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터뷰: 심규상 장윤선
정리: 이경태
사진: 남소연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남소연

"언론에서 자꾸 '친노의 분열'이라고 하는데, 저는 친노를 정파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이건 무슨 파, 저건 무슨 파라고 나누는 건 반드시 망하는 족보지요. 대한민국이란 하나의 족보로 뭉쳐내기 위한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4·27 재보선 김해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친노의 분열'을 우려했다. 민주당 친노486들은 김경수 후보를, 국민참여당은 이봉수 후보를 내고 각각 뛰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된 마당에 과연 친노가 단결해 '김해을' 선거를 치러낼 수 있겠나 회의적으로 보기도 했다. 서로 마음이 상한 친노 내부가 '하나로' 힘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야권이 연대해 한나라당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겠지만, 진심을 다해 마음으로 선거를 뛰어줄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었다.

안희정(46) 충남도지사는 4·27 재보선 김해을 국회의원선거 후보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갈등을 빚는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싶은 눈치였다. '친노의 분열'이라는 언론의 구분에 적잖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파벌로 나누는 건 망하는 족보"라 규정짓고 "언론이 친노의 분열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친노'가 '노무현을 따르는 무리들'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21세기 새로운 진보주의'라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수차례 거듭한 안 지사는 "이미 노무현이란 이름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려지는 햇볕과 같다"며 "나는 그렇게 노무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정파와 지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아버지로 기록시키는 게 나의 목표"라며 "오로지 그것을 위해서만 노무현이란 이름을 들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만 노무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한민국 책임지려면 식민지·쿠데타 역사에 답 줘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로 시작된 MB정부 3년에 대해서는 "조선 말 개항기와 비교할 수 있다"며 "비유하자면, 한복바지를 입고 양복상의를 입은 것 같은 '미스 매칭'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과 그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사회적 리더십이 다 분리돼 있다"며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 국민을 그대로 대변할 수 있도록 모든 대표 체제가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도, 기업도, 언론도, 학계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그는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개항기 당시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서 원칙을 지켜온 사람들이 현실 싸움에서 끊임없이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는 "한나라당을 예로 들자면, '차떼기'로 힘들었던 당을 지켰던 박근혜씨이기 때문에 지금 유력 대선 주자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한나라당이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책임지고,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보수 정당으로 거듭 나려면 박근혜씨 스스로 식민지와 쿠데타 역사에 대해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어낼지 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주의 질서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았거나 이 질서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원칙을 지켰던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와야 한다"며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독립국가에 식민지 시대 당시에도 원칙을 지켜왔던 독립투사가 필요하듯, 새로운 시대는 현 체제를 과거로 밀어낼 수 있는, 정치지도력을 가진 인적 자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질서에서 혜택을 받았던 이들이 '지역주의 극복하자', '20세기로부터 극복하자'고 말을 바꾼다고 해서 시대가 변하진 않는다는 그는 "복지국가 담론을 제기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말을 바꾸기 시작했지만 과연 그 말에 몇 사람이나 귀를 기울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3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그말로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6시간 대화를 나눈 뒤로는 처음 길게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심한 듯 퍼부었다. 정치인들에게 지금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또 국민 모두에게는 현재 우리에게는 어떤 정치인과 어떤 정부가 필요한 것인지 '까 놓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정치인을 꼬집어 비판하기도 했다.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정치인은 정치 일선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했다.

다음은 안희정 지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도지사 임기 만 7개월을 보내고 있다.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이었나.
"세대와 정당으로 볼 때 충남에 큰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럼에도 도정이 과거와 분리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신뢰를 드린 걸 보람으로 생각한다. 물론 도민들은 심대평 전 지사, 이완구 전 지사와 저는 다르다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사람과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도정의 연속성이 단절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 점에서 신뢰를 지키고, 칭찬받고 싶다."

- 지난 7개월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본다. 법률과 절차가 국가 예산 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면 승복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그게 결여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강 주변 저지대 땅을 갖고 있는 농민에겐 땅을 높여주고 2년간 경작비용을 대주겠다는 정부 제안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이익이 있는데 그에 응한 걸 탓할 수 없다.

