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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킹당한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의 한 모습.
 해킹당한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의 한 모습.
ⓒ 우리민족끼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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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북한 김정은 생일에 맞춰 북한 트위터 '우리민족끼리'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해킹당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일부 누리꾼은 "우리가 북한 사이트를 해킹했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연평도 사건 등으로 북한에 적대감을 가진 사람은 이들 누리꾼의 행동을 지지하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북한 사이트를 해킹했다"고 주장한 누리꾼은 마치 '반공 투사'라도 된 양 인터넷 공간에서 요란스럽게 떠들었고, 일부 보수언론은 "우리 네티즌들의 승리"라며 자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번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사건이며, 해킹 사건이 앞으로 불러올 엄청난 파문을 아직 생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해킹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이슈에 덮였지만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북한이 반드시 보복 '사이버 테러' 공격을 할 것이라고 쉽게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1월 18일 탈북자가 운영하는 대북 인터넷 방송매체 <자유북한방송>이 해킹당해 4시간여 동안 접속이 마비됐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남북 간 사이버전쟁은 더욱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사이버전쟁 벌어지면 남한이 100% 손해"

남북 간 사이버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북한은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망은 물론이고 컴퓨터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국가기관은 물론 금융, 통신 등 모든 분야가 전산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작심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면? 전문가들은 15분 만에 남한의 주요 시설이 마비될 것이라 지적한다.

북한은 남한의 광범위한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루트로 침투할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중국 해커들과 연합해 본격적으로 한국을 공격하면 남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2009년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이미 인터넷으로 대남·대미 첩보를 수집하고 전산망을 교란하는 사이버전 전담부대 '기술 정찰조'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남북 간 사이버전쟁이 일어나면 남한이 100% 패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위험한 상황에 말려들지 않고 피하는 게 최선이다.

북한 사이트를 해킹한 사건은 법적으로 명백한 범죄행위다. 북한 사이트라는 점을 떠나서도 해킹 자체가 범죄다. 이는 현재 전기통신기본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이다. 해킹 당사자는 국가보안법의 통신회합죄와 남북교류협력법 등 모든 북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법에 저촉되는 공안 사범이다.

 해킹당한 북한 유튜브 개정.
 해킹당한 북한 유튜브 개정.
ⓒ 유튜브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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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북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해 왔다. 법원이 지금껏 공안사건에서 판단한 '이적행위'의 기준으로 따지면, 북한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일부 보수단체나 누리꾼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부의 공식허가가 없더라도 민간인이 이적단체를 응징하는 것이 괜찮다면, 이는 국가가 더 이상 개인을 통제할 이유가 없는 것이 된다. 남한 정부에도 해커방어부대, 사이버 대테러 대응센터, 사이버 수사대 등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대응 조직이 있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사이버 해킹을 추진한다면 개인보다 훨씬 더 쉽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의 마찰을 불러 올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적인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해킹 관련자 처벌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해킹 관련자 처벌은 세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북한에 경고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 사이트 해킹 관련자를 처벌하면, '우리는 법을 지키고 있으니 너희도(북한도) 법을 지키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즉, 해킹 사건을 빌미로 우리를 공격하지 말라는 '사전 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대북 강경정책으로 북한에 여러 곤란을 겪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북한에 대한 '대리보복'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진보단체가 나서 대신 고소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만일 북한 사이트를 공격한 이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북한이 남한 사이트를 공격해도 반박할 근거가 없다. 북한이 "너희도 그렇게 했잖아!"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다음으로는, 사건 관련자 처벌은 북한 사이트에 대한 다른 누리꾼의 무분별한 공격을 자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보수세력과 누리꾼은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마치 '성전'으로 여기는 듯하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그대로 두면, 앞으로 수많은 국내 해커들이 북한 사이트를 공격할 수 있고 이는 또다시 북한의 재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한국 사회 전체에 엄청난 재난을 낳게 될 것이다. 나중에 피해 입고 후회하지 말고 미리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먼저 공격했기에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남한이 북한과 수준이 동일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일이다. 결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북한이 위법천만하게 나올수록 더 냉정하게 인내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건 관련자 처벌은 북한과 대화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의 남북대화의지와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다.

어쨌든 북한 사이트를 해킹한 누리꾼은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최승철 기자는 2003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입니다.



#북한#북한홈페이지#북한사이트#북한해킹#남북사이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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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북한)사람 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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