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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이들을 막는 경찰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이들을 막는 경찰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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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임박했다. 상대는 국가와 대주주를 포함한 저축은행 등이다. 조형수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3일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의 유착의 책임을 물어 국가가 부실 금융기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을 뿐 아니라, 검찰 발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조직적 비리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영업정지가 내려진 8개 저축은행의 5000만 원 초과 예금은 모두 2537억 원(3만7495명)이다. 부실 저축은행 고객 3632명이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채권 규모는 1514억 원에 달한다.

"저축은팽 피해자, 국가와 저축은행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할 것"

조형수 변호사는 "조만간 국가와 저축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된다. 조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영업상 부실에 대해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엉터리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BIS 비율이 7.16%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50.29%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를 뺀 순자산은 1조6800억 원에 달했다. 다른 저축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금융당국의 정기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발표는 더욱 가관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들이 소유한 120개 특수목적법인에 불법적으로 4조5942억 원을 대출해 줬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당시부터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했지만, 경미한 사안만 적발했다.

검찰은 향후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금감원 감사 무마를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혀, 향후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묵인이나 방조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관리감독 부실로 인한 손해배상 판례는 이미 존재한다. 지난 2002년 1월 전북 군산 윤락업소 화재사고로 숨진 종업원 11명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08년 4월 대법원은 경찰관이 뇌물을 받고 윤락 단속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국가가 사망자 한 사람 당 1000만~2000만 원씩 배상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은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행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비리사건을 사전에 미리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후순위채권 판매는 사기 성격 짙다... 일반 채권으로 바꿀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정책실패 서민에게 전가하는 MB정권은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저축은행 부실과 사전인출 의혹 등에 대한 대검중수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정책실패 서민에게 전가하는 MB정권은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저축은행 부실과 사전인출 의혹 등에 대한 대검중수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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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 손실이 불가피한 후순위채권의 경우, 소송을 통해 손실금의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호한도를 넘어선 5000만 원 초과 예금의 경우, 금융 당국의 저축은행 강제 매각 작업이 끝난 후 일부를 '개산지급금'으로 배당 받을 수 있다. 개산지급금은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 원 초과 예금자에게 파산 절차 장기화에 대비해 파산 배당금을 미리 지급하는 제도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504억 원'이었던 삼화저축은행(지난 1월 영업정지 후, 3월 우리금융에 인수됨)의 개산지금급 지급률은 34%였다.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 원 초과분의 34%를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후순위채권의 경우, 저축은행 파산 시 변제 우선순위가 일반 채권에 밀리기 때문에 파산 배당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에 대해 이헌욱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장)는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판매 과정은 BIS 비율을 속인 것 등을 감안하면 사기에 가깝고 불완전 판매도 있었다"며 "소송을 통해 후순위 채권을 파산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일반 채권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00만 원어치의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을 보유한 황진애(가명·46)씨는 "저축은행 창구 직원이 3개월마다 이자를 주는 5년 만기 상품이라고 소개했고, 예금 보장이 안 되고 파산 시 변제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관련 서류도 직원이 작성을 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피해 전액 손실 법안은 학계·법조계 모두 반대

한편, 올해 1월부터 2012년까지 부실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권 손실금을 전액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은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법조계 모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을 비롯한 부산 지역 국회의원 21명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저축은행 대주주와 예금자가 더욱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밖에 없고 저축은행의 부실을 더 키우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헌욱 변호사도 "과거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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