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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을 틈타 복구사업비를 부풀려 설계하고 준공도 엉터리로, 일부는 허위로 하는 등 공무원과 업자간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군은 지난 2010년 9월 제7호 태풍 곤파스로 인해 쓰러진 소나무와 활잡목 2040본(면지역 신청 873 그루, 군청 자체조사 1167그루)을 정리하는 사업비로 숲가꾸기사업비 잔액 7000여만 원(설계 금액. 실제 집행금액은 6475만 원)을 긴급 사용했다.

사업을 따낸 회사는 예산군에 소재한 ㅌ사로 11월 15일부터 12월 24일까지 마을어귀와 도로변, 민가 근접 임야에 쓰러진 나무를 제거했다. 사업설계상 작업방식은 쓰러진 나무를 토막내고 잔가지를 따낸 뒤(벌목·조재) 쌓아놓는 것(소운반·층적)까지가 완료다.

[의혹 1] 1인당 하루에 4그루 벴다?

산림사업 전문업자들 사이에선 2040본의 도복목을 제거하는데 6475만 원이나 든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술적으로 쓰러진 나무 1본을 베는데 3만 원이 넘는 사업비가 소요됐는데 설계상 품셈을 보면 태풍피해목 2040본을 베는데 소요된 인력이 모두 525명이나 된다. 체인톱 인부 1인당 하루에 3.8본 밖에 못 베었다는 얘기다.

담당공무원은 왜 이렇게 사업비가 많이 나오도록 설계를 했을까. 공무원이 작성한 일위대가표를 보면 태풍피해목의 흉직(가슴높이 직경)이 18㎝인 나무 1본을 제거(벌목, 조재, 층적) 하는데 체인톱 인력 0.1451명(100본 베는데는 14명 소요)이 든다고 계산했다. 또 흉직 20㎝는 0.1789명, 흉직 24㎝는 0.2687명, 흉직 26㎝는 0.3145명이 소요된다고 했다. <표 참조>

나무 100본(그루)를 베는데 소요된 인력비교표
 나무 100본(그루)를 베는데 소요된 인력비교표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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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준공서류에서 밝힌 설계적용기준으로 삼았다는 '2010년 숲가꾸기 설계감리 및 사업시행 지침'과는 천지차이가 난다. 숲가꾸기에서 간벌(벌목, 조재, 가지정리)시 소요되는 체인톱 인력은 흉직 18㎝ 1본을 제거하는데 0.016명(100본 제거시 1.6명)이 소요된다. 또 흉직 20㎝는 0.018명, 24~26㎝는 0.02명이다. 쉽게 설명해 준공서류에서 밝힌대로 숲가꾸기 간벌사업 기준으로 설계를 했으면 인력이 40명이 소요되는데 무려 13배가 넘는 525명으로 품을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담당공무원은 "준공서류에 명시한 설계작업 적용을 '숲가꾸기'로 한 것은 실수다. 실제로는 작업 특수성 때문에 소나무재선충 고사목제거 기준을 적용했다"고 취재과정에서 설명했다. 그는 또 간벌과 태풍피해목 제거작업을 비교해 "태풍피해목은 10개 읍면에 산재해 이동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풍피해목 현황을 보면 2040본 중 75%인 1530여본이 덕산(1328본)과 봉산(205본)에 몰려있어 그의 설명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나무재선충 고사목제거 작업은 난이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품셈이 많이든다. 충남도청 산림과 관계공무원에 따르면 "재선충 고사목은 산 속에 흩어져 있고, 특히 통나무를 1미터 단위로 잘라서 날라야 한다. 또한 직경 2㎝ 이상 잔가지도 1미터 단위로 잘라 한자리로 옮겨서 쌓아놓고, 비닐을 덮어 훈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리고 많은 훈증 장비를 들고 산속을 다녀야 하고…. 이같은 간접 인건비까지 포함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산군청 담당공무원은 왜 이미 쓰러진 나무를 토막내 잔가지를 제거하는 단순한 작업에 높은 품셈을 적용하는 재선충 고사목제거 기준을 적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의혹 2] 피해목 규격도 부풀려 설계

태풍피해목의 설계상 규격도 과장된 것으로 보여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담당공무원이 설계한 것을 보면 피해목 2040본 가운데 흉직 24㎝이상이 75%가 넘는다. (규격이 클 수록 인력과 경비가 많이 소요됨)

기자가 태풍피해목 제거현장 20여 곳을 확인해 보니 잘려나간 밑둥 직경이 24㎝이상 되는 나무는 40%를 넘지 않았다. 과연 현장을 확인해 보고 설계를 한 것인지 철저한 재조사(검목)가 필요한 대목이다.

