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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오후 4시 50분]

 

한-EU FTA가 야권연대를 분열시키고 있다.

 

민주당이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오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한나라당과의 마라톤협상 결과 ▲ SSM(대형슈퍼마켓) 규제 범위 및 시한 확대(1km 이내, 5년간) ▲ 소득보전직불제 발동요건 강화(기준가격 90% 이하, 보전비용 90%) 등을 얻고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동의했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세다. 4·27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과 손을 맞잡았던 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사회 등은 3일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와 전면적 검증 없는 한-EU FTA 비준 저지'가 명시된 4·27 재보선 정책연합 합의문을, 재보선 승리 1주일도 안 돼서 어겼다는 것이다.  

 

이정희 "야권연대 약속과 한나라당의 합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나"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4·27 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 어떻게 가능했나"라며 4·27 재보선 정책연합 합의문부터 거론했다. 그는 "(정책연합 합의문은) 4월 27일까지만 유효한 합의가 아니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 세력 간의 연대의 기반형성과 정책연합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기 위해 합의한 문서"라며 "설마 다들 잊어버릴 것이라고 여긴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또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명예, 자존심 다 버릴 수 있고 어떤 비하나 모멸도 다 참을 수 있지만 진보의 정책만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민주당에 요청한다, 야권연대 합의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오시길 간곡히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과 기왕에 합의했는데 어떻게 깨느냐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판단해야 할 때다, 야권연대의 약속과 한나라당의 합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아울러 "4월 27일 국민들이 야권연대에 손을 들어준 지 일 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합의에 얽매여 야권연대 약속을 저버리면 국민들은 다시 실망할 것이고 야권연대는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SSM규제법)은 한-EU FTA 통과에 반발하는 영세상인들을 달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조 대표는 "작년 유통법 및 상생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줄기차게 반대했던 논리는 한-EU FTA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합의사항은 소매유통분야의 한-EU FTA 분쟁 가능성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사실상 무의미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번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 합의를 "민주당의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관련 대책은 15미터짜리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방파제를 1미터에서 2미터로 높이고 안심하는 꼴"이라며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의 승리를 안겨준 국민을 일 주일도 안 지나서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내에서 4·27 재보선 이후 야당통합에 대해 부쩍 강조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래서는 야당통합은커녕 야권연대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EU FTA 비준동의안 부결만이 서민경제를 살리고 야권연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정책연합 합의문 어제서야 봤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 합의를 이끌어 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생적 문제의식도 가져야 하지만 현실적 상인 감각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 스스로가 야권연합연대와 정책연합을 가장 선봉에서 주장하고 있다"며 "5월 국회가 소집된 가운데 한나라당이 (한-EU FTA를) 강행처리하면 우리 민주당과 야권이 한 달 내내 기다릴 수 있겠냐"라고 물었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에 나서기 전에 한-EU FTA에 따른 피해대책을 국회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단 해명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또 "국익 차원에서 한-EU FTA는 국민의 70~80%가 지지하고 있고 한미 FTA와 달리 훨씬 이익이 많기 때문에 해야 된다는 것은 저의 개인적 소신이었다"며 "강행과 저지의 충돌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그리고 600여만 명의 소상인과 농민, 축산농가를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최선의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 등이 4·27 재보선 정책연합 합의문을 어겼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정책연합 합의문을 어제서야 봤다,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의원총회나 최고위에서 (정책연합 합의문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 있었는가 하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책연합 합의문 내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지향하지만 '안 된다'고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연합연대를 통해 내년에 집권하면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정책의 목표이자 집권의 목표로 해석하고 계속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 논란 예상... 민노당, 본회의장 앞 비상 농성 돌입

 

 

한-EU 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동영·천정배·박주선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상당수가 한-EU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결론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은 이날 시민사회가 주최한 '한-EU FTA 처리 합의에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합의에 대한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최고위원들은 반대가 좀 많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한-EU FTA 비준동의안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정희·권영길·강기갑·곽정숙·김선동 등 민노당 의원단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EU FTA 비준 저지와 통상절차법 제정을 요구하는 비상 농성에 돌입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이 되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은 야권연대를 깬 이를 누구인지 기억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강기갑 의원도 "이 기자회견과 농성은 한나라당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선거 때만 야4당 공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총·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태그:#FTA, #야권연대, #이정희,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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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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