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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대동강물도 풀린다느 우수, 아직도 두몰머리는 얼어있다.
▲ 두물머리 대동강물도 풀린다느 우수, 아직도 두몰머리는 얼어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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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이 만나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는 두물머리에 섰다. 이곳이 4대강 사업에 휘둘리기 전에는 이곳에 오면 포근했고 따스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은 4대강 사업발표와 팔당유기농단지에서 농사를 짓던 이들의 반대와 경찰력을 동원한 강제측량 등이 이어지면서 외롭고 슬픈 느낌을 주는 곳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강행된 4대강 사업의 여파인지 구제역의 여파 때문인지 강물은 아직도 얼어있었다. 그러나 오는 봄, 그곳에 작은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2012년까지는 농지를 몰수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로 팔당유기농단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것이다. 그 웃음꽃 핀 만큼 얼음이 녹았다.

두물머리 저 작은 배들이 두물머리를 자유로이 오갈수 있는 봄날이 멀지 않았다.
▲ 두물머리 저 작은 배들이 두물머리를 자유로이 오갈수 있는 봄날이 멀지 않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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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배는 움직일 수 없다. 배는 물살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얼음 위를 스치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팔당유기농단지의 농민들은 아직 그 마음의 상처를 저밀 틈이 없다. 그 판결은 동시에 2년 밖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판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희망을 한다면, 혹시라도 2년 뒤에 정권이 바뀌면 팔당유기농단지에 대한 정책이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아직도 얼어붙은 강에서 밀려온 얼음에 솟아버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배처럼 그들의 삶 역시도 그렇다.

두물머리 두물머리를 상징하는 은행나무
▲ 두물머리 두물머리를 상징하는 은행나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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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곳에 서있는 사람보다도, 그곳을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보다도 훨씬 더 오래 전부터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 그는 그냥 그곳에 있으므로 그곳의 상징이 되었다.

그곳의 상징이 되겠노라는 계획이나 꿈이 있어서 그리 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귀다툼하면서 살았기에 그리된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것이 삶이 아닐까?

어떤 사람이 되려고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다보니,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다보니 그냥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었더라 혹은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은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두물머리 두물머리를 찾은 사람들
▲ 두물머리 두물머리를 찾은 사람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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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강이다. 인간이 만든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만든 길을 따라 흘러야 강이다. 깊고 곧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흐르는 것이 강이다. 구불구불 흐르며 이런저런 생명들과 호흡하고 자갈에 부닥치며 졸졸졸 소리도 나면서 제 몸을 씻어가며 흐르는 것이 살아있는 강이다. 그런 강이라야 생명이 깃든다.

두물머리의 은행나무를 뒤로하고 팔당유기농단지로 들어섰다. 초입은 을씨년스럽다. 몇몇 하우스에는 유기농 딸기가 자라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체험을 하고 있었다. 내다 팔 상추를 아낙들이 뜯기도 하고, 대파가 실하게 자란 하우스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하우스가 농사를 포기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법원 판결이 반갑지만, 그 판결이 곧 팔당유기농단지의 봄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두물머리 팔당유기농단지, 2012년까지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 두물머리 팔당유기농단지, 2012년까지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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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걸었던 현수막, 지난 겨울 내내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녹슨 경운기, 그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농업사수'깃발에 적힌 소망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 쓸쓸하고 외롭고 허전하고 이내 속상하고, 분노감이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목공화국,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이들, 안 해본 것 없이 해박하다고 주장하는 이들, 뻥쟁이들... 도대체 어쩌다가 저들이 이 나라를 쥐락펴락하고 있는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그 분의 전유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침출수를 퇴비로 이용하면 된다는 분도 농사를 지어봤다 하고, 축산농가의 수출액수와 매몰비용을 비교하며 분개하시며 미국산 쇠고기 맛나더라고 하신 분도 축산업을 해보셨다고 한다. 해봤으니 다 안다고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 시키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사고방식인가? 그런데, 그런 분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신단다. 그러니 3년 만에 이 나라가 이 모양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 탓이다. 그들의 집권을 막지 못한 내 탓이다.

이 세상의 아주 작은 아름다운 편린까지도 훼손하는 이들의 검은 속내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봄'이 되어야 역사의 봄이 시작되지 않을까? 봄은 오건만 춥다. 다 내 탓이다.


#두물머리#4대강사업#팔당유기농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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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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