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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덕목'에 대한 질의가 많았다. 전관예우, 대검 공안부장 시절 촛불집회 대응 등은 논란이 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모처럼 재산증식, 병역 등 개인비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관한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관한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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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육군에 입대, 병장으로 만기전역했고,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 후보자의 2011년 1월 현재 재산 목록은 아주 간단하다, 전세금 2000만 원, 자동차 1억700여만 원, 예금 10억4200여만 원 등 총 11억6900여만 원이고, 빚은 없다. 검찰 출신 공직 후보자들이 '차용증 없는 부채' 등으로 뇌물의혹을 받았던 일과는 크게 대비되는 일이다.

박 후보자가 시가 10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동 42평형 아파트에서 전세금을 2000만 원만 주고 살고 있다는 게 매우 이상한 점이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의혹은 없다. 박 후보자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을 지내던 지난 2009년 11월 이 아파트를 불교재단인 법보선원에 기부했다.

소유권을 법보선원에 넘기고 소액의 전세금만 맡긴 채 계속 살고 있는 셈이다. 기부 당시엔 이 일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듬해 공직자 재산 변동사항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의해 기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기부 동기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 당시 집사람이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20여년 이상 절을 다녔는데, 법보선원에서 노인요양시설을 짓는다는 얘길 듣고 이에 동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서 나도 취지가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이 "물욕이 없는 거냐"고 물었을 때 박 후보자는 "재산이나 부, 명예, 공직 같은 것 중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잠시 보관하고 관리했다가 때가 되면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재물관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박 후보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최근의 인사청문회에서 박한철 후보자만큼 깨끗한 사람은 없었다"고 칭찬했다. 법사위원으로 청문회에 나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군 면제 등 '4대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분"이라며 "불교계에 사재를 기부한 것에도 존경을 표시한다. 아주 좋으신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의견 표명에는 신중..."개헌은 국민 의사 존중해야"

이날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존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사안들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로부터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사형제도 자체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찬성하느냐'는 박준선 의원의 질의에 박 후보자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후보자 신분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물었지만 박 후보자는 찬반을 밝히지 않았고, 이에 답답한 듯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데 자꾸 답변을 회피하면 어떡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박 후보자는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추진 중인 개헌에 대해서도 "권력구조 등의 문제가 집중 거론되는데, 헌법 제정자는 국민이므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서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헌법개정의 이유 중 하나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중복'을 꼽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후보자는"어떤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적합한가를 봐야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생긴 지 23년이 좀 넘었는데 그 사이 (국민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많은 업적을 쌓아왔다"며 헌법재판소 존치에 무게를 실었다.


#박한철#인사청문회#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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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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