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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이불로 온몸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이불로 온몸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 이승훈

"불법인 지 몰랐습니다. 경찰에서도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집안망신 동네망신 다 떨었어요. 돈을 받고 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우리 한푼도 구경 못했어요. 5만원 벌자고 우리 같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겠습니까?"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 '불법 콜센터'에서 활동했던 김현숙(49, 가명, 여성)씨는 엄 후보측 주장과는 달리 "돈을 받기로 하고 일을 했다"면서 자원봉사자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5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24일 오후 강릉 경포대 인근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강릉시 경포동의 B펜션에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 불법 선거운동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뒤 하룻밤 지난 23일 밤 11시에야 강릉경찰서에서 풀려났다. 그는 강릉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풀려난 뒤 언론과는 처음 만났다.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등과 만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위부터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지휘했다가 구속된) 권아무개씨의 부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루 일당 5만 원 점심제공 조건으로 전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참여했다는 것.

무엇보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유치장에서) 집에 못 가 나이 어린 자식을 둔 어머니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고 가정에 불화도 생겼다"며 "어떤 사람은 남편이 알면 이혼하자고 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다.

또 김씨는 "(펜션을 관리한) 관리자들은 알았겠지만 불법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다"며 "다들 아르바이트 해서 용돈이라도 벌 생각으로 나왔는데 앞으로 나올 과태료에 벌금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개탄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 이승훈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번 사건을 겪은 느낌은.
"정치에 대해 혐오감이 느껴진다. 정당과 정치인 같은 지위가 높은 사람들 간의 싸움에 우리 같은 서민들이 피해를 본 것 같아 억울하다. 그 사람들이야 앞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잘 되고 그러겠지만 우리는 뭔가. 벌금과 과태료가 나온다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또 우리가 돈(아르바이트)을 받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구경 못했다. 정말 억울하다."

- 함께 있던 다른 분들은 어떤 상황인가.
"경찰서에 잡혀 있는 동안 어린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집에도 못 갔다. 당연히 가정불화도 생겼다. 어떤 사람은 남편이 알면 이혼하자고 할 거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선거기간 중에 전화로 홍보하는 게 불법인지 알았으면 하루 5만 원 벌자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했겠나. (펜션을 관리한) 관리자들은 알았겠지만 우리는 정말 몰랐다. 다들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이라도 벌 생각으로 나온 것인데, 정말 과태료에 벌금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유치장 생활은 어땠는가.
"다들 두려워했다. 가족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식사도 걸렀다.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이들 걱정하느라 우는 엄마도 있었다. 점심 먹을 시간에 일이 터져서 우리는 세 끼 모두 굶었다."

- 언제 풀려났나.
"어젯밤 11시가 다 돼서야 나왔다.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 엄기영 후보가 TV토론에 나와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최문순 후보의 답변에 화가 난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나서 전화 자원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
"그건 모른다. 돈을 받기로 하고 일을 해준 건 사실이다."

- 펜션에서 일할 때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걸 본 적이 있나.
"몇 사람이 왔다 갔다 했지만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아서 누가 누구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은.
"집안망신 동네망신 다 떨었다."


#4.27 재보선#강릉 콜센터#전화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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