삽교읍 이리 산39-1번지(사진 위), 고덕면 구만리 산41-1번지(사진 아래)의 태풍피해목을 제거한 자리다. 그 자리에 넘어진 나무를 토막내고 큰가지만 잘랐을 뿐, 한쪽으로 모아(소운반) 쌓아놓은(층적) 흔적은 기자가 확인한 20여필지 중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삽교읍 이리 산39-1번지(사진 위), 고덕면 구만리 산41-1번지(사진 아래)의 태풍피해목을 제거한 자리다. 그 자리에 넘어진 나무를 토막내고 큰가지만 잘랐을 뿐, 한쪽으로 모아(소운반) 쌓아놓은(층적) 흔적은 기자가 확인한 20여필지 중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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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읍 이리 산39-1번지(사진 위), 고덕면 구만리 산41-1번지(사진 아래)의 태풍피해목을 제거한 자리다. 그 자리에 넘어진 나무를 토막내고 큰가지만 잘랐을 뿐, 한쪽으로 모아(소운반) 쌓아놓은(층적) 흔적은 기자가 확인한 20여필지 중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삽교읍 이리 산39-1번지(사진 위), 고덕면 구만리 산41-1번지(사진 아래)의 태풍피해목을 제거한 자리다. 그 자리에 넘어진 나무를 토막내고 큰가지만 잘랐을 뿐, 한쪽으로 모아(소운반) 쌓아놓은(층적) 흔적은 기자가 확인한 20여필지 중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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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사업설계상 일위대가표에는 소운반으로 잔가지 제거와 층적 비용이 계산돼 있다. 그러나 기자가 점검한 현장 20여 곳 가운데 잔가지와 토막을 정리해 한군데로 옮겨 쌓아놓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부실공사를 떠나서 설계대로 공사를 안 한 것이다.

나무를 토막내 어지럽게 늘어놓고 철수한 것이 확인됐다. 준공서류에 첨부한 작업사진(전·중·후)에도 층적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의혹 3] 벤나무는 없는데 실적은 꾸며

현장에서 확인한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사업을 하지도 않은 지역을 버젓이 사업실적으로 서류를 꾸민 것이다. 업체가 허위 준공서류를 만들어 공사비 청구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준공서류상에 사업실적으로 보고된 봉산면 대지리 산129번지 소나무 20본 제거는 사실이 아니었다. 산 소유주인 강아무개씨가 소나무를 목재로 쓰려고 인부를 사서 벤 것으로 밝혀졌다. 덕산면 사동리 산13번지 소나무 30본 제거도 현장을 확인해 보니 광덕사 소유지로 절에서 인부를 사서 태풍피해목을 정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군이 재난사업비로 쓰러진 소나무 40그루를 베었다는 덕산면 사동리 산5-1번지. 확인결과 산주인(펜션주인)이 직접 인부를 사서 벤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군이 재난사업비로 쓰러진 소나무 40그루를 베었다는 덕산면 사동리 산5-1번지. 확인결과 산주인(펜션주인)이 직접 인부를 사서 벤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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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면 사동리 산5-1번지 소나무 40본 제거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산 주인은 "소나무가 많이 쓰러져 군에 신청을 했는데 오지 않았다. 내 돈으로 사람사서 치웠다"고 말했다. 또한 ▲ 삽교읍 용동리 32-3번지 하천변 소나무 12본 ▲ 고덕면 대천리 산69번지 소나무 15본 ▲ 덕산면 외라리 산281외 1필지 소나무 40본 ▲ 덕산면 외라리 산31번지 소나무 70본 등도 벤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사업대상지가 깊은 산중인 점도 사업의 타당성에서 의문이 든다. 당시 사업현장을 대리했던 ㅌ사 관계자는 소요인력 등 구체적 작업상황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작업한 나무들의 크기가 흉직 24㎝ 이상 기둥감의 큰 나무는 많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제보를 한 익명의 체인톱 기술자는 "솔직히 말해 너무 엉터리다. 흔적이 남아 있으니 현장을 다녀봐라. 우리는 그렇게 많은 사업비가 들었는지 최근에 알았다. 노무비도 실제로 그만큼 들어갔나 알아보라"고 말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게 부실하게 공사를 했는데도 감독 공무원은 어떻게 준공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담당공무원은 "사업장이 여러 곳으로 산재됐기 때문에 전부 확인을 못했다. 약 500본 정도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산림업계 관계자는 "흔적이 남아 있으니 전수조사를 철저히 해 잘못이 있으면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엔진톱 인부 하루 품삯이 15만 원이다. 10명을 사서 하루에 한 사람당 20개씩 열흘을 베면 2000개를 벤다. 인건비 1500만 원에 경비 1000만 원 등 넉넉하게 2500만 원이면 할 일이 7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니 이해가 안 간다"고 개탄했다.

한편 군은 10월초에도 사업비 1000만 원을 들여 향천사 뒷산 등 예산, 대흥·덕산지역 주요 등산로 주변 태풍피해목 500본을 제거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피해목 제거사업 의혹, #예산군 태풍피해목, #태풍 곤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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