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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입니다. 일찍 집에 들어와서 잠시 있으니까 둘째가 들어오더군요. 근데 복장이 이상한 겁니다. 무릎 부분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때 착용하던 보호대를 차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랍니다. 이 아들이 이날 이런 복장을 갖추게된 사연이 있더군요.  아이의 말에 따르면 이날 오후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다음에 자전거를 끌고 학원을 가다가 학교 맞은편 신호등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난게 된 게 그 같은 복장을 갖추게된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집 귀염둥이 둘째 추정연 입니다. 이제는 컸다고 기사에 자신의 사진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헬멧을 착용한 사진을 찍자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피하기만 하길래 어제 저녁 외출 했을때  기습적으로 아이폰으로 찍어야만  했답니다.
 우리집 귀염둥이 둘째 추정연 입니다. 이제는 컸다고 기사에 자신의 사진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헬멧을 착용한 사진을 찍자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피하기만 하길래 어제 저녁 외출 했을때 기습적으로 아이폰으로 찍어야만 했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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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을 착용해야 하고 신호등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린 후 끌고서 건널목을 건너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지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연이가 이날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건널목을 자전거를 탄 채로 건너다가 담임선생님을 정면으로 딱! 마주 쳤다는 것입니다.

"정연이 너 딱 걸렸어요. 음, 자전거를 탈려고 하면 헬멧을 착용해야 하고 건널목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린 후 끌고서 건너야 하는데 말이야."
"ㅠㅠㅠㅠ....."

"다음에 또 적발되면 그때는 벌을 받으니까. 집에 가서 헬멧쓰고 다시 나오거라."
"네..........."

담임선생님에게 그런 지적을 받고는 곧 바로 집에 돌아와 예전에 인라인 스케이트 배울 때 사뒀던 헬멧을 찾았지만 도저히 찾지 못하자 생각끝에 무릎 보호대라도 착용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런 복장으로 학원을 갔다 왔다는 것 입니다.

선생님을 또 만나게 되면 집에 헬멧이 없어서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나왔노라고 말하려고 했다는 것이지요. 아이 말을 듣고 집안 구석 구석을 뒤져 보았지만 헬멧은 없더군요. 아마 이사할 때 버리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母: "그게 무슨 소리야!" and 子: "너가 초등학교 6학년 맞냐!"

이날 저녁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내에게 헬멧 얘기를 꺼냈지요. 정연이가 자전거를 탈때 위험하니까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고 하던데 예전에 쓰던 헬멧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요.

아내는 무슨 뜬금 없는 소리냐는 듯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 보더군요. 자초지종을 설명했지요. 정연이가 자전거를 타려면 헬멧을 꼭 착용해야만 한다고 선생님이 그랬다고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가 안가는 거여? 정!연!이! 담!임! 선!생!님!이 자전거를 탈 때 위험 하니까. 헬멧을 꼭 쓰고 타라고 했고 다음에 적발되면 벌 받는다고 말이야."

정연이 담임 선생님이라는 말을 한 글자씩 강조하면서 이날 오후에 있었던 정연이의 무릎 보호대 사건을 자세하게 말해 주었지요. 아내는 한동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였습니다.

"아니,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 많이 봤어도 헬멧 쓰고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없던데 초등학교 6학년 다 큰 놈이 헬멧 쓰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지적사항을 말했고 그렇게 또 타고 다니다 적발되면 벌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지시를 순응하고 꼭 쓰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정연이가 오히려 기특 한것이지..."

그렇습니다. 아내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꼭 쓰라고 말한 담임선생님의 지적사항이 더 생경하게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담임 선생님의 그 같은 지적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또 그러한 지시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고 순순히 순응하는 둘째 아이가 더 귀엽게 느껴지더라는 것이지요. 아빠와 엄마가 안방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듯 하자 중학교 3학년생인 첫째 정민이가 고개를 삐쭉 내밀었답니다.

"아빠.. 무슨 일인데?"
"응..... 다름 아니고 정연이가..............."

저는 다시 한번 이날 오후에 있었던 정연이의 사건을 첫째 아이에게 설명 했지요. 정연이는 쑥쓰러운듯 옆에 서 있었구요. 사연을 다 듣고난 정민이의 반응은 역시나 더군요.

"야! 너가 초등학교 6학년 맞냐?"
"형~!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헬멧 쓰라고 하잖아"

"그런다고 헬멧을 진짜로 쓰려고 한단 말이야?"
"응, 당연히 그래야지!"

두 아이의 말다툼을 제가 중재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당연히 모범답안인 정연이 담임선생님의 지적사항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첫째 정민이에게 꾸짖듯이 말했지요.

"임마. 선생님이 하라고 했으면 그대로 따라서 하는 거야. 그리고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때 헬멧 쓰고 있으면 그만큼 위험이 줄어 드는 것 아니냐."

만 하룻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은 채 학원을 다녀왔던 정연이. 드디어 어제 마트를 갔다오면서 헬멧을 사가지고 왔답니다. 2만5천 원.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아이 안전을 위해 투자 했다고 생각하니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꼭 착용하는 것. 자동차를 탈 때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되었듯이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하는 작은 사건 이었지요.

또 선생님의 말이 아무리 자신의 판단에 어긋난다고 하여도 수긍을 먼저 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둘째 아이가 아직은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까지도 아내의 머릿속에는 선생님의 지시가 의아한 모양입니다. 저에게 물었습니다.

"근데 선생님 자신 스스로도, 헬멧을 쓰고 다니라고 말했다고 진짜로 정연이가 헬멧을 쓰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실까?"
"믿어라 믿어 우째 그리 의심이 많노."

안산 초지초등학교 6학년 2반 우리 둘째 아들 추정연의 담임선생님께 죄송하기는 한데 한번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정답은 뭐예요? 당연히 쓰고 다닐 거라고 생각 하시는 거예요? 아님 한 번 지나가는 말로 해보신 말씀이셨나요? 그리고 휼륭한 교육 방법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추정연,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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