한편으론 준설을 저렇게 해서 마련한 골재를 해당 지자체가 팔아 재정에 쓰라는 게 이해가 안 됐다. 강바닥에 놔두고 필요할 때 파 쓰면 될 걸, 왜 저렇게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먼지 바람을 맞게 만드나. 또 비 오면 유실되는데.

그래서 대화를 요청했는데, 여하튼 대통령은 응하겠다고 했지만 주무장관마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주무장관들은 충청도는 골백번도 더 왔다 갔다 한다.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어떤 분들은 도지사가 왜 쓸데없이 정치투쟁을 하느냐고 걱정한다. 어떤 분들은 뽑아줬는데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고 하신다. 그러나 제 원칙은 분명하다. 지역 내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일정 정도 검증과정을 거쳐 보상 기간을 더욱 늘리고 공사 시간을 충분히 갖자는 거다. 내년 총선 앞두고 공사를 꼭 끝마쳐야 할 이유가 있나."

"삼성, '노조 없는 경영'이 무슨 자랑인가"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남소연
-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로 시작된 MB정권 3년간 4대강은 물론 구제역까지 환경과 생명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MB정권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조선 말 개항기와 비교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의 정치세력은 우리 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한복바지를 입고 양복상의를 입은 것 같은 '미스 매칭' 상태다. 이런 '미스 매칭' 상황일 때 역사는 위기에 빠진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미스 매칭'을 만들고 있다. '촛불'과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은 우리 시대의 불행한 만남이다. 이 상태에선 대한민국이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가.
"예를 들어 진보·보수. 현재 우리나라에 진보와 보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어디 있나. 무엇이 진보고 무엇이 보수인가. '보수'라는 분들은, 분단과 전쟁을 겪었던 시대의 역사인식을 주로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 시대인식으론 지금의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 우리 교역량의 40%를 중국이 차지하는데, 미국과 손 잡고 대중국 전선을 치겠다는 게 말이 되나. 20세기 역사인식을 갖고, 보수라 칭하면 안 된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개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조건 신자유주의 담론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우리 삶은 대부분 개방과 통상 전략에 기반해 있다. 그런데 아직도 20세기식 민족자주경제론을 얘기한다면 진보의 자기 역할을 다 한다고 보기 어렵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현실은 이미 낡은 OS(operating system)에서 벗어났는데 정치·언론·기업 등은 여전히 DOS 환경의 프린터, 아래아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미스 매칭'을 빨리 걷어내야 한다."

- 어떤 계기로 '미스 매칭' 상태를 해소할 수 있겠나.
"대한민국이 새롭게 개조돼야 한다. 정당·언론·기업·시민사회 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1800년대 조선의 백성들은 새로운 질서를 요구했지만 당시 조선 사회의 지배담론과 지배체제는 여전히 봉건적 신분질서로 통치했다. 결국 조선은 이 '미스 매칭'을 해소하지 못해 식민지로 전락했다. 우리도 새로운 담론, 관점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20세기식 담론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삼성은 '초일류 기업'이라면서 뭘 자랑할 게 있다고 '노조 없는 경영'을 고집하나. 이런 모든 것이 '미스 매칭'이고 사회를 위기로 빠트리는 위험요소가 된다."

-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어떤가.
"각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지역주의 명찰' 뗀다면 각자 과연 그 정당에 속할 수 있겠는지. 우리 지역에선 한나라당이어야 하니까, 우리 지역에선 민주당이어야 하니까. 혹시 이런 논리로 소속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저놈들은 빨갱이'라는 관점을 제하고 났을 때 지금의 여당과 야당을 구분할 수 있을까. 아울러, '쟤들은 친일과 쿠데타, 독재의 하수인이야'라는 공격적인 관점을 제하고 한나라당을 바라본다면 야당은 무엇을 기반으로 서 있을 수 있나 묻고 싶다. 지금 (각 정당이) '복지'란 단어로 의제를 뭉뚱그리려 한다. 그러나 복지는 여야를 나눌 기준이 못 된다.

