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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외부세력?'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이 단어는 요즘 SNS상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단어다.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가 해고되고, 이 과정에서 연대하고 있는 수많은 외부의 사람들, 바로 이 외부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날라리 외부세력'이다. 그들은 홍익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고, 식사하고, 홍보하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외부세력(?)과 함께 언급되는 것이 홍익대 총학생회이다. 홍대 총학생회는 지난 1월 4일 입장표명을 통해 노조에게 "사실과 다른, 이런 언론 플레이로 학교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방법보다는 임금과 관련해 사실에 근거한 여러 자료들과 타 대학의 임금 수준들을 학교 측에 제시"하자고 했다.

또한 "외부사람들이 주도한 집회로 인해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문헌관을 통해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라고 밝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청소노동자들의 규탄대회 도중 대회장에 들이닥쳐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저해를 이유로 집회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기는 하다. 내부세력(?)의 입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청소노동자를 대하는 다른 시선

같은 대학생이고, 같은 총학생회인데도 홍익대학교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대전에 위치한 KAIST 대학원총학생회(회장 안상현)와 학부총학생회(회장 곽영출)는 명절이 되면 학교를 청소, 관리하며 학생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시설관리노동자와 청소노동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가격이 비싸거나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학생들이 직접 낸 학생회비 일부를 사용해 선물을 전달한다.

선물을 들고 청소노동자들을 찾아가는 학생들 1월 28일, 설 명절을 앞두고 학생들은 기숙사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드릴 선물을 들고 그분들의 일터를 찾아갔다.
선물을 들고 청소노동자들을 찾아가는 학생들1월 28일, 설 명절을 앞두고 학생들은 기숙사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드릴 선물을 들고 그분들의 일터를 찾아갔다. ⓒ KAIST총학생회

전달되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되돌아오는 흐뭇한 웃음 지난 1월 28일 설명절을 앞두고, KAIST 학생들로부터 설명절 선물을 받은 청소노동자들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
전달되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되돌아오는 흐뭇한 웃음지난 1월 28일 설명절을 앞두고, KAIST 학생들로부터 설명절 선물을 받은 청소노동자들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 ⓒ KAIST총학생회

KAIST는 재학생의 절대 다수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때문에 학생회는 청소를 도와주시는 어머님들, 시설을 관리하여 주시는 아버님들, 기숙사 생활의 안전에 도움을 주시는 사감선생님,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순찰하는 캠퍼스 폴리스분들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을 찾아뵙고 작은 정성을 모아 선물을 전달한다.

지난 1월 25일, KAIST 학부총학생회를 방문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담당한 KAIST 학부총학생회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을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문답 전문.

KAIST 학부총학생회 최인호 부총학생회장 지난 1월 25일, KAIST를 방문하여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담당한 KAIST 학부총학생회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KAIST 학부총학생회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지난 1월 25일, KAIST를 방문하여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담당한 KAIST 학부총학생회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임재근

- 무슨 이유로 학교의 청소노동자들에게 선물을 하나요?
"학교 안에는 교수님이나 교직원분들 외에도, 캠퍼스 폴리스, 사감 선생님, 시설관리노동자, 청소노동자 등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요. 이분들은 학교의 구성원으로서의 느낌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안 보이는 곳에서 일하시기도 하고, 설날 전날까지도 공휴일이 아니어서 일 하셔야 한다는 말씀도 있고 해서, 학생들이 선물을 준비해서 드리고 있어요. 우리 학생들은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고, 그분들은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느낌을 받을 것 같아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했고, 선배들이 진행한 좋은 사업이라 생각이 들어 올해에도 하게 되었어요."

- 올해 또 다른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올해 추석에도 선물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올해의 경우는 학교축제 때 이 분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해요. 청소노동자분들과 시설관리노동자분들은 축제 준비과정에서부터 정리까지 대부분 궂은 일을 담당하시다 보니 학생들은 웃고, 떠들고, 술 마시는 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하시는데, 축제를 위해 수고해주시는 분들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축제 기간 내에 학내의 또 다른 구성원인 청소노동자, 시설관리노동자들만의 행사를 준비하는 것인가요?
"아직은 고민 단계에 있어요. 청소하시는 분들이 한 건물에 두세분 정도씩 일하고 있는데요, 그 분들끼리도 아직 서먹해 하세요. 그래서 모든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어떨지... 그리고 그게 가능할지 아직은 고민할 게 많아요. 축제 전까지 많이 고민해서 청소노동자와 시설관리노동자분들도 학생들과 함께 학교의 구성원으로서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할 계획입니다."

- 다른 학교에서 학교와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고용문제 등 관련한 사안들이 많은데, 어떠한 생각이 드십니까?
"우리 학교 또한 청소 및 시설관리가 용역으로 되어 있어 조건이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청소노동자분들을 만나보면 좋은 학교에서 아들, 딸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많이 갖고 계신데. 임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일도 쉽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비록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저희가 직접 해결해드릴 수는 없지만,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공부하는 같은 구성원이라는 마음이라도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 한 달 가까이 투쟁하고 있는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도 하루빨리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임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벽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항상 청결한 학교를 위해 힘써주시는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소통하고 힘을 주기 위해" 자발적인 모임도 준비되고 있었다.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임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벽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항상 청결한 학교를 위해 힘써주시는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소통하고 힘을 주기 위해" 자발적인 모임도 준비되고 있었다. ⓒ 임재근


#KAIST총학생회#청소노동자#카이스트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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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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