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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문제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우유란다. 그것도 발암성 물질인 포르말린이 첨가된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가 생산한 우유란다.

아이가 엄마 젖을 뗀 후 우유로 넘어갈 때 많은 엄마들이 우유 선택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한다. 이유식 완료기 이후 어른들처럼 밥과 반찬을 먹기 시작해도, 완전영양소라고 하는 우유를 필수적으로 먹이며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고자 한다. 우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음식으로 꼽히는 우유.

우리집 아이가 돌이 지나고 생우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걱정하고 찾아본 것이 그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의 환경이었다. 내 아이가 먹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가 어떤 곳에서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우선적으로 짚어봐야 했다. 친정 아버지께서 20년 동안 비육소를 기르고 계셔서 거의 모든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축산농가의 문제점을 얕게나마 알고 있던 터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가격이 비싸도 좋은 사료와 풀을 먹고 자란 젖소가 생산한 우유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고른 우유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매일유업의 앱솔루트W 우유는 18개월에 접어든 우리집 아이에게도 가끔 사 먹였던 제품이다. 젖 뗀 후 아이 전용 제품으로 다른 우유보다 DHA가 월등히 높다는 광고에 조금 비싸도 믿고 사 먹였던 우유다. 그런데 그 우유가 문제의 사료를 먹인 젖소가 생산한 우유라니!

"포르말린 사료 우유, 우리 아이도 먹던 건데"... 점점 커지는 걱정

매일유업의 대응 무엇이 진실인가
매일유업의 대응무엇이 진실인가 ⓒ 매일유업

매일유업은 포르말린 혼합 사료 사용 중단 권고를 받았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더욱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매일유업과 정부의 공식적인 검사 전인 지난 28일 대형마트들이 먼저 매일유업 유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해당업체인 매일유업은 뒤늦게 보도자료와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성을 해명했고, 정부는 29일 시판 우유를 대상으로 포르말린 검사에 들어갔다.

포르말린은 기체인 포름알데히드가 37% 농도로 물에 녹아 있는 액체 독극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포르말린 검사에 들어가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포르말린에 대한 세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한편 매일유업이 설명하는 포름알데히드를 읽어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위험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매일유업은 문제가 되고 있는 사료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안전하며, WHO 자료를 보면 포름알데히드는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물질로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과일과 채소, 생선과 같은 식품 류에서도 흔히 검출된다고 밝혔다.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HCHO)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체내, 과일, 채소 등에 자연상태에서 발견되는 물질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축동물에 급여하는 사료의 살모넬라나 곰팡이균을 방지하고, 영양성분 증가를 촉진하는 용도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매일유업 홈페이지

더불어 매일유업은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두 번의 권고를 무시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포르말린은 독극물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위험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식품에 넣으면 안 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물론 극소량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방사성 물질처럼 체내에 오랜 기간 쌓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해 하는 엄마들 다름아닌 나의 아기 이야기다
불안해 하는 엄마들다름아닌 나의 아기 이야기다 ⓒ 육아까페 캡쳐사진
매일유업 뿐만 아니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동원의 우유를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는 5월 6~7일쯤 나올 거라고 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공인된 검사 방법도 없고, 포르말린이 검출되더라도 섭취 가능량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섭취 기준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연 검사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또 걱정만 쌓인다.

엄마들의 걱정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 육아까페에는 매일유업 관련 걱정과 의문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항간에는 경쟁업체와 정부가 조작한 언론의 편파적인 매일유업 흠집내기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차후의 문제일 뿐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어쨌든 가장 시급한 건 지금 당장 내 아이가 먹고 있는 먹을거리의 안전 여부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많으면 두 잔, 세 잔을 마시는 우유. 출산을 앞둔 나의 경우 아이보다도 더 많이 우유를 먹는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이번 사태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많은 이들의 불안을 잠식시켰으면 한다.


#매일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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