그래서 어떤 계기점이 필요하다. 우선 복지로는 나눌 수 없다. 여야 모두 복지는 모두 하겠다고 할 것이다. 또 통상정책도 마찬가지다. 한미FTA에 대한 찬반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눌 수도 없다. 결국 새로운 어젠다가 필요하다. 새로운 지도자가 되려는 분은 20세기적 어젠다에서 벗어나 새로운 담론을 잡고 가야 한다고 본다. 나는 그것을 분권과 균형발전이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분권과 균형발전을 말하는 건가.
"현재 도지사인 저로선 분권이 중요 과제다.(웃음) 분권을 통해 먹고 살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중앙과 수도권을 견제할 수 있는 지방의 의지를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이대로 가다간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대한민국 '생태계'가 모두 깨지게 돼 있다. 분권은 민주주의의 일환이자, 국민에게 보다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과제다. "

"우리 편 긁어모아 상대편 제압하는 건 20세기 정치"

- 지역주의 프레임이 많이 약화되지 않았나.6·2 지방선거 등을 통해 복지국가 담론이 제기되면서 보수와 진보 간 이념 담론도 상대적으로 약화된 걸로 보이는데.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독립국가에 원칙을 지켜왔던 독립투사가 필요하듯, 새로운 시대는 현 체제를 과거로 밀어낼 수 있는, 정치지도력을 가진 인적 자산이 필요하다. 구질서에서 혜택을 받았던 이들이 '지역주의 극복하자', '20세기로부터 극복하자'고 말을 바꾼다고 해서 시대가 변하진 않는다. 복지국가 담론이 제기됐다. 사람들은 모두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말에 과연 몇 사람이나 귀를 기울일까."

- 무상복지 등을 제기하고 나선 민주당의 '좌클릭'에 진정성이 없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모든 정당 지도자에게 공히 하는 얘기다. 여야가 따로 없다.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모두 마찬가지다. 난 오히려 묻고 싶다. 지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자유주의에 물든, 민주정부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공격했다면 그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FTA와 현재 21세기 이슈를 다뤄낼 수 있는 지도자가 못 된다고 생각한다. 그 분들에게 사과를 받겠단 개인적 감정이 아니다.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 진보진영이 민주당 혹은 국민참여당에게 참여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반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진보진영도 과거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정치세력 간 화해를 위해 사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자는 얘기다. 서로 경쟁 상대로 보지 말자. 남의 세력을 꺾어내고 차지하는 건 성과가 아니다. 이 시대 국민들에게 뭘로 사랑 받을지 생각해보자. 특정계급으로만, 특정지역에서만 사랑 받겠다? 그래서 그 합이 51%면 된다? 이런 식의 20세기적 정치철학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된들 결국 아무 일도 못하는 대통령이 될 뿐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를 반영해서, 그들을 통합하려고 지도자가 돼야 한다. 정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전당대회 때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만 갖고 정당을 운영할 수 있을까. 지난 70년대에 한 정당의 당수가 되면 자신의 반대파들을 공천에서 모두 잘라냈다. 이런 몰상식한 태도로 정당을 하다 보니깐 정당이 자꾸 작아지는 것이다. 정당을 국가로 치자면 국가도 그런 태도로 운영하면 작아져 버리는 것이다."

"친노를 정파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 4·27 재보선의 김해을 후보 공천을 두고 '친노의 분열'을 우려하는 보도가 많았다.
"시민주권 창립포럼 당시 저는 '친노'는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노무현을 따르는 무리들'이란 고유명사가 아니라 '21세기 새로운 진보주의'란 보통명사로 '친노'가 사용됐으면 좋겠다. 이미 노무현이란 이름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려지는 햇볕과 같다. 저는 그렇게 노무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자꾸 '친노의 분열'이라고 하는데, 저는 친노를 정파로 분류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공화국 역사는 축적된다. 이건 무슨 파, 저건 무슨 파라고 나누는 건 반드시 망하는 족보다. 대한민국이란 하나의 족보로 뭉쳐내기 위한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남소연

-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에게 김해을 후보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경쟁하자며 계속 후보를 물색했다. 결국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과정을 두고 언론은 친노의 분열을 언급한 것인데, 아니라는 건가.
"노무현 대통령을 정파와 지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아버지로 기록시키는 게 제 목표다. 저는 오로지 그것을 위해서만 노무현이란 이름을 들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만 노무현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는 경쟁구조를 만들어 이익을 보는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무현 대통령을 대한민국 모두의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민주당 비판 태도는 어떻게 보시나.
"유시민 원장이 최근 어떤 언행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친노'에 대한 일반의 정치적 분석을 이런 논리로 접근하는 걸 거부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다. 서로 노무현 정신을 본 받겠다고 경쟁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친노'를 협의의 의미인 '정파'로 분류하는 걸 거부한다."

