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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들.
 서강대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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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전에 두 번이나 성사가 안 됐는데,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인 걸 보니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개인화되고 공부만 하는 분위기가 번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문제가 하도 심각하다 보니 이렇게 뭉치는 게 아닐까요?"

3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청년광장에서 개최된 전체학생총회. 노란 풍선을 들고 총회에 모인 1000여 명의 학생 틈에서 무언가 어색하게 서 있던 고승혁(24, 국문학과)씨는 군대에서 막 전역한 '예비복학생'이었다. 고씨는 휴학생으로 총회성원이 아니었지만 학교에서 전체학생총회가 개최된다는 말에 선후배들을 만나려고 캠퍼스를 찾았다.

그는 입대 전 학생대표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전체학생총회를 성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의 관심이 없어 몇 차례 성사에 실패한 이후에는 단순히 많이 모이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개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학생들이 모인다는 건 대학의 등록금 인상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문제를 놓고 대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공 행진하는 등록금 탓에 대학생들의 투쟁은 매해 반복됐지만 올해는 그 양상이 다르다. 등록금이 인상된 학교를 중심으로 전체학생총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단식·삭발 투쟁뿐 아니라 동맹휴업까지 준비되는 등 투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체학생총회는 각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최소 1000여 명 이상이 모여야 되는 학생사회 내 최고 의결기구로, 성사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체학생총회가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져가는 현상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4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에서 동시에 진행된 전체학생총회는 양 캠퍼스에서 각각 2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하면서 대학가 총회 릴레이에 기폭제가 됐다.

인상률은 그대로, 장학금만 늘린다고?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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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는 이날 22년 만에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1시간여가 늦어진 오후 7시경, 참가자가 정족수인 1000명을 넘어서며 총회가 성사됐고 사전행사를 마치고 집계한 총인원은 1036명이었다. 총회장소로 들어오는 입구가 하나뿐이어서 학생들이 긴 줄을 서서 입장했는데, 성원이 충족한 이후에도 그 줄은 한동안 계속됐다.

서강대 학생들은 이날 학교 측에서 제시한 수정된 등록금 인상안을 부결시켰다. 기존 2.9% 인상률을 고수하면서 장학금과 학생지원금의 비중을 높이는 안이었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 보이지만, 등록금 인상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추후 누적 효과로 인해 학생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 학생들의 판단이다.

학생회장단의 삭발과 단식투쟁으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온 학생들은 학교와 협상을 계속하면서 개선된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동맹휴업(수업거부)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맹휴업은 대학본관 점거 이상으로 학생들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날 학생총회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관련한 안건 이외에도 학생참여가 보장된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위원회 건설, 장학금 혜택 확충, 교육환경 개선 등 학생 9대 요구안과 각 단과대학 요구안이 통과됐다.

총회준비단으로 활동했던 김민영(21, 독일문화)씨는 "개강 이후 총회를 홍보하고 학생들의 참가선언을 받는 서명운동을 벌여왔다"며 "22년 만에 총회를 성사시켜 뿌듯하고 이 자리에 많은 학생들과 함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모든 안건을 학생들의 의결로 통과시켰다"라며 "학생들이 결정한 내용대로 학교와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동맹휴업의 구체적인 일자와 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경찰, 4·2대회 연이은 불허 통보

 30일. 서강대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서 비표를 받고 있다.
 30일. 서강대 전체학생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서 비표를 받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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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이날 낮 12시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도 학생총회가 열렸다. 등록금 인상 반대, 구 재단 복귀 반대, 학생 요구안 실현이라는 세 가지 주요 안건을 가지고 진행된 총회는 전체 학생 약 5000명 중 853명이 참가했다.

덕성여대는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을 전년도 대비 3% 인상된 연 630만6000원으로 책정했다. 특히 약학대학은 2011년도 입학생들에게 18%나 인상한 학기당 508만8000원을 고지해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했었다.  김수림 총학생회장과 김초은 부총학생회장은 총회자리에서 삭발했고 이후 학생들은 대학본관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지난 29일에는 우석대학교가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고 31일에는 이화여대에서도 총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4월 2일로 예정된 '반값등록금 범국민대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과 등록금넷이 주관하는 이번 집회는 전국 대학에서 상당수의 학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 행사에 대한 집회와 행진신고를 계속 불허하고 있다. 주최측은 애초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의 불허로 인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경찰은 집회 장소에 대해 허가했지만 시내로 행진은 금지했다.


#등록금#서강대#경희대#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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