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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부터 1월 25일까지 9박 10일간 남편과 나는 숭실대 금융학부 학생들과 인도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인도의 캘커타에서 버스로 5시간 걸리는 '산티니케탄'이라는 산골오지 마을이다. 인천공항에서 싱가폴을 경유하여 인도 캘커타에 도착하는 여정으로, 새벽에 싱가폴에 도착해서 저녁에 캘커타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하루동안의 자유여행시간이 주어졌다.

싱가폴 '창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16일 새벽 1시 55분. 저녁 7시까지 공항에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너무 길었다. 공항에는 우리처럼 갈아타는 승객이 아주 많았다. 싱가폴 공항은 아예 rest zone을 만들어 두고 기다란 의자를 늘어놓아 간단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배려해 줄 정도였다. 우리도 새벽 6시까지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아침식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싱가폴을 둘러보기로 했다.

싱가폴 공항의 rest zone  싱가폴 공항에는 이렇게 갈아타는 승객이 많아 아예 쉼터를 마련해 놓고 있다.
▲ 싱가폴 공항의 rest zone 싱가폴 공항에는 이렇게 갈아타는 승객이 많아 아예 쉼터를 마련해 놓고 있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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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자동발매기에서 목적지인 부기스역행 교통카드를 샀다. 19세기에 싱가폴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활발히 무역 활동을 했고 부기스역 근처로 상인들이 정착한 이후 거리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인종이 모이는 만큼 그들의 종교도 달랐는데 불교, 힌두교, 이슬람 등 여러 종교의 사원들이 눈에 띄었다.

워터루 거리에 있는 관음당에 갔다. 관음당은 1884년에 건축된 불교 사원으로 커다란 대문과 불교의 성전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에는 우리나라의 연꽃 모양처럼 생긴 꽃과 향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였다. 신발을 벗어두고 안쪽으로 들여다보니 화려하고 장엄한 장식이 놀라왔다.

관음당 앞에서  불교사원인 관음당
▲ 관음당 앞에서 불교사원인 관음당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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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크슈난 힌두 사원앞에서  알록 달록한 장식이 너무 아름다운 힌두사원
▲ 스리크슈난 힌두 사원앞에서 알록 달록한 장식이 너무 아름다운 힌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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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힌두 사원안에서  힌두신에게 예를 올리고 있는 모습
▲ 싱가폴 힌두 사원안에서 힌두신에게 예를 올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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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당 바로 옆에는 스리 크리슈난 사원이라는 힌두교 사원이 있었다. 신을 벗고 사원 안에 들어가 보니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 둘이서 크리슈나 신상에 향을 피우며 물을 뿌리는 예식을 진행 중이었고 두 사람의 악사는 끝없이 피리와 북을 쳐서 흥을 돋우고 있었다.

크리슈나 신을 모시는 이 사원 입구에는 향로가 있다. 원래 힌두교는 향을 피우는 예식이 없는데 바로 옆에 위치한 불교 사원의 영향이 전해 진 것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신을 모시는 사원이 불과 몇 발자국 옆에 있었지만, 서로 아무런 충돌 없이 지내고 있었고 심지어는 상대의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해 공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슬람 사원  술탄 모스크 사원 아시아에서는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이슬람 사원이다.
▲ 이슬람 사원 술탄 모스크 사원 아시아에서는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이슬람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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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모스크 사원앞에서  술탄 모스크 사원을 배경으로 반팔차림의  필자의 모습
▲ 술탄 모스크 사원앞에서 술탄 모스크 사원을 배경으로 반팔차림의 필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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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무슬림의 천국인 아랍 거리에 갔다. 거리에 있는 수많은 상점들이 무슬림 용품과 각종 장신구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장식품들은 모두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랍 거리는 100년 전 무슬림들이 싱가폴을 드나들며 활발히 무역활동을 진행했던 아랍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골목에는 아랍 문화의 결정체인 술탄 모스크 사원이 있었다.

술탄 모스크는 싱가폴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으로 약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침 9시면 관광객에게 개방되는데 짧은 반바지를 입은 관광객은 사원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여자는 머리를 가리고 긴 치마를 입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며 관광객은 기도실 밖에서 기도하는 그들의 뒷모습만 지켜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사연인지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를 올린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게 저토록 간절한 기도를 올리면 그의 말을 들은 신도 감동하여 그 소원을 들어 줄 듯하다.

기도실 밖에는 푸른 색의 종이 위에 여러 가지 내용을 담은 게시판이 있었다. 놀라운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어로 된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늘의 메시지는 예언자들과 메신저를 통해 세기를 넘어서 전해진다. 토라, 잠언, 가스펠 그리고 코란이 그것이다. 토라는 모세, 잠언은 다윗, 가스펠은 예수라는 예언자에 의해 발현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란은 23년 동안 모하메트라는 예언자를 통해 발현되었다. 코란은 신이 원본을 전적으로 만들고 보존했으며 오늘날의 아랍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 독실한 이슬람 사원에서 모세, 다윗, 예수를 모하메트와 같은 예언자로 함께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러게시판  이곳에는 모세, 다비드,예수를 인정한다는 의미의 문구가 눈에 띠었다.
▲ 여러게시판 이곳에는 모세, 다비드,예수를 인정한다는 의미의 문구가 눈에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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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여러 상인들 그리고 힌두인들, 말레인들, 인도인들 섞여 함께 살아가며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인도 타밀어를 쓰지만 자신이 가진 종교와 문화를 서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곳! 지도상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면적 세계 192위의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GDP 45위 국민소득 4만불로 우리나라의 두 배인 경제대국!  다양한 인종으로 혼잡한 듯 보이지만 여러 사람이 공존하며 다른 문화의 장점을 본받고 거리에는 차선을 어기는 사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이가 없을 만큼 질서를 잘 지키는 나라! 이것이 오늘의 싱가폴을 이루어 낸 힘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싱가폴 다리위에서 필자  싱가폴 다리 위에서 유람선을 바라보며
▲ 싱가폴 다리위에서 필자 싱가폴 다리 위에서 유람선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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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거리 풍경 너무나 차선을 잘 지키는 싱가폴 시민들
▲ 싱가폴 거리 풍경 너무나 차선을 잘 지키는 싱가폴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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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창이공항 #술탄마스크 #스리크 슈난 힌두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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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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