- 그렇다면 4·27 재보선을 앞두고 빚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흔히 있는 정당 간 경쟁이고 어깨 싸움이다. 그런 것은 늘 있는 일이다."

-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정치인 모임인 '청정회'(회장 이용섭 민주당 의원)는 올 새해를 맞아 모임을 열고 4·27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정신 계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여전히 유효한가.
"어찌됐던 친노그룹이 구체적인 조직과 여의도 정치판의 한 세력으로서 가면 안 된다. 정치와 가치, 철학과 노선으로서 친노는 꼭 필요하다. 친노가 그렇게 발전하길 바란다."

-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최근 <시사인> 인터뷰를 통해 "(안)희정이도, (이)광재도 유시민을 친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강금원 회장이 이미 해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꾸 그렇게 집안싸움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형제애를 북돋아야지 왜 자꾸 싸움을 붙이나. 그러면 안 된다. 나는 '시민이 형'을 좋아한다. 그 분의 독특한 캐릭터마저도 나는 좋아한다. 대통령이 워낙 어려웠을 때 '노무현 지킴이 투쟁'을 했고, 민주당 후단협 문제로 시끄러울 때 당시 노무현 후보와 내가 시민이 형을 정치판으로 끌어냈다. 정치 안 하겠다는 사람 소맷자락을 잡아당긴 사람이 나다. 그래서 만분의 일이라도 책임이 있는 나는 시민이 형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처럼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와서 속상하다."

- 차라리 함께 당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게 안 되서 속상한 것 아닌가.
"나 역시 회의석상에서 상의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당적 질서가 그게 아니라서…. 그런데 이건 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전 대표도 민노당의 강기갑, 권영길 전 대표, 이정희 대표도 모두 마찬가지다. 다 좋은 분들 아닌가."

"가설정당은 지주회사 방식...국민의 선택지는 역시 양당제"


-  '아듀 박정희' '아듀 20세기'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40%가 넘는 유권자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생각한다. 이 현상은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그렇게 해서 되고 안 되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는 정치를 통해 한 시대와 역사를 바꾸자는 게 아닌가. 이 시대와 역사를 다음 단계로 넘기려면 어떤 자세를 가질 것인가. 그게 문제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에는 별로 중요한 의미가 없다. 박근혜씨가 정말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고 한다면 식민지와 쿠데타의 역사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고민만 해서 되겠나. 어떤 답을 내놔야 하는 건 아닌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말했듯,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자기 희생과 헌신성도 없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도덕적으로 공격받았다. 21세기의 보수와 진보는 선과 악의 도덕적 관념을 넘어야 한다. 그 구도를 깨야 한다."

- 현재 위대한 지도자가 없다고 보나, 아니면 부각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보나.
"그 문제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누구냐 할 것이고, 없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기분 나빠할 텐데 그 얘기를 뭐하러 하나. 하하하. 다만, 그런 지도자들이 우리 사회에 많았으면 좋겠다. 저 역시 그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이런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필요하다. 내 지지자 긁어모아 이기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다."

- 현실정치 문제로 되돌아가보자. 4·27 재보선이 정가의 화두다. 후보단일화와 연합정치를 위한 본격적인 정치협상도 시작됐다. 안 지사는 야권이 어떤 정신으로 이번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우리가 대통령제라는 헌법체제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이상,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 연대와 통합의 게임의 룰을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출마자 개인의 인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합의한다고 해서 그 룰이 지켜지지 않는다. 한 개인이 재산과 시간을 투자해 도전하겠다는 걸 조직의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나. 정당이 20세기의 결사조직인가. 명령이 통하게?

