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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면서 피난민 행렬도 줄지 않고 있다. 리비아 사람들은 튀니지와 이집트로 피신하고 튀니지 사람들은 이탈리아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난민 문제로 긴장하고 있고 유엔난민국(UNHCR)과 구호단체들은 수용소 설치와 긴급구호 물품 공급을 위해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도 내전의 위기를 맞고 있고, 이에 따라 이웃 라이베리아로 향하는 피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난민국에 의하면 3월 23일 현재 약 35만 명이 리비아의 유혈 사태를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 이중 17만 8000명 정도가 튀니지로 피신했다. 여기에는 본국으로 돌아온 튀니지 국적자 19만 2000명이 포함돼 있으며 리비아인들이 21만 8천, 기타가 13만 7000 명 정도였다. 이집트로 피신한 사람들도 14만 7000명에 달한다. 이중에는 이집트 국적자가 7만 7000명이고 리비아인 2만 7000명, 기타가 4만 3000명이다. 자국민들의 귀향을 포함해 니제르, 알제리, 채드, 수단 등으로 돌아가거나 피신한 사람들도 약 2만 3000 명이다.  

협박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

 리비아에서 이집트로 피신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
리비아에서 이집트로 피신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 ⓒ 유엔난민국

리비아 반독재 시위와 카다피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것은 리비아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산유국 리비아로 일자리를 찾아온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리비아를 떠나기 전 정부군의 협박과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국의 보고에 의하면 특별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군인들로부터 떠나라는 협박이나 이민 서류가 압수당하거나 찢겨지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12살 소녀에 대한 강간 사례도 보고됐다. 어렵게 일해서 모은 돈을 다 뺐긴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탈출한 사람들은 다행이지만 군인들과 일반인들의 보복이 두려워 숨어 지내는 이주노동자들도 수만 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 온 이들 이주노동자들은 튀니지와 이집트 국경에서도 차별 대우를 받는다. 리비아인들은 최소한의 이민 검사를 마치고 국경을 통과할 수 있지만 이들은 국경을 통과하지 못한 채 중간지대에서 본국 송환이나 다른 해결책을 기다리며 며칠 또는 몇 주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것은 조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일자리도 생존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조국은 더 이상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나이지리아에서 온 노동자는 "나이지리아로 돌아가는 것보다 내전 중인 리비아에서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에서 온 노동자도 피비에스(PBS) 기자에게 자신의 집은 소말리아가 아니라 케냐의 난민 캠프, 수단과 리비아의 작업장, 그리고 지금은 사막의 유엔 수용소라고 말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지금도 리비아와 튀니지 국경의 수용소에는 약 8500명이 남아 있다.

이집트 국경에도 리비아 피난민 증가

 이집트 국경의 리비아 난민들
이집트 국경의 리비아 난민들 ⓒ 유엔난민국

리비아의 카다피 정부와 반군 정부 사이의 무장 충돌이 내전으로 바뀌면서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에도 리비아 피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향후 상황이 예측 불가능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리비아 내의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했다. 국제구호단체들에 의하면 싸움이 격해지는 지역을 피해 수만 명이 아즈다비야와 벵가지의 동쪽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일부는 이웃 나라로 피신하고 있다.

유엔난민국의 보고에 의하면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이 시작된 후에도 피난민들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튀니지에는 매일 2천 명 정도가 도착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집트 국경에도 매일 1500명에서 2000명 정도가 도착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리비아 사람들이지만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집트로 사람들도 섞여 있다. 이곳 역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  

리비아 피난민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 채 매일 TV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은 리비아 동부 지역에 대한 카다피 군의 보복 공격을 두려워하면서 카다피가 집권하는 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부 튀니지 이주자들 시칠리아로 이송키로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는 끝났지만 이탈리아의 튀니지 이주민들은 정세가 불안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튀니지와 가까운 지중해의 휴양지 람페두사 섬으로 유입된 이주민 일부를 시칠리아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지난 1월 튀니지에서 일어난 시민저항 이후 람페두사 섬으로 지금까지 약 1만 5000명의 튀니지 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시칠리아나 이탈리아 본토로 이동했지만 지금도 약 4천 명이 람페두사에 남아 있다. 관광객들과 낚시꾼들을 포함해 겨울철 인구가 보통 5천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섬은 북아프리카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구가 두 배로 늘었다. 이 때문에 이주민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해군 함정을 이용해 약 600명의 튀니지 이주자들을 시칠리아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또한 리비아 사태가 악화돼 탈출자가 급증할 경우 전국적으로 5만 명의 이주민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각 지방에 분산 수용을 요청할 계획이다.

코트디부아르 내전 임박, 대규모 피난민

 라이베리아 국경지대의 코트디부아르 난민들.
라이베리아 국경지대의 코트디부아르 난민들. ⓒ 유엔난민국

작년 11월 대선 이후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영어명 아이보리 코스트) 상황 또한 대규모 피난민 행렬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와타라 당선자 지지 세력과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그바그보 대통령 세력 사이의 충돌은 시간이 지나면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주에는 그바그보 세력의 공격이 격렬해지면서 내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짐을 싸 피난길에 올랐다.

지난 해 12월 이후 발생한 난민은 거의 1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중 절반 정도가 지난 주에 발생했다고 유엔난민국은 밝혔다. 이웃 나라인 라이베리아로 유입된 코트디부아르 피난민 수도 약 10만 명으로 늘었다. 이중 3분의 2는 양측의 무력 충돌이 노골화되기 시작한 2월 말 이후 도착한 피난민들이며 지난 화요일 하루에만 6000명이 라이베리아 국경을 넘었다.

사람들은 온 가족을 데리고 그바그보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아비장을 떠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나 라이베리아로 피신하고 있다. 아비장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과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일자리는 사라졌으며, 식료품 값은 뛰었고, 가게엔 물건 공급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비장을 탈출하려는 피난민이 급증하면서 버스비도 올랐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표를 구하고 있다고 유엔난민국은 밝혔다.  

유엔난민국의 수석 대변인인 멜리사 플레밍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 라이베리아 국경 지역에 도착한 두 명의 자매는 오는 길에 무장괴한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했고 어머니와 다른 두 명의 자매는 행방불명됐다. 라이베리아로 들어오기 위해 강을 건너다 배가 뒤집혀 네 명이 익사하기도 했다.

지난주에만 아비장에서 52명이 살해당했으며 작년 12월 양측 사이의 대립이 본격화된 이후 46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은 그바그보 정권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코티디브아르#아랍 민주화#유엔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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