로 보급되며 그릇에 부착해 배달한다. ⓒ 박종원

시민단체 "자발적인 참여는 좋지만 구속력 있는 규제 필요" 

현재 일회용품 사용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기업과 지자체의 자발적인 참여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구속력 있는 규제와 일관된 추진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에서의 일회용컵 사용 자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자원순환연대 김태희 팀장은 "기업들이 먼저 나서 일회용품 사용 자제에 대한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불어 "대기업 같이 선언 자체가 구속력이 있는 경우는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실천하는 업체나 점포가 많지 않다, 이를 보완할 구속력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회용 쇼핑봉투 사용 자제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이지현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장바구니 사용 문제에 관해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과도기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여론에 대한 호소와 설득을 거치지 않고 부작용을 대체하려는 방안만 자꾸 마련하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며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을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박종원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나무젓가락#일회용품#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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