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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겠다고 밝힌 28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겠다고 밝힌 28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 남소연

4·27 재·보궐선거 패배의 충격 속에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내주 사퇴하기로 한 가운데, 백가쟁명식 '한나라당 구하기 묘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28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제2의 6·29 선언을 해야 한다"며 당의 전면적인 쇄신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에도 민심에 다가가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들은 다시 한나라당에 확실한 옐로카드를 보여줬다, 앞으로 우리가 다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레드카드를 들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제 당·정·청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내년 총선 패배는 물론,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제2의 6·29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우선 국회의원·지구당 연석회의를 소집해 당의 진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당의 진로를 모색한 뒤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5월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안 대표의 방침에 강력 반발했다. 정 최고위원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부가 차기 원내대표 선거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내대표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는 친이계 핵심 안경률·이병석 의원인데, 당이 환골탈태하겠다면서 물러나는 현 지도부가 '청와대 종속형 원내대표'를 앉혀놓으면 무슨 쇄신이 되겠느냐는 얘기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도 이날 오전 모임을 열고 ▲ 원내대표 경선 연기 ▲ 당·정·청 전면 쇄신 ▲ 당 진로 모색을 위한 의원연찬회 개최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 의원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당 내 의원들의 뜻을 모은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김형오 "레임덕?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

 28일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눈을 질근 감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눈을 질근 감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4.27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당 대표를 지냈던 정몽준 의원은 "대선주자가 책임지고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나라당의 미래를 이끌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서 당을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를 위해 '선출당직-대선주자 분리'를 규정한 당헌 당규의 개정을 포함해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말하는 당헌 당규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설 선출직 당직자는 대통령 선거 1년 6개월 전에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경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마련됐다.

이 규정을 고치자는 것은 '당 대표도 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거꾸로 말하면 '유력 대선 주자가 당을 책임지고 이끌도록 하자'는 얘기다. 정 대표는 "평상시 상식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 생각했다"지만, 자신의 당권 도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회의장을 지낸 5선의 김형오 의원도 블로그를 통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김 의원은 "지도부 교체가 당연하다. 하지만 지도부를 교체한다고 국민의 애정과 기대 심리가 돌아올 리도, 회복될 리도 없다"며 "비상체제 가동, 과감한 세대교체, 실세 전면 복귀 등도 모두 일리는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김 의원은 "진정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내년(총선)에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이번에는 죽더라도 4년 후, 8년 후를 보고 정치하자, 그러면 혹 살는지 모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재벌을 미워하고 노조와 싸우고 노조조차 못 만드는 대다수 노동자를 감싸 안지도 못하는 정부, 결단의 시기에 책임을 미루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남는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라고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며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해도 제어가 안 되고, 대통령 권위와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도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레임덕?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며 "불가피하다면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운명 공동체지만 방법과 수단과 절차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것을 하루라도 먼저 인정해야 레임덕 고통이 덜해진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지금부터 쏟아져 나올 '한나라 구하기 묘법'을 누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민주적 리더십도, 전통적 권위도 없는 한나라당이라서 계보정치, 패거리정치, '나 살고 너 죽기' 정치가 부활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두언#민본21#정몽준#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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