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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숭의운동장도시개발사업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것을 두고 상인과 인천시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인천상인들이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사업당사자인 시 산하 공기업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공문발송을 통해 '대형마트(홈플러스)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통보하는 등 사실상 대형마트 입점을 강행하고 있으며, 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으로부터 인천상인을 보호하겠다'고 송영길 시장과 정책협약을 맺었던 상인들은 '정책협약을 맺은 지 1년도 채 안 돼 우리를 내몰 줄 누가 알았냐?'며 송 시장을 성토했다.

 

"송 시장 때 시청 앞에서 집회할 줄이야"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입점을 강행하려 함에도 인천시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결국 인천상인들은 폭발했다. 인천상인연합회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6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마트 입점철회'를 위한 인천상인 궐기대회를 열었다.

 

인천상인연합회 김성철 회장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형마트 입점 안 하겠다던 지난해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여기서 집회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자꾸 대형마트 입점한다고 하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며 "숭의운동장에 대형마트 들어서면 모든 구에 대형마트가 들어서 재래시장 침몰된다. 대형마트 입점시키면 송 시장 끌어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인천상인연합회 집회는 숭의운동장 인근 용현시장상인회 김성호 회장과 용현시장번영회 이덕재 회장의 삭발식으로 이어졌다. 백발이 성성한 김성호 회장의 머리칼이 바닥에 나뒹굴 때 사회자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고, 참가자 사이 곳곳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김성호 회장과 이덕재 회장은 "기필코 대형마트 입점을 막아내야 하고, 막아 낼 것"이라고 했으며, 인천상인연합회 이상복 대형마트규제위원장 또한 "만일 인천시가 대형마트를 입점 시키면 인천상인연합회 상인 모두가 주민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을 이곳 시청 앞 광장에 가지고나와 드러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상인들의 분노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EU FTA(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졸속 협상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대표는 "유통재벌들이 떡, 간장, 빵까지 잠식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시장은 3년 안에 다 망한다. 이대로 가도 망하는데 EU와 FTA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국내 도소매업을 송두리째 내주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한 뒤 "유럽연합은 '세이프가드'와 '경제수요심사제도'를 통해 자국의 도소매업을 보호한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그런 의지가 없다. 정부와 국회을 상인들이 압박해 싸워야 한다. 또 정부가 그런 의지가 없다면 지방선거 때 상인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 된 지방정부라면 최소한 지역 상인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송 시장,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결단 내려야"

 

인천상인연합회와 더불어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또한 송 시장을 몰아 붙였다. 인천대책위는 '송영길 시장의 본심은 시간끌기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송영길 시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시와 인천상인은 중소상인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수립을 위해 송영길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천중소상인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우선 현안인 '숭의운동장 내 대형마트 입점문제를 해결키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소위원회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입점이 불가피하다는 인천도시개발공사와 시행사인 에이파크개발의 입장'과 '입점이 불가하다는 상인들의 입장'이 팽팽이 맞선 채 결려됐다.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대형마트 입점이 아닌 다른 '사업아이템'을 고민하자는 합의였다.

 

이를 두고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행정소송도 불사하며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애초 약속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지원정책 수립은 고사하고 오히려 중소상인 전담부서를 축소하는 행정개편을 추진하는가 하면 그저 재정을 핑계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 뒤 "그런데 최근에는 또 송도에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 들여 대형유통매장을 설치하려고 해 안타깝기만 하다.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숭의운동장 대형마트 입점 문제는 민선4기 한나라당 안상수 전임시장의 작품이다. 인천시의 재정 어려움 또한 전임시장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전임시장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난국을 타개 하고자 인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것 아닌가?"라며 "숭의운동장 대형마트 해결책은 이제 오로지 송영길 시장의 과감한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중소상인들과 정책협약을 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9일 시청에서는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인천상인들은 이날을 벼르고 있어 사실상 이날이 숭의운동장 내 대형마트 입점의 향방을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천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형마트, #숭의운동장, #인천시, #송영길, #인천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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