그래서 지금의 연대 통합 논의가 나에겐 답답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양당제적인 청백게임을 이쪽 진영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그 속에서 내부 싸움이 공정할 수 있는 데까지 합의하면 된다.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내부경쟁력, 여론조사 등 여러가지 비교할 수 있는 지수를 만들어서 하면 된다."

-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가설정당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볼 땐 지주회사 방식이다. 계열사가 다르더라도 지주회사로 통합해서 이윤이 나면 지분대로 배분을 하자는 얘기인데, 어찌됐든 더 이상 여기에 대해선 더 구체적인 얘기를 안 하련다. 복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도지사로서 맡고 있는 업무도 많아서 그에 대한 고민을 다 하지 못했다. 답이 없어서 말할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노무현도 선택했다가, 이명박도 선택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선택지는 양당제일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선택지를 만들어줄 수 없다."

- 2012년 민주당이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 어떤 변화와 개혁을 담지해야 한다고 보나.
"리더십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만들었던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리더십을 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정당적인 활력과 변화를 얻어내기 참 어렵다. 그 역사적 정통성 속에서 오는 지도자의 리더십. 예를 들어 지난 대선 때 '호남 사람' 정동영 후보가 인기 다 떨어진 노무현을 끝까지 돌보고 지켰다면, 또 민주당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버텨줬다면, 아마 정동영 후보는? 그래야만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지도자가 크게 되는 것이다. 눈빛이 흔들려 버리면 안 된다. 그런데 (정 후보는) 간판까지 왔다 갔다 해버리니까 정치적으로 끝난 거다."

"천둥번개 속에서도 고요 지킬 수 있을 때 대권 도전하겠다"

- 10·3 전당대회 때 안희정 지사는 정세균 전 대표를 지지했다. 손학규 대표의 현 리더십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그 당 소속의 도지사에게 당대표를 평가하라고 하나 불경스럽게. 하하하. 손 대표는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시다. 집념과 그 부지런함이 그 분의 좋은 덕목이라고 느꼈다. 김대중·노무현 이후의 민주당을 다시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하시는데, 참 고생 많으시다. 내 나름껏 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도지사가 되는 길이 내가 속해 있는 정당과 진보진영에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우선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남소연
- 야권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나.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주로 농담으로 회피했지만 이번엔 솔직히 말하겠다. 내 마음의 평화를 천둥, 번개 속에서도 지킬 수 있다면 도전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못 하겠다. 영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래서 좋은 그릇을 키우고 나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도지사 일에 더욱 더 집중하고 있다. 2012년은 지금 여러 상황을 볼 때 엄두가 안 난다.

준비가 돼 있다면 솔직히 말할 거다. 그런데 지금은 준비가 안 돼 있다. 도지사로서 농업·수산업·상업·기업 등 무수히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듣고 그 분들에게 연관있는 정책들을 준비하는 일. 충남의 새로운 산업 부흥지역을 마련하고 서남부 지역의 농업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 지역적 개발 가치와 환경 보전의 가치의 대립을 해소하는 일. 소수당의 도지사로서 의회를 설득하는 일. 이 모든 일들이 굉장히 버겁다.

이 모든 갈등 속에서 내 마음이 정말로 평화롭고 고요할 수 있을 때 (대선출마) 의지를 한 번 만들어보겠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선 너무 힘들다. 16개 시도 중 작은 도의 살림을 하는데도 내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하는데 대통령 후보에 출마해서 되겠나."

- 국민들이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될 사람은 당신뿐이다, 출마하라 강권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하는 것은 창끝 위에 올라가는 일과 같다. 많은 지도자들도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자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어야 대통령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괴로운 것을 안 보거나 상대를 공격하거나 소통을 거부한다. 망각, 무시, 뛰어넘기 등의 방법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스킵'하고 무시해 버리면 되겠나.(웃음)"

- 한국정치의 통합적 리더십을 굉장히 강조하셨다.
"다윈의 적자생존론을 21세기 식으로 재해석하자면 '조화의 철학'이다. 조화와 번영이 진화의 비밀이지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싹쓸이 하는 게 진화가 아니다. 바뀌어야 한다. 법과 절차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 거버넌스(협치)가 꼭 필요하다. 아직도 사람들은 참여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밟아주기 바란다. 그래서 내가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는 일도 생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달라'고 호소했다. 링컨 대통령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주장했다. 우리 386 세대가 '국민을 위한 정부'란 과제에서 더 나아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부'를 인류사 최초로 완성시켜봤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제안이다."

