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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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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합편성(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를 발표한 뒤 예비 언론인 모임인 다음 카페 '아랑'에는 '이제 곧 구인 공고가 많이 올라오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 섞인 반응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송 기자직을 준비하고 있는 박지애(25·숙명여대 경영학과)씨는 "종편으로 인해 경력직들이 다 빠져나가면 다른 언론사들 채용도 좀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민기(29)씨 역시 "종편에서 전문 경력직을 뽑는다 해도 신입을 안 뽑을 수 없기 때문에 채용이 활발해질 것"이라며서 "올해 후반기쯤 되면 구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언론인 지망생들의 기대감과는 달리 언론사 취업 알선 사이트 '미디어잡'의 한 관계자는 "종편 채널에서 신입은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개국 이후 1년이나 2년 정도 지나봐야 뽑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우선은 경력직과 외주 프로덕션 인력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나운서 양성 학원인 A 아카데미의 경우 최근 문의 전화가 예전보다 30~40% 가량 늘었다고 한다. A 아카데미 팀장은 "기본적으로 아나운서 직종의 경우 (채용이) 20~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종편 채널에서 모든 앵커나 아나운서를 신입으로만 뽑지 않고 경력직들을 정규직으로 뽑고 그 과정에서 빈 자리가 연달아서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론인 지망생들 '기대감'... 전문가 "경력직 위주 채용할 것"

정부도 애초 종편 사업자 선정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를 크게 보고 종편 1개사당 5000명씩 2만여 명의 고용이 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종편 자체 제작 인력은 1개사당 500명 정도로 외주 제작사, 관련 콘텐츠 업계 등 간접적 고용 유발 효과까지 계산에 넣은 것이다.

올해 하반기 개국을 준비 중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 종편 사업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내놓진 않았지만 신규 인력 채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난해 방통위에서 공개한 사업계획서 요약문에 따르면 조선일보(CSTV)는 367명, 매일경제(MBS)는 500여 명의 인력으로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도 선정된 연합뉴스 TV는 215명의 보도, 제작, 기술, 경영 인력으로 운영 계획을 세웠다.

중앙일보(jTBC)는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았으나 외부 충원 60%, 자체 인력 30%, 신입 채용(인턴십 활용 등) 10% 비율로 뽑겠다고 밝혀 타 사업자들의 신규 채용 인력 비중도 비슷할 걸로 추정된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1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종편 규탄 토론회에서 "종편 한 채널당 (채용 인력은) 200명을 넘지 않아 다 합쳐봐야 1000명 미만인데 그걸 빌미로 앞으로 정리 해고될 언론인이 배는 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에서 2만 1000명 일자리를 얘기했는데 오히려 1000명 정도 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피디직 취업을 준비 중인 주현아(26·숙대 의류학과)씨는 "지금도 방송사들이 외주 제작 체제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종편이 들어온다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주 제작사들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기(29)씨 역시 "제작 비용을 줄이려고 하다 보면 결국 기자직도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상파보다는 문턱 낮아"... 종편 '인턴 돌려막기' 우려도

 한 방송사 아나운서 카메라 테스트 장면(자료사진)
 한 방송사 아나운서 카메라 테스트 장면(자료사진)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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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디어잡 관계자는 언론사 취업 준비생들에게 "종편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당장 신입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래도 종편 채널 취업이 기존 지상파 공채보다는 취업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A 아카데미 팀장은 "기본적으로 아나운서 꿈을 실현시킬 기회는 늘어났다"면서도 "종편을 위해 따로 준비하기보다 기존에 자신이 공부하던 것을 복습하고 자기소개서, 필기시험. 카메라 테스트 등을 좀 더 심층 있게 준비하는 것이 도움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방송인 양성 학원인 B 스피치랩 대표는 "종편 채널들은 아나운서, 기자, 피디직을 따로 뽑기보다는 일인 다역을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할 것"이라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일보>와 <아시아투데이>를 비롯 몇몇 언론들이 기존의 공채 시스템에서 벗어나 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한겨레도 올해부터 인턴으로 신입 기자를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앞선 두 개의 언론사의 경우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채용까지 명시하고 있지만 종편 방송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칠 지는 미지수다.

주현아씨는 "인턴을 정해진 계약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시스템화돼 있다면 모르지만 인턴 기간이 지나면 수료증 주고 새로운 인턴을 뽑는다면 결국 학생들만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서준(26·연세대 정치외교)씨 역시 "종편을 해도 인력 시장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인턴으로 돌려막기할 거라는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정민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종편#조중동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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