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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신(農神)에게 한 해의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시농제
농신(農神)에게 한 해의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시농제 ⓒ 오창균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고양시 덕양구 39번 국도로 빠져 벽제방면으로 달려가다 보면 한쪽은 고층의 아파트단지숲으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에, 길 건너는 전형적인 농촌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넓은 밭과 작은 야산들이 보인다.

지난 19일(토) 이곳에서는 '바람의 신'이란 뜻을 가진 '풍신난 도시농부들' 공동체 텃밭중의 하나인 우보농장에서 개장식과 함께 일년농사를 시작하는 '시농제'가 열렸다. 시농제는 농신(農神)에게 한 해의 농사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식으로 농사에 관계된 여러 신들에게 예를 갖추고 축문을 태우는 의식으로 거행된다.

올 해 부터 무려 4000여 평(1.3헥타르(ha))의 넓을 땅을 임대하여 공동체텃밭과 개인텃밭으로 나누어 회원들과 일체의 화학비료나 농약은 물론, 풀씨가 발아를 못하게 흙을 덮는 검은비닐도 사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친환경 유기농 농사를 준비하는 농장지기 이근이(인터넷 카페 ID '우보')씨는 처음에는 개인적인 농사에 의미를 뒀지만, 회원들이 늘어나고 공동체로 운영하다 보니 새로 농사를 시작한다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작년부터 농장회원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시농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성미산공동체 풍물패의 흥겨운 농악소리에 맞춰서 만장을 앞세우고 농장과 주변의 텃밭을 돌며 길놀이와 지신밟기를 하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농사준비를 하던 할머니 몇 분은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서 흥겨운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막걸리도 한 잔씩 들이켰다.

시농제 차례상에는 돼지머리 대신에 귀여운 복돼지가 올라와서 구제역사태로 산채로 매장되던 돼지들이 겹치면서 묘한 감정이 순간 교차되기도 했다. 직접 농사지어 빚은 술을 따라 올리고 축문을 읽어나가는 동안 참석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빌어준다. 제상에는 회원들과 나눔하려고 가져온 많은 토종씨앗도 올려져서 우리농업을 지키기 위한 마음들도 모아졌다.


<시농제> 축문
유세차 신묘년 3월 19일에 <풍신난 도시농부들> 가족들이 농사의 근원인 땅과 물과 불과 바람과 더불어 고양시에 있는 고양동/선유동/도내동/벽제동/구산동/대자동과 강화도 농장 터줏대감님께 삼가 아뢰옵니다.

구제역과 대지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곡물값과 채소값은 폭등하고, 농약과 화학비료로 순결한 땅이 오염되는 이때에, 어머니의 품과 같은 흙에서 자연의 순리를 깨닫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자급하며 살 수 있도록, 도시농부들이 직접 빚은 술과 음식과 씨앗들을 정성껏 준비하였사오니 마음껏 흠향하옵시고 굽어 살펴주시기를 기원하나이다.

또한 농업은 한 나라의 근본이며 국민의 생명임을 모든 사람들이 깨닫고, 어려운 농업 현실 속에서도 자연순환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도시민들과 농사공동체를 이루려는 <풍신난 도시농부들>이 올 한해 풍년농사를 지어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특별히 올해 처음 <풍신난도시농부들>의 본부이자 전국귀농운동본부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교육농장으로 지정된 <우보농장>이 생태적인 삶과 자급하는 도시농부들을 마음껏 양산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살아있는 생태교육 현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큰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시길 기원하옵니다.

이제 풍신난 도시농부들이 정성껏 만들어 올리는 이 술 한 잔 받으시고, 세상의 모든 농부들이 올 한해도 풍성하고 신명나는 농사가 되도록 살펴주시고, 시농제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상향
2011년 3월 19일 <풍신난 도시농부들> 가족 일동

덧붙이는 글 | 풍신난 도시농부들 http://cafe.naver.com/daejari.cafe



#풍신난#시농제#도시농부#축문#토종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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