- 2012년 민주진보정부가 수립된다면 이 정부가 담아야 할 가치와 비전은 무엇이겠나.
"차기에 어떤 분이 대통령에 당선될지라도 불행했던 우리의 20세기 역사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이고 우리 장인은 1·4 후퇴 때 이북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내려온 분이다. 외갓집에 한 다리를 건너면 해방공간에서 좌익으로 몰려 돌아가신 분이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로 돌아오면, 지식인으로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부끄럽게 여겨 평생 노동자로 살고 계신 매형이 있다.

이 분의 청춘을 감싸안을 수 있는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나는 박정희 세대로 자랐다. 박정희 세대로서 국가와 애국심, 국가를 위한 봉사·헌신의 자세를 갖고 살아온, 운동권이든 아니든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국가 정체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 3권 분립 못지않게 지방분권국가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셨다. 최근 한나라당 친이계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입장이 있을 것 같다.
"'급하니까 우선 당장에 저녁은 연탄불 피워 라면이나 끓어먹자'라는 정도의 개헌이라면 하겠는데, 부엌 아궁이를 뜯어고치자는 식의 개헌을 이렇게 논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발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이 했던 개헌 논의를 배웠으면 좋겠다. 당장 정파적 이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개헌이란 국가의 장기적 과제를 그렇게 무책임하게 꺼내는 게 어디 있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정성과 존엄성이 충분히 존중하는 이들이 모여 장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무슨 한 정권에서 한 국가의 100~200년을 결정짓는 개헌을 할 수 있나."

- 개헌은 필요하다고 늘 강조했었는데.
"분권형 개헌 논의나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 헌법기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우리 시대에 맞는 견제와 균형, 권력의 분산이 효율적으로 짜여질지 논의해야 한다. 기초단위는 어떻게, 중앙단위는 어떻게, 의회는 양원제로 할 것인지 등 논의할 게 많다. 1987년 헌법은 좋은 얘기가 많지만 핵심은 '어떤 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인들이 아무리 국민들에게 사랑받는다고 하더라도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그런 정치의 힘을 갖고 개헌논의를 하려고 해선 안된다. 백전백패할 뿐더러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뿐이다."

- 결국 필요한 개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20년 정도 이후를 상정하고 그 과정에 분과별로 토론을 붙여야 한다. 민주적 토론으로 안을 만드는 것이다.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국민적 성원 기구를 만들거나 논의를 확대시키고 그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커밍아웃'도 해줘야 한다. 이 논의에 임하는 동안 정치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건국의 아버지'가 되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국민적 신뢰가 만들어진다.

- 끝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어떤 활동에 주력할 것인가. 
"우선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잘 풀고 싶다. 지금 쌀 직불금 문제를 놓고 농민들이 도청 앞에 쌀 야적투쟁을 하고 계신다. 도지사로서 '얼른 예산을 편성해서 할게요'라고 답하지 못하는 게 우선 재정이 너무 어렵다. 게다가 쌈짓돈을 모으고 모아 그를 위한 재정을 편성하더라도 농업·농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에 투자하고 싶다. 2~4월까지 3개월 동안 지역의 농민단체, 축산·농산·수산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농업·농민·농촌에 대한 12가지 과제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농촌의 공동화 문제, 노동력 유입 단절 문제 등을 이런 과제 속에서 다뤄볼려고 한다. 귀농귀촌운동, 농업리쿠르팅 등을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또 현재 공급자로서 시장가격에 대한 경쟁력을 못 갖고 있는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생산물의 부가가치를 신장시킬 수 있는 친환경 농업, 새로운 신상품 개발 등이다. 교육, 기업정책 등에 대한 몇 가지 주제들이 더 있는데 하나씩 정리하며 나아가려 한다."


#무지개정치모색#안희정 충남지사#농업 리쿠르팅#박근혜#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