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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년송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424호 지리산 천년송
▲ 지리산 천년송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424호 지리산 천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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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와운(臥雲)마을',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은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곳이다. '와운'이란 구름도 누워 지나간다는 뜻이다. 지난 27일 일요일, 남원에서 정령치를 넘어 피아골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일부러 인월을 지나는 길로 가지 않고 이 길을 택한 것은, 지리산의 봄기운을 맡기 위해서다. 아직도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고, 한편에는 얼음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럽다.

와운 마을을 찾아간 것은 천연기념물 제424호인 '지리산 천년송'을 보기 위해서다. 세상 모든 시름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지리산 천년송. 아마도 이 한 나무만도 대단한 것이거늘, 그 조금 위편에 있는 할아버지 나무와 같이 있어 더 아름다운 나무이다. 이 천년송은 와운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동신목(洞神木)'이다.

와운마을 구름도 누워 지난다는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와운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천년송
▲ 와운마을 구름도 누워 지난다는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와운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천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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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경사진 곳에 비스듬히 마을을 행해 숙이고 있는 천년송. 가지는 12m 정도가 뻗어있다
▲ 가지 경사진 곳에 비스듬히 마을을 행해 숙이고 있는 천년송. 가지는 12m 정도가 뻗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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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태교가 전해지는 와운마을

와운마을 입구에 있는 반선에서 와운마을까지는 좁은 길 3km를 들어가야 한다. 계곡을 끼고 좁은 길을 걷다가 보면 물소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3월의 차지 않은 바람까지 적당히 불어 걷기 좋은 길이다. 이 바람이 있어 와운마을에서는 '솔바람 태교'가 전해진다고 한다.

와운마을에는 옛날부터 소나무 바람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는 풍습이 있다는 것이다. 장을 담글 때와 혼인을 할 때도 혼례상에 솔가지를 꽂는다. 이는 소나무의 푸름처럼 항상 변하지 말라는 뜻에서다. 아마도 와운마을에 사는 부녀자들이 임신을 하면, 이렇게 천년송에서 부는 바람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천년송과 같이 푸르고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뜻일 것이다.

가지 천년송은 위로 올라가면서 양편으로 갈라져 있다
▲ 가지 천년송은 위로 올라가면서 양편으로 갈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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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나무의 껍질은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어 연륜을 알 수 있다
▲ 껍질 나무의 껍질은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어 연륜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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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 밑동은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생육이 상당히 좋다
▲ 밑동 밑동은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생육이 상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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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하는 지리산 천년송

와운마을에 들어서자 저만큼 천년송이 보인다. 상류 명선봉에서 마을로 뻗어 내리는 산등성이에 마을을 향해 굽어보고 있는 천년송. 아마도 천년 세월을 저렇게 마을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마을을 지켜내었나 보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 생육이 좋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지리산 천년송을 '할머니 나무'라고 부른다. 그 뒤편으로 20m 정도를 더 오르면 '할아버지 나무'가 자리를 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지리산 천년송. 아마도 이 두 나무가 있어 더 생육이 좋은 것은 아닐까? 그야말로 음양의 조화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지리산 천년송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다. 당당한 모습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가. 그 자리에 그리 오랜 세월을 서서 있다는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할아버지나무  천년송과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할아버지나무
▲ 할아버지나무 천년송과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할아버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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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나무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동신제를 지낸다.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 할아버지나무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동신제를 지낸다.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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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당함에 고개를 숙이다

그저 아등거리고 살아보았자 고작 70~80년. 그런 짧은 세월을 살면서도, 서로가 못 잡아먹어 난리를 치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 서면 정말로 낯이 뜨겁다. 천년 세월을 살아왔다는 천년송 앞에서는,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말없이 와운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나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미워하고 다투면서 살아온 짧은 시간이 너무나 부끄럽기 때문이다.

높이 20m 정도에 가슴높이의 둘레 굵기가 6m, 사방으로 뻗은 가지는 12m 정도가 된다, 이 소나무는 매년 와운마을 사람들이 음력 정월 초사흘에 동신제를 지낸다. 27일 만난 지리산 천년송. 아직도 할머니 나무와 할아버지 나무에는 길지를 단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오랜 연륜을 말하듯 껍질은 용비늘처럼 두텁게 갈라져 있다. 당당한 그 모습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아마도 아름다운 젊은 연인들이 이 와운마을의 천년송 앞에 와서 사랑을 기약한다면, 영원히 변치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다. 할아버지 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 천년송의 마음을 닮아서.


#지리산 천년송#와운마을#천연기념물#남원#동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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