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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전 MBC 사장(왼쪽)과 최문순 전 MBC 사장
 엄기영 전 MBC 사장(왼쪽)과 최문순 전 MBC 사장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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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의 최대격전지는 강원도다. 우선 재보선지역 중 유일하게 광역지자체장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렇다. 민주당은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대구·경북에 버금가는 보수의 아성인 이곳에서 사상 처음 승리했다. 역으로 한나라당은 이광재 전 지사에게 뺏긴 '50년 텃밭'을 회복해야 한다.

현재까지 각 당 후보가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한나라당 엄기영 예비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예비후보는 고교 선후배 간이자 전직 MBC사장들로, 선거의 결정적 요인인 '구도'가 만들어지는 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사람 다 출마 이전에는 강원도가 활동기반이 아니었고, 행정을 해본 적도 없다. 엄기영 예비후보는 사실상 자신을 MBC사장에서 쫓아낸 한나라당으로 간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난제가 있고, 최문순 예비후보는 낮은 인지도가 큰 걸림돌이다.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나 이호영 전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특보,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회장 등 한나라당의 다른 후보들이나 민주당의 조일현, 이화영 전 의원도 필승을 말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거물들의 지원이 절실한 까닭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섰다. 15일 오후 2시 강원도 춘천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 고문자격으로 특위 발대식에 참석한 것이다. 공식적인 선거지원이 아니라 당 특위 고문으로 나선다는 점에서는 '제한적'이다.

압도적인 차이로 대선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는 2년 4개월의 당 대표시절 동안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40대 0'의 신화를 이뤄냈다. 2006년 5·31지방선거 때는 피습 후, 봉합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난 뒤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로 대전시장 선거를 역전시켰다.

박 전 대표가 당 공식행사에 당직을 갖고 참석하는 것은 3년 3개월 만이고, 강원도 방문은 2009년 8월 친박(친박근혜)계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차 강릉을 찾은 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방문만으로도 효과"... 평창특위 고문 맡은 뒤 강원도 지지율 11%P 올라

 한나라당 동계특위 고문을 맡은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동계특위 고문을 맡은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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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며 대표 퇴임 이후에는 직접적인 선거지원을 삼가해 왔지만, 이번에는 3수 째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간접지원에 나선 셈이다.

여전히 박 전 대표측은 이번 춘천행에 대해 "순수한 유치지원 활동이며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간접적으로라도 박 전 대표를 끌어낼 명분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유세 요청은 해보겠지만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박 전 대표가 평창특위 차원에서 앞으로 몇 차례 방문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보수성을 자극하는 데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강원도와 박 전 대표의 개인적 인연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화천에 있는 7사단장을 지냈다는 정도지만, 그는 이 지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3월 둘째주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강원도에서 40.7%의 지지율을 보였다. 평창특위 고문을 맡기 전보다 11.3%포인트나 올랐고, 전국 평균지지율 33.0%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그의 단 한 번의 방문을 놓고 최문순 예비후보가 "선거만의 여왕이 아니고 진짜 강원도를 위해 일해주신다면 환영해마지 않는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오심으로써 (이번 강원도지사 보궐선거가) 대권 전초전으로서의 성격이 좀 더 분명해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급 인지도'를 갖고 있는 엄기영 예비후보가 맞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까지 등장했다는 점에서, 전체인구 150만 명에 유권자 120만 명인 강원도의 당원 수가 3만 6명, 그나마 당원명부에 오른 숫자가 그 정도인 민주당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이 우선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이광재 전 지사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이 전 지사가 54.4% 득표율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 8.8% 포인트 차이로 낙승한 것을 두고는 한나라당에서도 "이광재니까 가능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여전히 인기좋은 이광재, 선거지원엔 손발 묶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지난해 7월 1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지난해 7월 1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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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지사직 상실에 대한 비판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12일~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지사식을 잃은 것에 대해 '문제있다'는 응답이 45.4%로, '별 문제없다' 32.6%보다 12% 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29.3%가 이 전 지사 재판에 '문제있다'고 응답해, 그에 대한 동정론이 적지 않게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취약지역인 영동의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재선의원을 지냈고, 지사 당선 때도 영동의 대표도시 강릉에서 52.3%를 얻어 47.7%를 얻은 이계진 후보를 앞섰다. 최문순, 조일현, 이화영 예비후보가 그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10년간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은 물론 선거권까지 박탈한 대법원 판결로 공식 선거운동에는 나설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공보담당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지사는 누가 좋다는 단순한 의견개진을 넘어 특정정당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수 없다. 지원유세도 할 수 없고, '반복적으로' 후보와 함께 다닐 수도 없다. 한두 번 함께 손을 들어올리는 정도만 허용된다. '지능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손학규 대표의 지원이 더욱 두드러진다. 2008년 당 대표직에 물러나 2년간 춘천에 살기도 했던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이 전 지사 당선에 한 몫을 했고, 이어 7·28 재보선 때도 태백·영월·평창·정선의 최종원, 원주의 박우순 의원 당선에 역할을 했다. 이 전 지사측은 "손 대표가  강원도에서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

손 대표, 강원도에 올인 할 수밖에 없는 상황... 3월 들어 방문집중

 민주당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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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손 대표의 핵심측근들은 "대표 본인이나 측근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야권연대를 파탄시키려는 한나라당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 승리는 야권연대 없이는 불가능하고, 비호남출신인 손 대표만이 이를 이뤄낼 수 있으며, 실제 손 대표가 자신의 주 지지층인 호남, 중산층과 어긋나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야권연대 성사를 위한 것인데, 한나라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내년 총선출마 의사도 없는 손 대표의 분당 출마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에는 분당을에서 낙선하고 강원도까지 잃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실제 이렇게 된다면 그는 대선주자 반열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7·28재보선 선거전략상으로도 강원도 선거를 이끌면서 김해을 보궐선거 후보 조정과 선거지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손 대표뿐이라는 판단도 있다. 손 대표로서도 가능성이 엿보이는 강원도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15일 영동인 고성과 양양을 방문한 데 이어 17일에는 원주에 가기로 했고, 다음 주에도 두 차례 강원도 방문이 예정돼 있다. 손 대표는 참모들에게 3월 마지막 주 일정은 비워 놓으라고 지시했다. 참모들은 강원도 일정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2일 춘천과 10일 홍천에 이어 3월에만 최소 6회 이상 강원도를 방문하는 것이다


#강원도지사#박근혜 #손학규#이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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